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일했던 공기업 과장 탈출, 이사장의 사업 일기...ing
작은 골목을 벗어나 더 넓은 바다로 나왔을 때, 나는 잔잔한 순항을 꿈꿨다. 하지만 그곳은 예고 없는 폭풍우의 연속이었다.
골목 상권에서 제법 자리를 잡고, 호기롭게 더 큰 물로 나왔다.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면 그저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풍경만이 나를 반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파도는 거칠어졌고, 예상치 못한 암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손님들의 스펙트럼은 내가 감당하던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그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못해 기상천외했고, 나는 매일 새로운 시험지를 받아 든 수험생처럼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사람이 제일 힘들다"는 말, 그 진부한 명제.
매장이 커지니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했다. '채용'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그때는 몰랐다. 면접 약속을 잡으면 나타나지 않는 '면접 노쇼'는 애교였다. 면접을 잘 보고 "열심히 하겠다"며 눈을 반짝이던 지원자가 첫 출근 날 증발해 버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하루 일하고 "적성에 안 맞는다"며 그만두는 건 양반이었다.
가장 뼈아픈 건, 한 달 가량 공들여 일을 가르쳐 놓으니 다음 날 새벽, 문자 한 통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였다. "사장님, 저 오늘부터 못 나가요." 그 짧은 문장 뒤에 숨겨진 무책임함에 치을 떨기도 전에, 매장의 레시피와 포스기에 있는 판매 정보까지 사진으로 찍어가는 '별의별' 일들까지 겪었다. 배신감과 허탈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찾아온 결정타, '형사고소'.
자잘한 파도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는데, 눈앞에 거대한 쓰나미가 닥쳤다. 어느 날 날아든 고소장. 죄목은 '영업방해'였다. 영업방해라니? 내가? 하루하루 내 가게 건사하기도 벅차 죽겠는데 남의 영업을 방해하다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범죄 혐의를 받게 된 상황 자체가 코미디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다큐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변호사 사무실 문턱을 넘나들어야 했다.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나의 금 같은 시간과 비싼 상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법률 용어와 절차들 속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멘탈이 털린다"는 말의 진짜 의미.
결과적으로 나는 떳떳했다. 걸릴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기에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자책은 들지 않았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목적이 나를 감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멘탈'을 잡고 뒤흔드는 것이었다면?
그렇다면 그들은 보란 듯이 성공했다. 나는 제대로 흔들렸고, 비틀거렸다. 가게 문을 열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 불안이 스며들었다. 억울함에 잠 못 이루고, 분노에 치가 떨려 손끝이 차가워지는 밤들이 이어졌다.
왜, 대체, 나에게, 이런 일이!!!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
누군가 내게 위로라며 건넨 말이, 그때는 가장 잔인하게 들렸다.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시는 거... 아니었나? 그렇다면 신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계신 게 분명하다. 나는 지금,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멘탈을 부여잡고 간신히 서 있을 뿐인데. 감당은커녕, 그저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더 큰 바다로 나온 대가는 혹독했다.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마모되고 있는 걸까. 오늘도 나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멀미나는 속을 부여잡고 매장 문을 열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