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이과장, 하이 이사장!(20)

12년간 일했던 공기업 과장 탈출, 이사장의 사업 일기...ing

by 봉봉

20.버티기, 그 지독하고도 찬란한 반복


결국 답은 '버티기'였다. 거창한 전략이나 기적 같은 마케팅이 아니다. 어제와 똑같은 온도로 오븐을 예열하고, 매일 똑같은 맛을 구현해 내며 묵묵히 빵을 굽는 것. 이 지루한 반복을 견뎌내는 힘이 곧 가게의 생명력이었다.

확장한 베이커리 카페는 신경 써야 할 것이 배로 늘었다. 빵만 잘 구우면 되던 시절은 지났다. 빵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훌륭한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우리는 매일 아침 '테스트'라는 의식을 치른다. 원두의 분쇄도를 조절하고, 물 온도를 맞추며 미세한 맛의 차이를 잡아낸다. 혀끝이 예민해질수록, 우리의 기준도 높아져 갔다.


하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이다. "사업은 결국 사람이다"라는 흔해 빠진 말이 뼈저린 진리임을 매일 깨닫는다. 늘 사람 때문에 힘들고 상처받지만, 결국 가게를 굴러가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이 깨달음은 채용 방식마저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이력서에 적힌 '경력' 한 줄에 목을 맸다. 라떼 아트를 할 줄 아는지, 포스기를 다뤄봤는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경력은 우리 카페에서 만들면 된다. 물론 백지상태의 신입을 교육하는 건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 길고 고단한 과정이다. 하지만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태도는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제 나는 면접을 볼 때 이력서 너머의 사람을 관찰한다.

시시콜콜해 보이는 대화 속에서 나는 그들의 기본적인 인성을 본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것을 배우려는 겸손함이 있는지, 무엇보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긍정의 기운을 전할 수 있는 친구인지를 살핀다.


그리고 마침내 인정하기로 했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아르바이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건 욕심이었다. 내 가게니까 내가 가장 절실한 것이 당연하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다. 그들이 내 마음 같아주길 바라는 기대를 내려놓으니,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 내가 더 단단한 기준이 되어주어야 한다.


지나온 시간, 감당하기 벅찼던 시련들이 나를 할퀴고 지나갔다. 내가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의 시련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풍우는 지나갔고, 나는 여전히 이곳에 서 있다. 부서지지 않고 버텨낸 그 시간만큼, 나는 더욱 단단해졌으리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오븐을 켠다.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바이 이과장, 하이 이사장!(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