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둘만의 원칙을 정립할 때

3류 부모가 만드는 우리 미래(아이)(9)

by 조작가Join

신혼, 둘만의 원칙을 정립할 때


단둘만 지내는 신혼 생활을 거의 1년 했습니다. 큰 집은 아니었지만, 둘만의 공간으로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신혼부부처럼 아파트 등과 같은 전세를 얻지 않았고, 복층 오피스텔에 신혼집을 꾸렸습니다. 사실, 오피스텔에는 기본적인 가전제품이 갖춰져서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었습니다. 결혼 선물로 받은 매트리스가 가장 값비싼 가구였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서서히 채워 간다는 게 우리 부부의 공통 의견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생활 시설들이 잘 갖춰져서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종종 결혼 전에 보금자리와 혼수 문제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커플들이 있는데, 처음부터 서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각자의 부모님을 설득한다면(솔직히 어려운 설득일 수도 있습니다) 출발 자체는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아울러 결혼 전부터 서로 가사 분담의 원칙을 정했는데. 저는 결혼 전에 생각한 원칙이 있었고, 아내도 큰 수정을 원하지 않아서 문제없이 분담해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1. 요리는 남편이 한다.

2. 설거지는 남편이 한다.

3. 청소는 대체로 남편이 한다.

4. 빨래(세탁기)는 아내가 한다.

5. 빨래를 널거나 정리하는 건 함께 한다.

6.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이 적극적으로 돌본다.


보시면 알겠지만, 아내가 이의를 제기할만한 곳이 별로 없습니다. 제가 당시 자신 없었던 빨래 정도만 아내와 함께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저의 역할로 돌렸습니다. 현재 결혼 10년째인데 여전히 원칙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오히려 종종 아내가 “오늘은 내가 할게.”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아내가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아닙니다. 위에 적힌 내용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들도 꽤 많습니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면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계속 발생합니다. 그럴 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잘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 아내는 당황스러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합니다. 그 외에 아빠가 알 수 없는 부분을 일일이 체크해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정리하고 사용하는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가끔 아내가 물어봅니다.


“설거지하고, 요리하고, 애들 돌보는 거 귀찮지 않아?”

“귀찮지. 그런데, 내가 약속한 거잖아. 그래서 한 번도 여보한테 불만이나 불평한 적 없었지. 내가 한다고 했으니까.”


다만, 최근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빨래 분야도 제 몫이 됐습니다.


1년을 예쁘게 살았습니다. 물론, 신혼 초에도 여러 번 다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곤’이가 생긴 다음부터는 다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신혼집 임대 종료 기간이 다가와서 출산 준비를 위해서 저의 본가(아내한테는 시댁)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남편의 본가, 아내의 시댁


임신한 아내의 편리를 위해서 처가에 들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저의 본가로 들어가기로 한 이유는 우선, 물리적 거리가 가까웠습니다. 우리 부부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대구에 있는 처가로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와 아내, 즉 고부간 관계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어머니와 아내도 찬성해서 어려움 없이 이사를 결정할 수 있었죠. 사실, 아내가 더 적극적으로 원한 일이었습니다.

그해 겨울은 꽤 추웠습니다. 특히, 부모님 댁이 파주여서 일산보다 더 추웠습니다. 아파트 같은 공간이면 조금 덜 했을 텐데, 그런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집 앞에는 휑한 마당이 펼쳐져 있고, 그 앞길은 둑길인데 그 아래로는 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흘렀던 물은 추운 겨울에 썰매를 탈만큼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특히, 그해에는 칼바람이 기승을 떨쳐서 밖으로 나가는 게 쉽지 않을 만큼 추웠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새벽에 폭설이 내렸는데, 새벽부터 눈을 치워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동차 운행이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번은 폭설이 내려서 새벽 4시부터 눈을 치우고 들어오니 기진맥진해져서 밖에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워낙 외진 곳에 집이 있다 보니, 아이를 가진 아내가 따뜻하게 샤워할 수 있는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내는 데는 불편함이 없지만, 겨울은 정상적으로 지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더 미안한 부분을 고백한다면, 집 구조는 우리가 머무는 독채와 부모님이 주무시는 본채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채에는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본채까지 거리는 1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낮에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밤에 화장실에 다녀오려면 꽤 번거로운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더 힘들었습니다.

종종 아내는 새벽에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초기에는 같이 다녀왔지만, 나중에는 아내 혼자 다녀오게 했습니다. 이유는 ‘피곤해서’였습니다. 당연히 함께 다녀와야 할 화장실인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저의 처신을 생각하면 아내한테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이런 생각을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아내가 큰 결심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상황을 다 알면서도 결정했기에 당시 아내의 결단은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봐도 굉장한 일이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우리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아곤’이는 모두 즐겁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다니고 있었기에 매일 학교에 나갔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어머니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을 먹으면서 임신 말기를 잘 보냈습니다. 특히, 아내가 칼국수를 자주 해달라고 해서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밀가루 반죽을 자주 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아내는 즐겁게 ‘아곤’이와 놀면서 ‘아곤’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고, 저 또한 일찍 집에 들어와서 아내와 ‘아곤’이랑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추웠지만, 둘에서 셋이 되니 더 따뜻했습니다. ‘소확행’으로 가득한 나날이었습니다. 원래 체력이 좋지 않고, 연애 시절에 감기를 달고 살던 아내도 ‘아곤’이와 함께하고 나서는 체력도 좋아지고, 감기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안아가 있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했던 시절이었어.” 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곤’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효녀였네요.

그리고 누구나 걱정하는 고부간의 갈등은 다른 집 일인 것처럼 치부할 정도로 어머니와 아내의 관계도 정말 좋았습니다. ‘역시, 우리 집은 달라.’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매일 집을 나설 수 있었죠.

좋은 아빠 TIP


1. 대화를 많이 나누세요. 서로 솔직한 대화가 부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종종 ‘이심전심(以心傳心)’을 외치면서 서로 눈빛만 봐도 다 알 것처럼 생각하는 부부가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다른 사람이고, 그래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대화 중에는 분명 아이와 관련한 부분도 있기 마련입니다. 아이와 관련한 정보 공유는 ‘좋은 아빠’가 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2.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합니다. 성별에 맞는 역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분담을 하면 됩니다. 남자라서 못하고 여자라서 못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황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있어야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특히 자녀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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