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가 사라졌다

사람들의 호응에 신이 났고,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by 글쓰는 디자이너

작년 한 해, 나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세상에 온 마음을 쏟았다. 낯선 프랑스에서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팬들을 모아 멋진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었다. 숫자는 정직하게 올라 2,500명이라는 팔로워가 생겼다. 사람들의 호응에 신이 났고,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그 '욕심'이 화근이었다. 더 완벽해지고 싶어 책을 뒤적이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전략을 그대로 따르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그때부터 팔로워는 줄어들었고, 내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문제는 타겟 설정이나 전략의 부재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에 꼭 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나를 잠식한 것이 문제였다.


"이걸 좋아할까?"

"이 말이 더 멋있어 보일까?"

"댓글을 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자, 어느덧 내 본연의 모습은 사라졌다. 남겨진 것은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한 공허한 콘텐츠뿐이었다. 찍어둔 영상은 산더미 같았지만, 그 속에 '나'가 없으니 편집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사이 화면 속에는 반짝이는 해외 계정들과 젊은 친구들의 기세가 가득했다. 세상이 온통 제 것인 양 거침없이 나아가는 그들의 패기에 눌려, 내 이야기는 한없이 지루하고 초라해 보였다. 질투와 자책 사이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였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 시절의 패기는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젊음이 주는 가공되지 않은 기세가 아니다. 내 안 깊숙한 곳, 마치 복부 사이에 숨겨진 근육처럼 단단하게 자리 잡은 '나만의 기세'다. 때로는 일상에 치여 보이지 않고 사라진 듯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은 분명 내 안에 존재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나의 본연을 돋보이게 해주는 힘. 이제는 타인의 시선에 아부하는 글이 아니라, 나를 지탱하는 이 기세를 믿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려 한다.


잠시 길을 잃었다고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내 안의 기세를 다시 꺼내어 오늘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내가 다시 시작하는 유일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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