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랑스어를 배우지 않았던 이유

내가 원할 때 하고 싶은 마음

by 글쓰는 디자이너

프랑스 남편과 연애와 결혼 생활을 합쳐보니 9년이 되었다. 연애를 시작할 때쯤 이 남자와 결혼 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프랑스어를 배워두면 헤어지고 나서도 새로운 언어를 배운 셈이니, 손해 볼 건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배우게 된 프랑스어. 마음은 편하게 먹었지만 프랑스어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가 아니었다.


상하이에 있는 알리앙스 프랑세를 두 달 다녔다. 프랑스어를 설명하는 중국 선생님, 그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 떠다니는 한국어와 중국어, 그리고 프랑스어. 세 언어가 머릿속에서 충돌했다. 지금 당장 필요한 언어도 아니었기에 나는 쉽게 포기하고 말았다.


몇 년이 흐르고 우리는 프랑스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동시에 시작된 코로나. 그 시기에 우리는 시댁에서 두 달을 머물렀다. 프랑스 시어머니가 갑자기 나에게 프랑스어를 언제 배울 거냐고 물어오신다.


-음. 이제 다시 배워야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에는 늘 '나는 프랑스어를 배울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 식사를 할 때 시어머니가 또 같은 질문을 하신다.

-프랑스어는 언제 배울 거니?

-글쎄요. 이제 곧 배워야죠.


그 저녁식사시간에 또 같은 질문과 답이 오고 갔다.

그렇게 1주일 내내 창과 방패처럼 시어머니는 같은 질문을, 나는 같은 답을 했다.

'왜 나의 프랑스어에 집착 하시는거지?' 마음이 점점 불편해져갔다. 언어라는 것이 벼락치기가 되는것도 아닌데, 시어머니는 마치 내가 내일부터 프랑스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

-어머님처럼 세상 눈치를 보지 않고 여유로우신 분이 왜 저의 프랑스어 공부에 이렇게 급하게 요구하시는 걸까요?

답답한 마음에 필터에 거르지 않은 질문을 해버렸다. 그 질문의 답에는 침묵이 머물고 있었다.

그 뒤로 시어머니는 같은 질문을 절대 하지 않으셨다.


누군가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을 강요받는 것은 결코 즐겁지 않다. 하고 싶었던 마음마저 사라지고, 결국 그 불편함은 나의 몫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날,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순전히 나의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던 프랑스어 배우기. 그래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롯이 나의 의지로 첫 페이지를 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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