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상 읽기 : 1부 4차 산업혁명과 국가(19)

가시 없는 장미가 있을까?

by 조작가Join

빛은 그림자를 동반한다

인류 역사는 어둠과 전쟁이었다. 인간은 이 전쟁에서 승리해서 어둠을 몰아내 보이지 않는 공포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조명으로 환하게 비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자연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은 과학 기술을 택했으며, 미래도 과학 기술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술적으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블루칼라들의 직장이 먼저 사라질 것이고, 화이트칼라의 직업도 사라질 것이다. 단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면, 그 일자리는 기계와 로봇이 대체한다. 이미,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 푸드점에서는 기계가 모든 햄버거를 만드는 매장도 있다. 한편,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장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인간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서 창의적이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거로 예측한다.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잠시 살펴보자.

인공지능을 떠올리면, 알파고를 생각하고 이세돌 9단의 패배를 충격으로 느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문가들의 반응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에요. 생각해 보세요. 자동차가 인간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을 놀랍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였다. 인공지능이 실수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실수보다는 훨씬 적다. IBM에서 만들어낸 왓슨(Watson)은 의료분야에서 사용하는데, 인간 의사가 50% 수준의 암 진단율을 보여주는 데 비해 왓슨은 폐암 98%, 대장암 98%, 직장암 96% 수준의 진단율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2016년까지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총 17회의 가벼운 접촉 사고와 버스와의 저속 접촉 사고 1회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접촉 사고는 무인 자동차가 아니라 상대 차량 인간 운전자의 실수였고, 1건이 소프트웨어가 오류를 일으켜서 발생한 사고라고 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쉬지도 않고 일하고, 불만도 없으며, 실수도 덜 하는 인공지능을 인간 대신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마틴 포드는 『로봇의 부상』에서 “불경기가 시작되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다시 호황기를 맞으면 고용이 촉진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생산력은 향상됐지만,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았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동화로 인해 숙련직 근로자가 10 - 20%만 일자리를 잃어도 ‘대파국’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가 실현되면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을 다시 고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당장 로봇이나 인공지능 등이 모든 일을 대체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을 통해 직업을 구하거나 새로운 일자리 - 기계가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분야 - 를 창출하면 된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말은 쉽다.

‘끓는 물 안의 개구리(boiling frog)’

그러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끓는 물 안의 개구리(boiling frog)’와 같다. 이러한 낙관론은 부정론을 극복하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그러면 될 것이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주로 한다. 실제로 나타난 여러 자료를 보면, 제도적인 재교육으로 새로운 일자리에 고용되거나 창의적인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에서는 “선진국의 교육 기간이 약 13년을 조금 상회하지만, 교육만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지 못했으며, 새로운 기술의 혁신이 도래할 때 교육제도가 유연하게 대처하지도 못했다”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고, 혹 수치적으로는 떨어졌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취업이 아니다. 2017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체감 실업률은 34.5%로 추정된다. 아울러 고학력자들 – 대학 졸업자 이상 - 을 대상으로 한 적절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교육제도가 어느 정도 갖춰진 국가라면 사회문제로 대두한지 오래다.


‘림보 세대(Limbo Generation)’라는 표현이 이러한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상은 새로운 자격증과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은 적은 수의 지식 엘리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타일러 코웬의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수학 능력과 분석기술이 좋은 사람,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알고 수월하게 작업하는 사람, 그 외에도 마케팅 등 테크놀로지와 직무 관련성이 적은 영역에서 컴퓨터를 직관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 등”이라고 언급하고 이런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림보 세대 : 림보 세대는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경력조차 쌓지 못하고 희망이나 가능성 없는 일에 내몰리는 20대를 말한다.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 4.0이 진행되면서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기업 등이 리쇼어링(Reshoring)해서 고용이 증가했다는 긍정적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연히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공장도 다시 지어야 하고, 다양한 관련 시설도 만들어져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 팩토리를 추구하더라도 기계를 관리하는 근로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더 자동화된 공장에서 과거처럼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에서는 “기존에는 600명이 담당했던 업무를 10명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한다. 즉, 다시 본국으로 기업이 리쇼어링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용 창출효과는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공장이 이전되면 그동안 착취에 가깝게 일했던 3세계의 아디다스 근로자들은 어떻게 될까?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면, 새롭게 고용된 근로자보다 훨씬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게 된다. 원래 본국의 인건비가 높아져서 훨씬 저렴한 지역으로 아웃소싱(outsourcing)한 것 아닌가?

정리하면,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해외로 이전했고, 다시 돌아오면서 국가적 환대와 지원을 받는다. 아울러 원래보다 훨씬 적은 인력을 고용하면서 생색까지 내는 모양새다.


디지털 경제는 FREE일까?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FREE』에서 디지털 경제의 장점을 나열한다. 그중 핵심은 거의 비용 제로이다. 굉장히 듣기 좋은 소리다. 그리고 디지털화로 음원, 도서 등을 무료로 구하고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는 일자리 창출에는 실패한다.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경제 자체가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게 기본 목표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문화 전문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 (David Sax)의 『아날로그의 반격』에서는 “디지털 기술은 일자리 창출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역할만을 했다”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기업 자체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라고 첨언 한다.


이어서 롤랜드버거(Roland Berge)의 『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를 보면, “디지털화는 개인의 유연성을 신장시키고 전체적으로 볼 때 비용적인 효율성을 증가시키지만, 직원 간의 계층 구조 문제와 '디지털 네이티브'와 인터넷 이전 세대와의 격차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한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인들의 교육 수준은 높아졌지만, 취업하기는 점점 힘들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선 적절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으며, 기존 기업도 신입사원을 선발하기보다 이미 충분한 경험이 있는 인재를 채용한다.


그리고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옛말이다.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많은 직장이 구글과 같은 형태로 일정한 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한 직원은 퇴출한다.”

개인에게 안정적인 직장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공유경제의 선구자이자 세계 최대 자동차 공유(Car-Sharing)기업 집카(Zipcar®)와 버즈카(Buzzcar)의 창립자 로빈 체이스(Robin Chase)의 『공유경제의 시대』에서는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1937년에는 75년, 1960년에는 65년, 1980년에는 37년, 2000년 26년이었고, 오늘날에는 15년이다.”라고 하면서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도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 경제로 누릴 수 있는 ‘공짜’는 진정 존재하는 것일까? 음원을 무료로 듣고, 무료 책을 아무 때나 읽을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실업과 기업의 존폐 위기일 수도 있다.


작가: 조연호, 편집: 안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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