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에서 '제자리'로

3류 부모가 만드는 우리 미래(아이)(3)

by 조작가Join

‘포기’에서 ‘제자리’로


방문 학습 교사를 1년 정도 하고 나서 그만뒀습니다. 그러고 나서, 6개월 정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통풍도 시작됐습니다.

해가지면 정신이 맑아지고, 해가 뜨면 울적해졌습니다. 체중도 많이 빠져서 중학교 3학년 이후로 68킬로그램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숫자가 62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죽음이 목전에 있다는 생각이 잠시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포기하지 않으면, 또 다른 기회가 있나 봅니다.


어느 날 선배와 만나기 위해서 서울 신촌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선배의 친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기존에 알고 지낸 분이었습니다. 인사하던 중, 당장 다음 달에 행사가 있는데 진행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요청을 수락하기 힘들었습니다. 당시 제 통장에는 10만 원도 없었기에 행사 진행을 위한 교통비와 식비조차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행사 진행비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재능기부였습니다. 하지만, 거절할 이유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모든 걸 포기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행사는 성공리에 진행됐습니다. 금전적인 부분은 신기하게도 모두 채워졌습니다.

모두 고마워했고, 오랜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돼 새로운 열정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뭔가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일하는 동안 불면증에서도 조금씩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저의 노력에 보답하고 싶었는지 행사를 부탁한 선배는 통일과 관련한 민간단체의 자리를 저에게 추천해 줬습니다. 솔직히 통일과 관련한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당시 단체 사정도 당장 2개월 안에 큰 행사를 치러야 했고, 저 역시도 일자리를 찾아야 했기에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2달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행사를 잘 치렀습니다. 행사 직후 다른 임원께 소개되는 자리가 있었는데, 행사 분위기가 워낙 좋았기에 저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각인 됐습니다. 행사까지만 임시직으로 맡은 자리였는데, 행사 직후 고정직으로 전환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월급이 160만 원이었으니 당시 시급 기준보다 조금 더 많이 받는 수준이었습니다.

어쨌든, 시민단체에 다시 몸담게 됐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단체에서 일하면서 1년쯤 지났을 때, 임원 중 한 분이 조심스레 이상형을 물어보셨습니다.


“조국장은 어떤 여성을 좋아하지?”

“믿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성,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여성, 같이 다녀도 부끄럽지 않은 외모를 가진 여성입니다.”

“나이는?”

“저는 기본적으로 연상은 만난 적이 없어서 나이는 저보다 어렸으면 좋겠습니다.”

“음. 나이야 숫자에 불과하지. 열정이 중요한 거니까. 나이가 어려도 열정이 없으면 노인과 다를 바 없잖아.”

“그렇긴 하죠.”


직감적으로 누군가 소개해 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서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싶다면, 사람을 만나야만 합니다. 저도 ‘운명적인 만남’이나 ‘첫눈에 반했어’와 같은 말을 믿습니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만나도 결혼하지 못할 수 있고, 첫눈에 반했어도 반드시 연이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서른이 넘은 청년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님 세대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소수의 사람을 조심스럽게 진지하게 만나 보기를 권하십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렇게 조신(操身)한 만남이 대세였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결혼 전에 동거도 하고 결혼 후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가볍게 사람을 만난다는 비판도 있지만, 평생 살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한 측면만을 보면서 비판할 게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견해는 운명을 기다리기보다는 운명을 찾아 나서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혼기를 놓치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울 수 있는 반려자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이성을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을 생각하면 안정적인 삶을 떠올립니다. 안정적인 수입, 그리고 자동차 한 대, 나이가 좀 더 들면 그럴듯한 집 한 채. 대부분 물질적인 부분입니다. 물론, 심리적인 안정이 추가되기도 합니다(특히, 저한테 결혼은 평생 가져보지 못한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먼저 결혼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안정적인 가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불안하고, 위태하고, 낯선 나날의 연속입니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던 남녀의 결합, 이후의 어울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남성이 가부장적인 사고로 무장 돼 있다면, 현대 결혼생활은 남녀 모두에게 힘든 기간을 더 길게 연장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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