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일했던 공기업 과장 탈출, 이사장의 사업 일기...ing
공기업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모두가 말렸다. "미쳤어? 거기가 어디라고 나와." 사업 3년 차인 지금, 가끔은 그들의 말이 환청처럼 들린다. 특히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일 때.
'안정'이라는 마약이 끊긴 지 1,095일. 나는 매일 불안이라는 파도를 탄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행복해?"라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하겠지만, "후회해?"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조금 더 길어질 것 같다.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나만의 대답을 정리해 본다.
Q1. 솔직히,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나?
A. 있다. 그것도 꽤 자주.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매월 25일(월급날)이 되면,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꼬박꼬박 채워지던 그 숫자가 사무치게 그립다. 아파서 끙끙 앓는데 대신 일해줄 사람이 없어서 링거를 맞고 다시 가게로 출근할 때, 나는 회사라는 거대한 성벽 안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극복 처방] 그럴 때마다 나는 퇴사 직전에 썼던 일기장을 꺼내 읽는다. 거기엔 월급의 달콤함보다 더 컸던 '존재의 흐릿함'에 대한 고통이 적혀 있다.
"나는 거대한 기계의 나사 부품 같다. 없어져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현재의 힘듦' 때문이지, '과거가 좋아서'가 아니다. 이것을 구분하는 순간, 미화된 과거의 기억이 제자리를 찾는다. 나는 따뜻한 감옥보다는, 춥더라도 자유로운 광야를 택했던 사람임을 상기한다.
Q2.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안함은 어떻게 다스리나?
A. 불안을 '기본값'으로 인정한다.
초기에는 불안함을 없애려고 발버둥 쳤다. 자기계발서를 미친 듯이 읽고, 무리해서 일정을 채웠다. 하지만 사업을 해보니 알겠다. 불안은 사업가의 그림자다. 해가 떠 있는 한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하다는 건, 내가 지금 안주하지 않고 무언가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다. 공기업에 다닐 때는 '지루함'이 힘들었다면, 지금은 '불안함'이 힘든 것뿐이다. 고통의 종류가 바뀌었을 뿐, 인생은 원래 고통의 총량 보존 법칙을 따른다.
[극복 처방] 불안이 머리끝까지 차오를 때, 나는 '생각'을 멈추고 '루틴'을 돌린다. 거창한 목표 대신, 당장 눈앞의 아주 작은 일을 한다. 책상 정리하기, 영수증 붙이기, 고객 한 명에게 안부 문자 보내기. 몸을 움직여 작은 성취를 하나씩 쌓으면, 뇌는 불안 대신 그 행위에 집중한다. 불안은 게으른 천재보다, 부지런한 바보를 싫어한다.
Q3. 멘탈이 완전히 무너진 날은 어떻게 하나?
A. 그냥, 망한 하루를 허락한다.
어떤 날은 긍정적인 생각도, 루틴도 소용없다. 온 세상이 나를 공격하는 것 같은 날이 있다. 예전엔 그런 나를 자책하며 억지로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억지로 한 일은 반드시 탈이 난다.
이제는 그냥 선언한다. "오늘 영업 종료합니다." 대낮에 맥주를 마시거나,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보거나, 멍하니 산책을 한다. 사장의 특권은 '내 맘대로 휴가' 아니던가. 하루쯤 망가진다고 사업이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탄성이 생긴다.
흔들리니까 청춘이 아니라, 흔들리니까 사장이다
공기업 시절의 나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침대 같은 삶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파도 위에 떠 있는 작은 배 같다. 멀미가 나고 위태롭지만, 내가 키를 잡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
불안해서 잠이 안 오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지금 남이 운전하는 버스에서 내려, 직접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이 사장의 멘탈 응급키트]
퇴사를 고민하며 적었던 노트 꺼내어 읽기: 내가 왜 그 좋은 회사를 나왔는지 초심 찾기.
통제 가능한 것에만 집중하기: 날씨(경기 불황)는 내가 바꿀 수 없지만, 우산(대비책)은 내가 펼 수 있다.
동료 찾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야생의 동료'와 수다 떨기. (이게 최고의 치료제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