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즐겁다
얼마전 바트 미츠바(bat mitzvah)라는 유대교 성년식 행사를 잠깐 구경할 수 있었다. 올해 12세가 된 딸의 같은 반에 이스라엘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의 부모가 반아이들 전체를 초대한 것이었다. 초대장을 자세히 보니, 12살이 된 이스라엘 아이들 일곱명이 함께 호텔에서 장소를 대여해서 하는 행사란다.
아이는 드레스코드가 있는 파티가 처음인지라 평소에 입지 않는 드레스를 고르고 사느라 한동안 난리였었다. 생전 안입던 스타일의 옷이니 브랜드도, 사이즈도 잘 모르고해서 유니클로에서 무난한 것을 입어보고 골랐다.
바트미츠바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그냥 생일파티같은 건가 생각하며 행사장소인 호텔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행사가 끝난다는 2시간 후 아이를 데리러 갔다. 행사장 앞에서 보안요원이 용건을 묻기에 딸아이를 데리러 왔다하니 아직 행사가 끝나지 않았으니 행사장으로 들어가서 기다리란다. 생일 파티(는 아니었지만)에 보안요원이 있는건 처음이었다. 원래, 호텔 행사가 그런건지 아니면 국제 정세가 좋지 않아 더 조심을 하기 위한 조치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부모들과 함께 행사장 밖에서 기다리는데 또 다른 보안요원(심지어 여러명이다)이 와서 안 쪽에 커피 등등이 있으니 마시면서 기다리라고 하여,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안쪽엔 제대로 난리가 났다. 고막을 울리는 시끄러운 음악하며 클럽 분위기. 드레스와 수트로 한껏 차려입은 꼬맹이들은 도파민인지 엔돌핀인지 아드레날린인지에 신나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딸아이를 죽 둘러보며 찾아보았는데 친구들 틈새에 끼어서 같이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느라 날 못본 것 같다. 아… 기빨리는 현장에서 재빨리 커피 한잔을 가지고 대기실로 도망.
쿵쿵 울리는 베이스가 잦아드는 행사장 바깥 로비의 빈 의자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며 생각해보니, 아 “바트 미츠바”라는게 이런 행사인건가 하는 느낌이 왔다. 유대교 성년식이라고 해서 내가 상상했었던 종교색이나 어떤 문화적인 것은 전혀 없었다. 이건 그냥 어른들 놀듯이 아이들을 놀게해주는, 그러니까, 말그대로 어른대접을 해주는 행사구나 라는 느낌. 그동안 잘 커주어 고맙고, 성인이 될수록 책임도 늘겠지만 즐거운 일들도 더 많을꺼다 라고 얘기해주는 듯 했다. 그러고보니,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늘 모자란 존재, 더 배워야하는, 어른의 가르침을 따라야하는 존재로만 대했지, 정작 어른이 되는 즐거움을 가르친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른은... 즐거운가...?
딸 키우는 덕에 귀한 경험 하나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