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일했던 공기업 과장 탈출, 이사장의 사업 일기...ing
결국 답은 '버티기'였다. 거창한 전략이나 기적 같은 마케팅이 아니다. 어제와 똑같은 온도로 오븐을 예열하고, 매일 똑같은 맛을 구현해 내며 묵묵히 빵을 굽는 것. 이 지루한 반복을 견뎌내는 힘이 곧 가게의 생명력이었다.
확장한 베이커리 카페는 신경 써야 할 것이 배로 늘었다. 빵만 잘 구우면 되던 시절은 지났다. 빵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훌륭한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우리는 매일 아침 '테스트'라는 의식을 치른다. 원두의 분쇄도를 조절하고, 물 온도를 맞추며 미세한 맛의 차이를 잡아낸다. 혀끝이 예민해질수록, 우리의 기준도 높아져 갔다.
하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이다. "사업은 결국 사람이다"라는 흔해 빠진 말이 뼈저린 진리임을 매일 깨닫는다. 늘 사람 때문에 힘들고 상처받지만, 결국 가게를 굴러가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이 깨달음은 채용 방식마저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이력서에 적힌 '경력' 한 줄에 목을 맸다. 라떼 아트를 할 줄 아는지, 포스기를 다뤄봤는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경력은 우리 카페에서 만들면 된다. 물론 백지상태의 신입을 교육하는 건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 길고 고단한 과정이다. 하지만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태도는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제 나는 면접을 볼 때 이력서 너머의 사람을 관찰한다.
시시콜콜해 보이는 대화 속에서 나는 그들의 기본적인 인성을 본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것을 배우려는 겸손함이 있는지, 무엇보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긍정의 기운을 전할 수 있는 친구인지를 살핀다.
그리고 마침내 인정하기로 했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아르바이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건 욕심이었다. 내 가게니까 내가 가장 절실한 것이 당연하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다. 그들이 내 마음 같아주길 바라는 기대를 내려놓으니,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 내가 더 단단한 기준이 되어주어야 한다.
지나온 시간, 감당하기 벅찼던 시련들이 나를 할퀴고 지나갔다. 내가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의 시련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풍우는 지나갔고, 나는 여전히 이곳에 서 있다. 부서지지 않고 버텨낸 그 시간만큼, 나는 더욱 단단해졌으리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오븐을 켠다.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