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이과장, 하이 이사장!(18)

12년간 일했던 공기업 과장 탈출, 이사장의 사업 일기...ing

by 봉봉

18. 안녕, 나의 시작 : 첫 번째 공간을 접고 더 넓은 지평선으로


사랑했던 공간을 떠나기로 마음먹는 일은, 연인과 이별하는 것만큼이나 길고 통증이 따르는 과정이었다.

나의 첫 번째 매장. 그곳은 내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었다. 매일 아침 유리창을 닦으며 희망을 품었고, 때로는 주방 구석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던 곳. 손님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서로의 고단함을 나누고, 때로는 인생의 고민을 주고받던 '사람 냄새' 가득한 나의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한 달에 하나 꼴로 근처에 새로운 카페가 생겨났다. 좁은 골목의 상권은 잘게 쪼개졌고, 우리는 서로의 몫을 조금씩 나누어 먹으며 버텼다. 1호점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미련이 길었고, 그곳에 묻어둔 나의 시작이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무거운 미련을 덜어내고 '정리'라는 마침표를 찍기로 결심한 순간, 마음 한구석이 씻은 듯이 홀가분해졌다. 닫힌 문 너머로 새로운 길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길은 다름 아닌 또 다른 확장으로 이어졌다. 2호점을 준비하며 발품을 팔던 시절,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지역이 있었다. 터무니없이 높은 권리금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그곳. 하지만 얼어붙은 경기는 뜻밖의 기회를 물고 왔다. 포기했던 그 매물이 믿기지 않는 조건으로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깨어났다. 망설임 대신 엄청난 추진력이 그 자리를 채웠다. 무언가에 홀린 듯, 혹은 운명에 등 떠밀린 듯 나는 그 기회를 낚아챘다. 주변에서는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2호점에서 겪었던 그 막막했던 0(Zero)의 시간을 거치며 나는 이미 단단해졌다는 것을.


"그래, 0부터 다시 시작해봤으니, 이곳에서도 못 할 게 없다."


인지도라는 화려한 외투를 벗고 다시 한 번 맨몸으로 세상 앞에 서기로 했다. 1호점의 따뜻했던 추억은 가슴 깊은 곳에 훈장처럼 간직한 채, 나는 세 번째 문을 열 준비를 마쳤다.


확장이란 단순히 가게 숫자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내가 가진 진심의 반경을 넓히는 일이다. 좁은 골목에서의 치열함을 넘어, 더 넓은 곳에서 내 빵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다시 시작점에 서서,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서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이제, 또 다른 0을 1로 바꿀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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