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상 읽기 : 1부 4차 산업혁명과 국가(20)

우려되는 우리의 현실

by 조작가Join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 준비 완료

지금까지는 빈부의 격차, 계층 간 갈등, 세대 차이 등 부정적인 면이 있었어도 생산력 향상으로 드러나는 성장 수치가 이 모든 문제점을 덮을 수 있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었기에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견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이 소유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못하고 알람조차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인구가 생산인구만큼이나 많아지는 세상 – 초고령화 시대 - 에서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폭풍을 견뎌낼 수 있을까?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같은 거대한 국가도 4차 산업혁명의 엑셀레이터를 거침없이 밟고 있다. 미국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와 더불어 거대한 플랫폼 사업에 있어서 독보적이며, 독일은 제조업 분야의 생산인구 하락 문제를 스마트 팩토리로 극복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세계에서 제일 심각한 고령화 국가여서 로봇 분야와 사물인터넷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개발하고 있다.

중국, 역시 지금까지는 세계 공장으로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 중심 국가였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핵심적인 기술로 승부 걸겠다는 각오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서 크리에이티드 인 차이나(Created in China)로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이처럼 각국은 자국의 현실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서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4차 산업혁명의 광풍에 휩쓸렸고, 동시에 지방분권이라는 정치구조의 변화도 함께 논의했었다. 2019년 초에 공기관 관련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공모 사업에서 선정되기 힘들다고 했다. 이 말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4차 산업혁명이 커다란 이슈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4차산업’과 ‘4차 산업혁명’도 구분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즐비하고 산업혁명의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담당자와 전문가들이 관련 분야 사업을 심사한다고 생각할 때 그 당위성과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청년 취업과 관련해서 2017년 5월에 ‘장미 선거’로 불리는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을 치러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후보 시절에 81만 개의 일자리를 약속과 더불어 공무원도 임기 내 17만 명 이상을 충원하기로 해서 노량진과 신림동에 활기가 돈다는 뉴스가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약 수행도 쉽지 않아 보이고 이후의 행보를 따져봤을 때 새로운 혁명 시대와 엇박자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적폐 청산’이라는 용어가 선거 때는 효과적으로 활용됐더라도 당선 후에는 소통을 강조하는 정권이니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적폐’라는 용어는 당선 이후 2년 이상 계속 등장했다. 통합과 협력이 중요한 새로운 시대에 편 가르기 자체가 ‘적폐’이다.


4차 산업혁명이 경제에 국한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면, 과거청산 의미의 ‘적폐 청산’은 정치·사회적인 언어로만 이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경제, 정치, 사회, 문화는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정치, 경제, 문화의 경계가 정확했다고 생각한 국민이 얼마나 될까?

3명의 경제 관련 전문가들의 만담(?)을 책으로 출간한 『인플레이션의 시대』에서도 경제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81만 개의 일자리를 살펴보자. 81만 개라는 숫자는 나름의 논리와 방법이 있겠지만, 일자리는 창출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질과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 신생기업들이 대부분 수년 안에 문 닫는 현실에서 10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들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유웅환 박사는 국내에서 “2015년에 설립한 기업 중 현재(2018년)까지 남아 있는 기업은 39%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OECD 회원국 26개국 중 25위 수준이며, 1년 생존율은 62.6%, 2년 생존율은 47.5%, 즉, 절반 넘는 기업이 2년을 넘기지 못한다”라고 했다. 거대한 숫자로 환상을 주기보다는 형편에 맞는 수치와 지속적인 보장이 더 낫지 않을까?


다음은 공무원 17만 9천 명 이상의 증원에 관련한 부분이다.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무사안일(無事安逸)하고 복지부동(伏地不動)한 공무원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게 적절한 정책일까? 특히, 효율성을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절한 조치일까?


매일경제신문사에서 펴낸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자정부의 효과 등으로 투명성이 확보되고 공무원의 역할이 크게 줄면서 그 수가 감소하고 정부 역할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을 토대로 판단한다면, 공무원 증원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오히려 사일로 효과(silo effect)를 제거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업무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아래는 고용과 관련한 에피소드이다.


에피소드 1

필자는 2017년에 지방자치단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도중에 프로젝트 자체가 사라져 기획안조차 제출해 보지 못했다. 아래는 담당자와의 통화 내용이다.

필자 : 왜 프로젝트를 못 하게 된 거죠?

담당자 : 예. 일단, 죄송합니다. 내년에(2018년) 다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고 합니다.

필자 : 왜요?

담당자 : 내년에 배정된 예산은 대부분 일자리 창출이나, 시급 인상에 반영돼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필자 : 아, 저 같은 사람은 오히려 일자리 창출 사업 때문에 피해를 보는군요.

2018년에 진행하려 했던 프로젝트 지원금은 2억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자원으로 몇 명을 충원할 수 있을까? 단순한 계산으로 월 150만 원 수준의 인력, 11명 정도 고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산하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도 올려줘야 한다고 하니, 중앙정부의 지원 계획이 있을 테지만 현실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위의 예측보다 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은 공모 사업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추가적인 고용으로 기존 프리랜서들의 일거리가 줄어들 것을 고려한다면, 제로섬(zerosum)이 될 것이다.

다음은 시급과 관련한 에피소드다.


에피소드 2

자주 다녔던 편의점 점장과의 대화이다.

필자 : 시급이 7천5백 원 정도로 올라간다고 하던데요.

점장 : 그러면 우린 장사 몬 해요. 그러지 않아도 지금도 힘든데, 알바 이제 못 쓰는 거지.

필자 : 그럼 점장님이 계속하시나요?

점장 : 내가 알바 하는 거지요.

시급 올리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년 전 청문회에서 카이스트 교수가 졸속 시행이라고 주장해서 여당 의원들과 거친 토론을 한 적 있다. 주장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시급을 한국처럼 ‘폭력’적으로 올리는 국가는 거의 없으며, 많은 국가가 시급을 올리더라도 유예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급을 올리거나 분야별로 상황을 고려해서 시급 인상 시점을 조정한다”라는 내용이다.


일자리 창출과 시급 향상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중앙정부 정책의 조악(粗惡)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밀도 있게 분석해서 정책을 준비하고 실행한다고 하지만, 겉만 훑는 듯하다. 일자리 창출 문제와 시급(時給) 문제는 민생에 더 밀착해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장(場)’은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작가: 조연호, 편집: 안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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