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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태준 Jan 07. 2022

홈페이지로 1억원 벌어들인 뷰티 스타트업

고객 경험의 최전방 겸 최후방을 설계한 웹 리뉴얼

나는 B2B 스타트업에게 제대로 된 웹은 억대 연봉 마케터라고 주장한다. 

니즈/가격/효용 외에도 핵심 타겟에게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어필하고, 편리하게 소통하게 하며, 다른 사람(미디어, 기존 고객사)의 입으로 믿음을 증명해주는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을 궤변의 근거로 들었다. 더불어서 스타트업은 훌륭한 멤버를 한 명이라도 더 합류시켜 빠른 성장을 일궈내는 일에 팀의 성패가 달려있기에 더욱 최고의 정보를 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그 정도 값어치가 있다고 봤다.


같은 관점을 활용해 뷰티 MCN 디밀은 어떤 맥락에서 공식 홈페이지를 리뉴얼 했는지 설명해보려 한다. 먼저 웹을 단순히 뜯어고치기 이전에 회사 전체적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생존이 최대 과제였던 12명짜리 팀이 현대홈쇼핑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라는 거대한 공룡들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며 큰 변화가 닥쳤다. 구성원도 반 년 동안 4배 가량 폭발적으로 늘면서 회사의 정체성에도 큰 변화가 가득했다. 미래를 향한 비전까지도 설정해 조직을 한 방향으로 정렬(Align)하게끔 최소한의 틀을 구축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렇게 함께 도출해 낸 핵심 가치, 조직의 미션, 회사의 비즈니스 방향성, 동료상과 조직문화를 시각화 해 브랜드 경험을 내재화하고, 사업과 채용 양쪽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웹리뉴얼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즉, 우리 서비스를 가장 잘 팔아서 돈을 벌고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방법으로서 'ROI'가 나오는 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기에 현상 인식-문제 원인 발견-해결 기준 상정-수단 활용 실행 구조를 짰다.


기존 홈페이지는 어땠을까. 물론 당시에는 최선이였겠지만, 전체 메일로 뭉뚱그려진 문의 채널만 있었다. 컨택해온 사람의 정보를 입력하거나 목적을 카테고리 별로 분류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없이 그냥 소개서를 요청하는 방식이였다. 그러니 어느 회사의 누구며,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를 알게 되었고, 어떠한 협업을 하고 싶으며, 어느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있는지, 방향성과 목적은 무엇을 희망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그저 발신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 그리고 폼 없이 열린 형태의 메시지 항목을 넣고 문의하는 방식이였다.


자연히 잠재 고객사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된 맞춤형 소개서가 아닌 모든 정보를 다 때려넣은 통합 문서를 보내는 것이 첫 커뮤니케이션이 되었다. 문의 해온 곳의 의도는 무엇인지 되묻고, 그 메일에 회신이 와야만 정체를 알 수 있었으며, 어느 경로가 마케팅 퍼널로 유효한 지 측정도 불가했다. 무엇보다 담당 부서는 무한 핑퐁의 과정을 그저 온 몸으로 쳐내야만 하는 상황이였다. 이것만 개선해도 효율의 15%는 오른다고 판단했다.


채용도 마찬가지였다. 리크루팅 정보를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팀이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며, 누구랑 일하는 것이고, 비전이 무엇인지, 최근에는 어떤 소식들이 있었는지, 내가 이곳에서 일한다면 어떤 문화 속에서 함께 하게 될 지 등 합류에 대해서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다. 누구나 변화는 두렵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새 조직에 내 커리어를 던져 넣는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무섭다. 그 망설임에 괜찮다고 다독이고 안심시키는 일이야말로 채용 브랜딩의 큰 목적이다보니,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동료 리크루팅 역량의 30%를 더할 수 있다고 봤다.

당시에는 최선이였던 기존 웹

어필해야 하는 타겟에게 이점이 적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많이 든다는 현상을 살펴서 문제 원인을 파악했으니,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기준을 정하는 일이 남았다.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우선순위 정리였다. 홈페이지라는 '제품'의 핵심 타겟은 누구인가. 전체적으로는 여섯 개 고객군이 있다고 봤지만, 크게는 비즈니스와 채용이라는 두 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 둘은 결이 너무 달라, 각각 목적에 맞는 별도의 페이지로 분리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쪽은 다시 B2B 고객인 브랜드사와 핵심역량인 크리에이터 관점으로 나누어 각각 필요한 요소를 살폈다. 뷰티 브랜드들과 담당팀의 문의-응대가 쉽도록 문의 유형 별 자동완성 폼을 만들어 회사명과 브랜드 이름을 입력하고, 어떤 부서의 누구인지 연락처와 메일까지 컨택 정보를 받아, 크리에이터와 매칭하고 싶은 제품 정보를 기입하며, 원하는 채널과 콘텐츠 활영 여부 등 세부적인 정보를 입력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자신의 채널 신뢰도를 걸어도 되는지에 대한 믿음을 줘야 했다. 그렇기에 투자사는 어디며, 공신력 있는 언론 보도로 보아 얼마나 믿을 만한 회사인지, 어떤 주요한 인플루언서들과 전속계약을 맺어 협업하고 있으며, 나를 도와줄 매니지먼트 사람들은 누구며 또 어떠한 서포트를 해줄지, 비슷비슷한 경쟁사 대비 특장점은 무엇인지, 협업하는 유력 화장품 회사 등 레퍼런스는 어떤지 등 궁금함을 해결해줘야 했다.


