안식 스케줄
항상 생각한다. 주말에는 항상 미처 쓰지 못했던 글을 써봐야지, 얼마 남지 않는 책을 다 읽어야지, 청소를 해봐야지. 하지만 항상 지켜지지는 않는다.
이번 주말에는 시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셨다. 이런저런 준비들에 피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게 늘어져 내렸다. 이 무게는 나의 체력의 무게가 아니라 정신의 무게였다.
늘어져 있는 순간에도 이러면 안 된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문득 생각하게 됐다. 주말에 늘어지는 시간도 내 스케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어느 날 동생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언니는 하루 종일 아무런 일이 없어도 긴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누워있고 싶을 수밖에 없어."
제한을 두고, 규칙을 지키고, 열심을 다하는 시간들만이 내 인생이 아니니까. 그런 시간들로만 나는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까. 부담감과 죄의식에서 조금 벗어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듯한 스케줄 속에 안식일을 하나의 스케줄로 추가해야 했다.
그렇다면 안식이라는 것은, 진정한 휴식은 어떤 것일까. 진정한 안식은 주중의 시간 동안 물들어 있던 것들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에서, 매체들에서, 도파민에서, 사람들에서 벗어나서 온전한 혼자의 시간을 가지는 것. 사색하고 비워내고 기도하는. 조금 더 영혼의 쉼을 가져올 수 있는 방식으로.
시부모님이 오시는 걸 대비해서 떡을 픽업하고 수산시장에서 회를 사 온 뒤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남편과 순댓국을 먹으러 갔다. 새삼 그동안은 깨닫지 못했지만 별 것 아닌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했다. 시시콜콜 이번 주에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어떤 매체의 개입 없이 둘만의 시간을 온전히 가진 기분이었다.
쉼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어떤 개입 없이 그저 개개인으로서의 온전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개인의 내면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 그렇게 계속해서 나의 외부의 것들에 시선을 팔리지 아니하고 일주일의 한 번씩은 내부로 시선을 돌리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선택받은 자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특별하지 않는가?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나라는 개인이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추운 겨울 아침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면서 입김을 뿜었다. 나 자신이 이 세상의 유일한 온기라도 되는 것인 양 막힘없이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그 입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온전히 쭉 뻗어나가다가 조금씩 사라졌다. 사람이라는 존재에 경이감을 느꼈다. 이 추운 겨울에 온기를 간직하며 입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나는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그리고 그런 나는 못할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휴식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내면의 대화를 통해 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해 내는 것. 외부로부터 나 자신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 나 자신을 살피는 것. 그렇게 안식의 스케줄을 통해 매주 조금씩 더 특별해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