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과정'을 살아간다

3류 부모가 만드는 우리 미래(아이)(4)

by 조작가Join

첫 만남에서 결혼까지


“여보세요.”

“조국장, 이번 주 금요일에 우리 모임에서 MT가 있는데, 같이 갈 수 있나?”

“네. 특별한 일이 없으니, 함께 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금요일 6시에 000에서 보자고.”


여러 모임에서 MT를 기획하고 참여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참석 요청에도 기꺼이 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5시 30분쯤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저를 초대해주신 분이 먼저 와 계셨습니다.


“조국장, 오늘 가면 지난번에 말한 000가 있을거야.”

“네.”

“그런데, 조국장이 몇 살이지?”

“네. 제가 올해 서른셋입니다.”

“음. 그러면 그 친구가 한 살 더 많네.”


그러면서, 소개해주기로 한 여성의 이력을 죽 설명해주셨습니다. 듣고 있다 보니, 잘 될 거 같은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일반 상식적인 차원에서 보면 시민 운동하는 서른 넘은 청년과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래 법조인과 어울린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으니까요.

후에 후배와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하는 말이 “그런 사람이 형 같은 사람을 왜 만나겠어요?”였습니다. 후배의 말이 당연히 좋지 않았지만, 저도 바로“그렇지?”라고 수긍할 정도였으니,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날 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잠시 인사를 나눴습니다. 물과 모래가 가득한 해변의 파도 소리의 응원 소리가 가득하고 별이 가득한 낭만적인, 연애하기 딱 좋은 하늘 아래였습니다. 하지만, 여름의 짧은 어두운 밤의 시샘이었을까요? 제대로 대화하면서 서로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안녕하세요. 000입니다.”

“네. 저는 000입니다.”


이게 끝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국내에는 처음으로 등장한 스마트폰 관련 이야기를 잠시 나눴습니다. 이쯤 되면, 결론은 뻔합니다. ‘인연이 아니네.’라고 생각하며 상황 종료를 서로의 마음과 머릿속에 넣고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어색하게 던진 첫인사의 결과는 현재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며 하루의 파이팅을 외쳐주는 사이가 됐네요.

어색한 첫 만남 이후 주선자의 도움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만남 이후 관계가 좋은 쪽으로 발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서로 ‘인연이 아니다.’라는 확신에 확신을 더해 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참 모르는 일입니다. 정말 속단해서는 안 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감정의 전환이 일어났고, 이후 좋은 만남으로 연결됐습니다. 서로 너무나 다른 상황이고, 다른 성격이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 데, ‘바라보는 곳(비전)’이 같았습니다.


『어린 왕자』의 작가로 유명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는 그의 다른 책 『바람과 모래와 별들』에서 “경험을 통해 보건대,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생겨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부는 ‘사랑’할 조건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연인들과 같은 불타는 열정도 있었습니다. MT에서 첫 만남 이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사귀게 됐고, 사귄 지 열흘 만에 제가“우리 결혼하자!”라고 청혼했습니다. 제 말에 아내는 “그래!”라고 망설이지 않고 대답해줬고요.

그리고 여러 과정 – 아내 친구들과 만남, 가족과 만남, 상견례, 아내 은사님과 만남, 정식 프로포즈 등 - 을 거쳐 다음 해 1월에 결혼했습니다. 사귄 지 6개월 만이고, 처음 만난 날부터 따져도 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말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을 진행한 것이죠.


첫눈에 반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겉으로 볼 때, 평소에 생각했던 반려자 상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만남의 과정을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았고, 이후 다툼의 상황 속에서도 서로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대학 시절부터 생각했던 ‘평생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결혼 초기의 달콤함은 정말 짧습니다. 어렵게 결혼했어도 용광로 같은 에너지는 결혼 이전에 다 써버린 것인지, 결혼 후에 얼마 유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선배들이 말하는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말을 깨닫기까지도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다투기도 하고, 서로 이해하지 못해서 격전을 치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잘 겪고 극복해야 부부가 더 친밀해지고 그 가운데 2세 계획을 세우고, 준비합니다.


종종 자신의 짝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기다린다고 말하는 후배나 동기를 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으면, 반려자는 만날 수 없습니다. 인생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닙니다. 그런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허구와 현실은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단, 몇 시간 만에 모든 과정을 보여줘야 하는 작품 속에서는 운명 같은 요소를 많이 넣어야만 짧은 시간에 결혼도 하고, 아이들을 낳아서 가족까지 이루는 연대기를 묘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영화보다 훨씬 깁니다. 운명처럼 만났다고 하더라도 서로 노력이 없으면, 운명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라는 포기와 후회로 바뀌기 마련입니다.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운명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계속 노력해야 하고, 결혼 후에도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다시 이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수많은 이혼은 결혼의 이상을 현실화하지 못한 여전히 부족한(저를 포함) 사람들의 안타까운 처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이 돼 가는 ‘과정’이라고 하지, ‘결과’라고 하지 않는 이유를 아이 둘 아빠가 되고 나니, 조금씩 깨닫습니다. 마흔이 조금 넘은 나이에 인생을 이야기하는 게 성급한 감이 없진 않으나, 인간은 과정을 살아가지, 결과를 내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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