리크루팅 관점에서 내 커리어가 성장할 수 있는 잘 맞는 곳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줘야 한다고 봤다. 회사의 최근 소식은 무엇이 있고, 어떠한 지향점을 가진 조직이며, 주로 어떤 성향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 있으며, 그들이 말하는 팀에서의 실제 생활은 어떠한지, 그리고 합류하려면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지, 열려 있는 포지션은 무엇이고 채용중이 아님에도 관심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등등.

기획서를 쓰기 전에 먼저 정리했던 메모들

방향이 잡혔으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실행 방안이 남았다.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TF의 가치로 잡았는데, 고객 관점과 편의성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기능과 모션 그래픽 등은 현실적인 레벨로 맞추기로 했다. 콘텐츠 전략 전문가인 차영우 에디터님과 함께 리브랜딩을 통해 추출해낸 지향점 자체가 심플하면서도 힘있는 느낌이기도 했고, 컬러감도 같은 베이스로 꾸렸기에 일관성 있는 경험을 가져가기로 했다.


특히 접속 비율이 높은 '모바일 지향'을 중요한 가치로 내걸어서 최근 5년 내에 나온 모든 스마트폰에서 전체 카테고리의 유저 경험이 최적화되고, 고객사의 문의 등 기능 이용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디자인팀 리더인 최정현님과 함께 유사한 메뉴들은 최대한 상단 이동을 다시 하지 않아도 연결해서 계속 볼 수 있게 하되, 스크롤이나 롤링 등의 요소 역시 UX 관점과 모바일 특성에 기반해 적절하게 활용했다. 


마지막으로 기존에는 콘텐츠의 조회수 외에 유입 경로나 세부적인 유저의 동선, 이탈 지점, 재방문 등의 리텐션, 아웃링크 활용율 등의 데이터가 없던 부분을 보강했다. 마케팅 대장인 정다은님과 파트너사인 디비스를 통해 각각의 이벤트마다 네이밍을 구분해 스크립트를 넣고, 대시보드를 통해 현 상황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관리자(어드민) 설정을 진행했다. 덕분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IT 프로덕트'의 면모도 쬐꼼 생겼다.


그렇게 웹 리뉴얼을 마무리하고, 주말 중으로 호스팅 이전을 진행해 워드프레스 기반의 반응형으로 제작한 새로운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다행히 예쁘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 팀원들과 함께 2021년 지디웹 디자인 어워드(GDWEB DESIGN AWARDS)에서 작은 상(WINNER PRIZE)를 받게 되었다. 수상이 팀의 목표는 아니였다지만 분명 기분 좋은 순간이였고, 멤버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한 점을 어느 정도 인정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고생해주신 감사한 동료들과 함께!

물론,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이 100% 만족하는 지점이란 없다고 본다. 다만 가장 큰 목적에 맞게 가설 검증과 문제 해결 관점에서 접근했던 점, 명확한 타겟과 분명한 목표에 맞춰 유저 관점의 현실적인 방법론 적용을 해냈던 부분은 뿌듯했다. 무엇보다 회사소개, 비즈니스, 크리에이터, 미디어, 채용, 문의하기 등 전체 영역에서 유관 부서 및 경영진과 상의해가며 제작해 팀원들이 실제로 최적의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조직과 따로 노는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존에 뭉뚱그려져 있던 방식에서 카테고리 별로 분리해 광고 콘텐츠 / 크리에이터 마켓 / PB브랜드 / IR문의 / 대외 홍보 / 리크루팅 각각의 채널로 나누고, 정해진 폼을 통해 확실한 주제를 기반으로 소통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비즈니스 문의와 회사에 대한 각종 컨택 응대에 있어서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던 담당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10% 정도는 절약하고, 리크루팅 역량은 환골탈태 수준으로 바꿔낼 수 있었다.


개선한 결과물을 금액으로 환산하니 대략 연간 3억원 수준은 될 것으로 봤고, 프로젝트에 소요한 비용을 빼고 내 사심도 덜어내어 어느 정도 숫자를 조절해도 조직에 1억원 이상의 이득은 가져다 줬을 것이라는 궤변으로 마무리 해본다. 아무쪼록 회사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며,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파트너들도 만족하면서도, 실제적인 활용도가 있고 마지막으로 팀원들의 효능감까지 더해지니 가장 감사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뷰티 MCN 업계 선두인 라이징스타 '디밀' 홈페이지에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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