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일했던 공기업 과장 탈출, 이사장의 사업 일기...ing
큰 물은 예상보다 훨씬 더 차갑고 거칠었다. 1호점의 성공을 발판 삼아 나선 길이었지만, 이곳에서의 나는 증명해야 할 것 투성이인 신인에 불과했다.
새로운 매장을 연 뒤에도 여전히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이들이 있었다. 다른 빵집에서 온 사람들은 손님을 가장해 들어와 날 선 질문들을 던졌다. "이거 정말 다 직접 만들어요?", "혼자서 이 양을 다 감당해요?", "하루에 몇 개나 구워요?"
그들의 눈빛에는 배움보다는 의심이, 응원보다는 계산이 앞서 있었다. 큰 물이란 결국 더 치열한 시기심을 견뎌내야 하는 곳임을, 나는 매일 아침 오븐을 예열하며 실감해야 했다.
장벽은 또 있었다. 누군가는 우리 집 빵이 '너무 비싸다'며 면전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우리 집 빵은 결코 사치품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빵과 경쟁할 수도 없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내가 빵을 굽는 본질이 '건강함'에 있었기 때문이다.
"밀가루는 몸에 좋지 않다, 소화가 안 된다."
그 오래된 편견을 깨고 싶었다. 내 아이에게, 내 가족에게 자신 있게 건넬 수 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나는 타협 없이 좋은 재료를 선택했다. 높은 원재료 가격은 필연적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비싸지 않냐고 묻는 손님 앞에 서면 당황스러움이 밀려왔지만, 나는 도망치는 대신 차근히 설명을 건넸다. 우리가 왜 이 밀가루를 쓰는지, 왜 이 버터를 고집하는지.
그 진심의 필터를 거치며 손님들은 나뉘었다. 비싸다는 말을 남기고 발길을 끊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 정도 값어치를 하는 빵"이라며 매일 아침 문을 열어주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우리 매장은 이 동네에서 '소화 잘 되고 맛있는 빵집',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곳'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주 천천히, 정말이지 거북이의 걸음처럼 느린 속도였다.
물론 아직도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 언제 생겼어요? 매일 지나다니는데 처음 보네."라며 놀라는 손님을 마주할 때면, 내가 쏟아부은 700여 일의 시간이 무색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를 내리는 식물처럼, 나는 이 동네의 풍경 속에 아주 깊숙이, 그리고 단단히 스며드는 중이라고.
빠르게 타오르고 사라지는 유행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에 스며드는 건강한 습관이 되는 일. 2호점에서의 2년은 나에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밀도'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오늘도 가장 좋은 재료를 꺼내어, 누군가의 하루를 속 편하게 만들어줄 빵을 굽는다. 어제보다 조금 더 깊어진 향기를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