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일했던 공기업 과장 탈출, 이사장의 사업 일기...ing
두 번째 엔진: 건기식 너머, 빵 굽는 냄새
하나의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지 말라는 격언은 비단 투자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에게 건기식 사업은 인생을 건 도전이자, 나만의 철학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고객들에게 꾸준히 전달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올인’이 주는 짜릿함 뒤에 숨은 ‘불안’이라는 그림자였다.
건기식 사업은 긴 호흡이 필요한 마라톤이다. 특히, 소규모 브랜드의 제품은 인지도를 쌓기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고, 수많은 건기식 기업들 중 소규모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제품이 나오고 나서도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끊임없이 스토리를 풀어나가며 브랜드의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는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즉각적인 현금 흐름이나 눈에 보이는 물리적 거점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직감했다. 이 긴 여정을 지치지 않고 완주하기 위해서는, 나를 지탱해 줄 또 다른 파이프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카페와 빵집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전혀 다른 분야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일은 건기식 사업의 불확실성을 상쇄해 줄 가장 확실한 현실이었다. 그렇게 믿었다.
많고 많은 사업들 중 왜 카페와 빵집인지를 묻는다면, 내 대답은 심플 그 자체다.
빵이 좋아서.
우리집 빵돌이(아이들)들이 아토피가 있어 아무 빵이나 먹을 수 없으니 직접 만들자!
아이들이 어렸을 때, 동네에 유명한 명장의 빵집이 있었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면 오피스텔 한 채 정도는 살 수 있을 만큼 그 곳에서 빵과 커피를 사서 마셨다. 그 때는 몰랐을 나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나.
아이들을 위해 건강한 빵 만들기를 시작했고, 커피 수혈이 늘 필요한 나를 위해 커피를 시작했다.
건기식이 보이지 않는 건강과 미래의 가치를 판매하는 일이라면,
빵집은 지금 당장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향기와 입안 가득 퍼지는 온기를 판매하는 일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로 소통하는 건기식의 한계를, 나는 오프라인의 물리적 공간에서 만회하고 싶었다. 내가 만든 공간에서 사람들이 머물고, 내가 구운 빵을 먹으며 미소 짓는 모습은 나에게 즉각적인 에너지이자 지치지 않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건기식 사업이 제작 이후 '꾸준함'이라는 긴 싸움을 이어가는 동안, 카페와 빵집은 매일매일의 수익과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되었을 때, 나는 건기식 사업에서도 조급함에 쫓기지 않고 더 깊이 있는 스토리를 풀어낼 경제적, 심리적 여유를 얻을 수 있다. 나에게 파이프라인 확장은 단순히 수입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내 꿈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안전장치'를 설계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같다.
건기식을 통해 사람들의 몸을 돌보고, 카페와 빵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환대하는 것. 장소와 방식은 다르지만,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나의 본질은 두 개의 파이프라인을 타고 더욱 선명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