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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태준 Jan 01. 2022

2022년, 나의 라이벌은 50대 아저씨 두 명이다

만다라트 실천법 보다 더 중요한 것

새해가 되면 모두들 화려한 목표를 잡곤 한다. 다이어트부터 외국어 마스터, 자격증 취득, 저축이나 투자, 원하던 곳으로의 이직 혹은 퇴사나 결혼 등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나 대단한 계획을 세우는 분들도 많다. 주변의 '일잘러'들을 보면 일본 출신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처럼 '만다라트'를 이용해 총 64개의 실천 과제를 채워넣기도 한다. 나도 의욕이 솟구친다. 그런데 어쩐지 작년에도 이랬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올해의 나는 작년의 나를 이겼나


1년 전 이맘 때로 되돌아가보자. 나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민 문방구에서 365장이 들어있는 일력을 샀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게 해주는 문구가 각 장마다 들어 있었고, 거기에 나만의 문장을 덧붙여 작은 일기를 쓰기로 했다. 그런데 4월 말~5월 초를 끝으로 더 쓰지 않았다. 또 1년에 500km를 달리며 운동일기를 만들겠다고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노트를 샀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그나마 개인 채널들을 성장시키는 점이나 텍스트 콘텐츠 제작을 조금 이어오긴 했지만, 깨작깨작 하고 싶을 때만 하는 정도였다. 

사진 = 조선일보 / 일러스트 = 김영석

분명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왜 이어가지 못했을까? 돌이켜보면 해답은 '실천' 즉 행동에 대한 내용에 있었다. 추상적인 전체의 숫자로 뭉뚱그린 계획이 아니라, 세부적인 하루-일주일-한 달의 달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방법을 쪼갰어야 했다. 일력을 1년 내내 쓴다가 아니라 매일 행하는 루틴과 함께(혹은 루틴 그 자체가 되어) 그 날의 것을 해결했어야 맞다. 2021년에 걸쳐 500km를 뛴다기보다는 매주 월화목금 4일동안 3km 씩 달려서 한 달에 45km를 만들고, 열 두 달 동안 누적시켜서 달성한다는 방향이 옳았다.


지난 1979년 만다라트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 마츠무라 야스오도 이 사실을 알았다. 마츠무라 야스오는 '인생을 바꾸는 9칸 적기'라는 부제목으로 실천법을 책으로 내기도 했는데, 그는 대부분이 목표는 거창하게 세우지만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목표만을 가졌을 뿐 세부적인 실천 방법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시간관리가 아닌 행동관리가 중심"이라거나 "‘Plan-Do-Check-Action’이 아니라 ‘Check-Action-Plan-Do’로 생각한다"는 구절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어떤 기법을 쓰던 1. 가장 먼저 나의 현실적인 상황과 생활 방식, 삶에서의 우선 순위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해서 정리하되 2. 실제로 행동 가능한 것인지 체크하고 실천해보고 그걸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계획을 짜 목표를 이뤄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시작을 1월 1일에 맞춰서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에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연말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새해의 라이벌은 50대 아저씨 두 명이다

그런 이유로 12월에 바로 파일럿 테스트에 착수했다. 어쩌면 가장 핑계가 많은 시즌에 해내야 더욱 더 증명될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첫 번째 분야는 '꾸준히 건강하기'으로 골랐다. 삶의 전 영역과 가장 큰 영향을 주기도 하고, 운동-수면-식사-영양 등 다양한 루틴과 직결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벤치마킹할 모범 사례를 찾던 중 내가 들어본 스토리 중 가장 오랜 기간 탄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 두 명이 떠올랐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요코하마FC

한 분은 28년째 78kg이라는 몸무게를 한결 같이 유지한 한국인 남성이고, 다른 한 명은 50대라는 나이에 프로스포츠 선수로 활동중인 일본 사람이다. 사진의 주인공들로 왼쪽은 전설적인 골키퍼 김병지, 오른쪽은 55세에도 현역 생활 중인 미우라 카즈요시다. 둘은 무려 1998년도에 월드컵 진출을 놓고 맞붙은 숙명의 라이벌이기도 했다. 재밌는 점은 둘의 꾸준한 건강 유지 방법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자기 관리 달인' 김병지 선수는 지금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있는데, 24년의 프로 선수 생활 동안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체중을 1kg 이상 변화 없이 관리했다고 한다. 그 정도를 넘어 저녁 8시 이후엔 외출도 일절 삼가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 운동을 단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고 한다. 오로지 한 가지 목표 외에는 수도승이 도 닦듯 철저한 절제를 통해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했다.


반면 미우라 카즈요시의 키워드는 '즐김'이다. 미우라는 데킬라 등 높은 도수의 술을 좋아하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등 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30여년 전부터 '카즈 댄스'라고 불리는 특유의 골 셀레브레이션(세레모니)을 보여준다. 득점을 하고 나면 화려한 발동작을 곁들여 브라질 삼바댄스와 비슷한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한다. 확실히 인생의 마인드가 보이는 대목이다.


정답은 없지만, 두 명의 사례 모두 나에게는 훌륭한 참고가 됐다. 꾸준한 건강의 기준을 목표 체중에서 1kg 이상 바뀌지 않는 것으로 잡고, 이를 위해 1년의 출근 전 달리기 목표를 주-월 단위로 쪼갰다. 또 아침에 잘 일어나기 위한 생활 루틴을 체화하고, 무리없이 이어지도록 하루 한 끼는 샐러드로 식사, 매일 물 2리터(500ml잔*4컵)와 종류별 영양제 섭취를 바로 시작했다. 무엇보다 마음가짐 자체를 '행복하기 위한 관리'에 맞췄다.


정확히 4주가 지났고, 시작 전 72kg이였던 몸무게가 65.Xkg까지 내려왔다. 주-월 단위로 잡은 달리기 일정도 전부 소화했고, 수면과 식사 그리고 영양 모두 맞춰서 진행했다. 가장 큰 소득은 부담이 덜하게 오래 갈 수 있는 패턴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향점을 120%로 잡는 게 아니라 80%만 달성해도 재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변화를 가져왔다. 단기간의 최선의 무언가를 만드는 목표보다는 지속가능성에 맞춘 덕분이다.


그 사이 만다라트 실천법이라는 책이 도착했다. 처음 이 방식을 고려한 사람의 팁까지 참고해서 잘해보되 무리하지 않는 '선'을 지켜내고 오래갈 수 있는 밸런스 잡기. 이것이야말로 올해 나의 가장 큰 목표 아닐까. 한 달 동안 해보니 확실히 느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어느덧 물씬 다가온 2022년의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나의 라이벌은 50대 아저씨 두 명이다. 진정한 의미의 경쟁을 펼칠 생각에 행복하다. 


앞으로 '일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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