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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디자이너 Dec 28. 2023

프랑스 시어머니 한국 며느리


남편과 연애 1년 차에 남편의 부모님이 상하이로 여행을 오셔서 처음으로 만나 뵈었다.

가끔 남편은 눈치 없는 유머를 본인 나름의 재미있는 유머라고 하는데 그날도 혼자만의 유머를 펼쳐보았다.

“프랑스는 시어머니랑 며느리가 사이가 좋지 않다고 이혼하는 경우는 없어. 그냥 서로 안 봐 우하하하하”

순간 이 남자가 뭘 잘못 먹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름 아시아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풍자한 유머인데 첫 만남에서 저런 유머라니. 휴


프랑스 여자들은 자존감이 무척이나 강하다. 그리고 우정이라는 개념이 한국 사람들과는 좀 다르다. 같이 일해본 프랑스 여자들은 죄다 센 캐릭터. 그런 사람들만 만난 건지 아님 거의 프랑스 여자들이 그런 건지.

내가 겪은 경험으로 프랑스 시어머니가 좀 걱정되었다. 나랑 부딪히는 성격이면 어째야 하는 건지.

본론부터 말하면 우리 어머니는 나랑 너무 비슷해서 안 맞는다. 그걸 두 번째 만남에 알았다.


프랑스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코로나가 번창하면서 우리는 프랑스에서 두 달을 지내야 했다. 그 두 달 동안 프랑스어를 계속 배우라는 권유를 점심에 한번 저녁에 한번 꼬박꼬박 받았다.

너무 불편했다. 참다가 나도 내 생각을 말했다. “어머님처럼 여유로우신 분이 왜 이렇게 제 프랑스어 배우기엔 급하신 걸까요?“

그 뒤로 우리는 프랑스어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




깊어가는 겨울밤에 어머님을 관찰했다. 나도 별다른 일이 없었기에 어머님의 행동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요거트에 사탕 두 스푼, 책 읽으면서 초콜릿 먹기, 새벽 2시에 잠들어서 오전 10시에 일어나는 생활패턴, 읽고 싶은 책은 다 읽기, 재봉질로 본인 옷 커스텀 해서 입기, 자라 옷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수동 자동차 운전하기, 매주 전화로 아들과의 수다, 아들 하나 딸 하나 안정적인 직장에 결혼해서 자식들 낳고 잘 살고 있다. 이만하면 베노데(시부모님이  거주하시는 지역 이름)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바라보니 어머님을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은 생겼다. 왜 그동안 옹졸한 마음으로 어머님을 재고 평가했을까.

그해 겨울 프랑스에 갇힌 것만 같아서 답답했는데, 그 겨울밤의 작은 관찰로 어머님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내가 경험한 프랑스 여자들로 모든 프랑스 여자들에 대해서 섣부른 정의를 내린 것은 아니었을까?

한번은 우리 어머님이 한국 며느리에 대해서 정의를 내린 적이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여자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정의


어설픈 정의로 서로를 평가하고 다시 재평가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많은 오해가 생기기도 하겠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두름 없이 서로를 천천히 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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