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ct house와 Khora free shop ‘누군가에겐 환경문제가 퍽 낭만적인 이야기겠다.’ 도착 직전까지도 내 머리 속은 ‘환경’과 ‘패션’이 두 키워드로 가득했으니, 그 밖에 다른 현황을 고민할 여력이 없었다. 아테네에 도착해 내가 마주한 문제들은 보다 더 적나라하고 노골적이었다. ‘난민 문제’, 몇 해 전 시리아 난민 이주에 관한 내용으로 한국이 떠들썩했었다. 당시에 난 그들에 거취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사건이 내가 유일하게 접해 본 난민 문제이다.
내가 4주 간 머물렀던 호스텔 ‘Impact house’는 ‘Goodwill Caravan’이 운영하는 숙박 시설이었다. 이들은 난민과 이주민들이 안전하고 존엄성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되었다. 설립 목적에 따라 난민들에게 임시 거주지 제공, 식량과 의약품 지원, 등 긴급 구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사회적 및 환경적 변화를 추구하는 여행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호스텔 곳곳에 문구와 비치된 팜플렛 등을 통해 그들의 미션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스는 다른 유럽 국가로 통하는 문턱에 위치해 있다.(주요 난민 발생국가인 시리아, 예맨등을 기준으로) 지리적 위치로 인해 난민들이 주로 처음으로 도착하는 유럽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2015년 시리아 내전 이후, 이미 몇 년 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일했던 ‘Khora Free Shop’도 난민을 돕기 위한 시민 사회 프로젝트에 일환이다.
‘Khora Free Shop’은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이다. 대다수의 고객은 난민이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있는 지역 주민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상품은 기부를 통해 마련된다. 의류가 주된 상품이지만 신발 가방 등 잡화, 책, 장난감, 필기구 등도 구비되어 있다. 모든 물품은 무료이다. 고객은 간단한 절차를 통해 회원 등록을 마친 후 'Free Shop 카드'를 발급받는다. 이 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6주마다 다시 물품을 수령할 수 있다. 나의 업무는 기부 받은 물품을 정리하고 6주 뒤 새로운 예약을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이 되어서 나 말고도 3명에 자원봉사자들이 더 있었다.
2주 간 나는 난민 문제에 가운데 있었다. 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문제를 체감하며 내 세상이 좁아서 사고의 범위도 좁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기능적인 목적으로 옷을 생각해 본 기억이 멀다. 필요 보다 훨씬 많이 소비되는 과시를 위한 사치품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내가 공익을 위한 답시고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 패션과 환경문제였다. 몇 개의 옷가지로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버텨내야 하는 이들에겐 이런 이야기가 낭만적인 소리로 들리겠다 싶었다. 나의 무지함이 부끄러워졌다.
‘Khora’는 Free Shop 이외에도 공유 주방과 도시락 나눔, 언어교환 프로그램 등 난민들의 정착과 생활을 돕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Free Shop의 관리자인 ‘알리’에 따르면 Khora의 모든 프로젝트들은 정부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고, 시민사회의 노력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사회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시민사회가 떠안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는 이 사실을 굉장히 자부심에 차 이야기했다. 그는 정부의 도움=간섭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이 지점이 ‘CCTV=안전’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CCTV=감시’라고 생각하는 ‘그리스인’ 사이에 간극 같았다. 옷과 환경, 옷과 난민 사이에 ‘간극’. 해결방안으로서 사회 시스템과 시민 사회의 노력 사이에 ‘간극’.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리고 내가 전지전능한 존재라서 모든 걸 꽤뚫어 볼 수 있었더라면 좀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설핏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