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빈 노트를 펼쳐 한 페이지마다 하나의 계절을 적어 본다.
계절이 적힌 아래 줄에는 각 계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단어들을 나열해 본다.
봄과 가을엔 떠오르는 추억이 많다.
상대적으로 여름과 겨울엔 적힌 단어들이 많지 않다.
생각이 스칠 때마다 메모를 해 나갈 생각이다.
늘 맘속에 품고 있던 꿈.
고향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았던 유년의 추억을 담은 책.
이제 꿈을 현실로 들이기 위해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내 기억이 모자라면 언니, 오빠들의 기억도 빌려올 생각이다.
아무래도 어렸던 나보다 더 선명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마음은 이미 동네 어귀의 비탈진 길을 외발 뛰기로 깡충거리며 내려가고 있다.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고구마밭에 앉은 숙모, 깻단을 든 큰어머니, 고사리가 지천으로 핀 할머니 산소, 모퉁이 길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
모두들 "울애기 오나?" 하며 웃음으로 반긴다.
따뜻한 온기가 온몸으로 퍼지는 동시에 눈앞은 흐려진다.
그리움은 예고도 없이 찾아들어 옷섶으로 파고든다.
봄여름 가을겨울, 각 계절마다 간직한 추억의 에피소드들을 풀어 볼 생각이다.
노란 봄의 정취에 흠뻑 취했다 쪽빛 푸른 바다의 여름에서 헤엄치고, 황금빛 가을 들녘에서 타작을 하는 풍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싸한 바람을 몰고 오는 겨울이면 장작불이 타고 남긴 숯이 만든 군고구마의 달콤함에
빠져들 것이다.
오랫동안 찾지 못한 고향을 찾아가듯 각자 마음의 고향으로 데리고 갈 이야기들을 묶어보려 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서로를 쓰다듬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땅을 적실만큼만 오는 봄비도, 구석에 거미줄을 치는 거미도,
나를 걱정하는 당신 목소리도 모두 쓰다듬는 행위라고.
말로 다 할 수 없어 그냥 쓰다듬는 것이라고.
나의 글들이 나를 쓰다듬고, 현실에 지친 이들을 쓰다듬고, 그리움에 목마른 이들을
쓰다듬어 주기를 바란다.
외로움을 덜어주는, 위로를 건네는, 용기를 북돋우는 쓰다듬는 손길이고 싶다.
추억의 앨범을 넘기듯, 삶에 쉼표로 읽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