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8)
한여름의 풀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라,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다. 아니 아침과 한낮의 자태가 다르다. 비가 몰아치는 날의 모습도 궂은 비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멈추면 더 싱싱하고 교만한 고개를 쳐든다. 아픈만큼 성숙한다 했던가 성큼성큼 자란다.
대한민국 군인들은 매년 여름철마다 풀과의 전쟁을 치른다. 과거에는 낫과 호미가 손에 쥐어졌다면, 요즘에는 제초기를 등에 짊어지고 여름날 아침부터 제초작업에 투입된다. 뜨거운 태양 볕 아래 하의는 전투복을 입고, 발에는 통풍조차 잘되지 않는 전투화를 신는다. 위에는 군대에서만 입을 수 있는 런닝을 입고, 여름 세상에 난 모든 풀은 다 벨 것 마냥 “충성”을 외치고 풀 속으로 들어간다.
하루 6시간 꼬박 제초작업하고 나면, 적어도 1주일 정도는 풀 걱정은 하지 않아야 하는데, 여름철 풀은 강렬한 제초기의 무지막지한 참수형의 공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약올리듯이 고개를 다시 빳빳하게 든다.
“총회장님 이제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응? 뭘 나서?”
코로나 19가 맹렬한 기세를 떨치는 동안에도 한적한 숲속의 별장에 머물면서 세상의 번뇌를 외면하고 살고 있었던 신천지 총회장은 비서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침 정원에 앉아 새로 들어 온 잎 차를 음미하는 중에 들리는 소리여서 비서의 말은 잎 차의 얽히고설킨 그물맥처럼 복잡하게 들렸다.
“코로나 사태가 좀 심각합니다.”
“그거 지난번에 마귀의 간교니 잘 이겨내자고 내가 신도들한테 메시지 전했잖아.”
“그러시긴 했는데, 우리 신도들이야 회장님 말씀을 철석같이 믿고 받들고 있지만, 우매한 대중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진리와 떨어져 살아 온 시간이 너무 길어서 사리 분별을 제대로 못 합니다.”
총회장은 사기 주전자에서 모락모락 존재감을 올려 보내는 차를 다시 작은 잔에 가득 채운다. 조금씩 흘러내리는 차에서 좋은 잎 차임을 알리는 향이 총 회장의 코에 잠시 맺힌다. 그 냄새를 잠시 코로 킁킁대다가 이윽고 목구멍에서 한 마디 어눌한 발음이 무거운 입술을 뚫고 나온다.
“그럼, 알아서들 해!”
코로나 사태가 신천지와 엮이기 시작하면서 비난의 폭풍우가 밀려오자 처음에는 지나가겠거니 생각하면서 관망하자고 했던 주변 간부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간부들의 의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총회장이 직접 나설 때가 됐다고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노인이고, ‘코로나 19’가 뭔지도 알지 못하는 총회장을 당최 믿을 수 없었다. 혹 실수라도 한다면, 그 여파는 일반 시민들만이 아니라 신도들에게까지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간부들의 걱정도 걱정이지만, 총회장 역시 비슷한 걱정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업무를 주변인들에게 맡기고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가끔 설교를 하거나, 좀 더 기력이 있었을 때 암기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전하는 것뿐이었다.
“이번에는 일반인들 앞에 서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 꼭 그렇게 해야만 하나?”
나이가 들면서 대중 앞에 서는 게 부담스러웠다. 젊은 시절에는 스스로 신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연단에 섰지만, 어느덧 나이가 들면서 실수도 잦아지고,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젊었을 때와 비교할 게 아니었다.
‘소싯적에는 어떤 사람들이라도 내 말에 굴복하게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한마디 하는 것도 힘드니.’
하지만, 부하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육감적으로 알았다. 산중의 왕 호랑이도 이빨과 발톱이 빠지면, 토끼 한 마리조차 제대로 사냥할 수 없다. 그렇다고 호랑이 노릇을 포기할 수 있을까? 실제로 능력은 안 되지만, 여전히 호랑이 임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사납게 으르렁 거려야만 한다.
“뭐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하지.”
“그리고 그 전에 검사를 좀 하셔야 합니다.”
“무슨 검사?”
“예. 뭐 총회장님 건강에 문제없다는 검사죠.”
“뭐 그렇게 하지.”
영생을 설파하고 다니지만, 사실 매년 건강진단을 비밀리에 받고 있었다. 주변 인물들도 총회장이 건강해야 그들의 현 지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미 사이비 교주임을 알고 있어도 쉽게 내 치고 떠날 수 없었다.
다만, 총회장을 신처럼 믿고 있는 신도들이 총회장 역시 꼬박꼬박 건강검진을 받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건강을 유지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었다.
‘예수도 배고프면 먹었고, 졸리면 잤다. 그리고 십자가에 처형당할 때는 고통에 몸부림치지 않았는가? 건강을 위해서 좀 신경 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항상 자신이 주장하는 신성과 달리 인간적인 부분이 거슬릴때는 2000년 전 예수를 들먹이면서 자기 합리화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예수가 호의호식하면서 살지 않았다는 점은 전혀 닮지 않았다는 게 총회장과 예수의 큰 차이였다.
검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회장님 코로나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아프실 수 있습니다.”
“음. 그렇게 하라고.”
담당 주치의는 면봉같은 검사 도구를 꺼내 총회장의 늘어진 콧구멍에 쑤셔 넣는다.
“윽!”
순간 내뱉은 소리지만, 금세 거둔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그런데, 정말 아프구먼.’
들어간 검사 봉은 깊숙이 들어간 거로는 부족했는지, 온 콧구멍 속을 휘 집는다. 그래서 통증을 파도처럼 몰아온다. 그러나 통증을 참기로 마음먹은 구순의 노인은 인상을 조금 구겼을 뿐 더는 신음을 내지 않았다. 대신 잠시지만, 그의 이마의 땀구멍에서는 송알송알 그 결실을 맺어 곧 떨굴 차비를 하고 있었다.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잘 참으셨습니다. 결과는 내일 오전 중에 비서를 통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고생했어요.”
세상이 온통 전염병으로 난리 북새통이어도 그는 알지 못했다. 시골 한적한 곳에서 하루든, 일주일이든 한 날같이 보내는 사람한테 세상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에 대한 비판도 귀에 들리지 않았고, 그가 보는 세상은 현재 앉아있는 잘 정돈된 별장 안뜰 외에는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굳게 닫힌 문을 보면서 평안함을 느끼는 총회장이었다.
검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의사를 불러세우고 이야기하는 비서를 보니, '어떤 이야기를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기지만, 그렇다고 비서를 불러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대로 눈을 돌려 얼마전 일본에서 가져 온 관상용 잉어를 쳐다본다.
‘네가 부럽구나. 아니 너나 나나 다를 바 없구나.’
그 심정을 알았을까? 마침 잉어 한 마리가 주둥이를 수면 위에 내놓고 뻐금뻐금 뭐라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