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23:16
잠언 23:16
만일 네 입술이 정직을 말하면 내 속이 유쾌하리라
갑작스레 인간관계를 정리하게 되면서 그 여파로 얼마 전 한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새 단톡방에서 연락이 없던데 혹시 무슨 일 있냐는 연락이었다.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바쁘다고 하기엔 너무 상투적인 변명이라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그냥 핸드폰을 잘 보지 않는다고 둘러댔는데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무거워졌고 언니에게서도 또다시 연락이 왔다. 예전에는 핸드폰을 잘 봤으면서 왜 요새는 잘 보지 않냐는 것이었다. 언니에게 다시 답장을 앞두고 고민이 많아졌다. 둘러대는 변명에 물러날 사람이었으면 무슨 일 있냐는 연락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일까. 사실 쓸데없이 자주 만나는 모임들은 이미 정리한 지 오래다. 다만 그 외에도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과도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일까. 주변사람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 너는 모임이 되게 많잖아. 안 힘들어?
너도 매번 나가기 싫지만, 굳이 굳이 나가는 거야?
- 나는 일단 사람은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 당장은 귀찮아도 좋은 관계랑
좋은 평판을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나한테 도움이 되니까?
- 근데 그렇게 많은 인간관계들이 정말 필요할까?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연락도 잘 닿지 않는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야 하나 싶어
- 그렇다고 관계를 모두 끊어버리면 나중에 늙었을 때
너무 외롭지 않을까?
- 가족이 있잖아.
- 가족과 있었던 일을 털어놓고 싶을 수도 있잖아.
- 그렇긴 한데,,, 나는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싫을까? 내가 문제가 있는 걸까?
- 음.. 그냥 네가 지금 여유가 없어서가 아닐까?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은 한정적이고,
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힘겹게 그것들을 해나가다 보니까 힘에 부쳐서
그냥 제일 잘라내기 쉬운 인간관계부터
정리하는 게 아닐까?
- 나는 그냥 이직을 하는 등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
자연스레 관계도 멀어질 줄 알았어.
- 거리가 멀어졌는데도 너와 만나고 싶어 하는 인연들은
애초부터 평생 볼 생각으로 만나고 있는 거니까.
너도 쉽사리 정리하지는 말아.
친구와의 대화 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항상 극단적인 일면이 있어서 관계를 정리한답시고 내 주변 모든 관계를 정리하려 든 것이다. 어차피 지금 당장 만나지 않아도 이어질 관계라면 그때그때 내 상황에 맞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얼버무린 듯이 작성했던 메시지 답장을 지웠다. 그리고 새로 메시지를 작성해서 보냈다. 답신을 받고 나자 마음이 너무 가벼워졌다.
- 언니! 그동안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지 ㅠ 다름이 아니라
학교도 다니고, 글도 쓰고 있고, 회사도 다니느라
바쁜 데다가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그런 시기였어
그래서 조금 고민이 많고 우울했었는데
곧 복귀하겠습니다!!
- 응 많이 힘들었겠다 ㅠ 우리 조만간 벚꽃 보러 가서 놀자
나를 위하는 방법은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보다 진심을 털어놓고 후련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끝까지 남을 소중한 인연들을 구분하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