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3월 13일(일) 물리적 거리만이 아닙니다!!
오늘부터 주아는 격리 해제입니다. 크게 아프지 않아서 감사했고, 또 잘 극복하고 격리 해제돼서 감사했습니다. 참 감사라는 말은 쉽습니다. 작은 것에도 언제라도 감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잦은 분쟁, 다툼, 증오, 짜증 등이 즐비하지요. 자기 자녀를 사랑하듯이 남들을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십 분의 일만큼이라도 배려한다면 세상은 좀 더 활짝 갠 하늘 같지 않을까요?
주아는 1주일을 잘 견뎠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언니는 하루 남았고, 할머니께서는 확진자로 격리된 상태였으니까요. 어제와 달라진 것은 날짜만 바뀐 것이지 모든 게 그대로였습니다. 마스크도 그대로 쓰고, 먹는 것도 언니와 할머니와 함께 먹었습니다. 격리 해제됐다고 해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저와 뭔가를 같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조심해야 했습니다. 여전히 바이러스가 주아 체내에 남아있었을 테니까요.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안아와 주아와 스킨십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주아가 다가오는 게 어색했습니다.
‘이러다가 다시 안고 뽀뽀하는 건 더 시간이 걸리겠는 걸!’
막내딸의 귀여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도 다가오는 딸을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됩니다.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자녀의 접촉에도 이렇게 민감한 것을 보면, 코로나 격리는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감정적인 거리까지도 멀게 만든 듯합니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까지 해소되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할까요? 이런 시절에 대선을 치렀으니, 서로를 존중하기보다는 비난한 게 당연한 듯합니다.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감정적 대립이 여느 때보다 더 심했다고 느껴진 것도 이해가 됐습니다.
어쨌든 내일부터는 안아도 격리 해제돼 학교에 가야 했으니, 아이들의 등원과 등교 준비를 해줘야 했습니다.
‘오늘은 대청소를 해야겠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소독제품을 더 가져다 달라고 하고 락스를 준비해서 화장실부터 깨끗하게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낮에는 아이들이 지냈던 방에 들어가서 환기를 하고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그동안 덮고 깔고 했던 이불을 모두 가지고 나와서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빨래는 한 번에 다 돌릴 수 없어서 하루 종일 세탁기와 건조기가 돌았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서 집에 들인 이후로 이렇게 열 일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거의 저녁때가 돼서야 이불 빨래가 끝났습니다. 그다음은 수건과 일반 빨래였습니다. 쉴 틈 없이 세탁기와 건조기가 돌았고, 저는 어수선한 집을 정돈했습니다.
그리고 저녁때, 안아의 격리 해제를 기념해서
“안아야, 넌 뭐 먹고 싶어?”
“치킨요!!”
주아의 피자에 이어, 안아의 치킨이었습니다. 아이들이야 큰 불만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할머니는 어땠을까요? 잠시 당황하셨지만, 말없이 수긍하시고 치킨 몇 조각으로 저녁을 때우셨습니다. 그동안 저는 환자들의 건강과 회복을 위해서 삼계탕, 갈비탕, 설렁탕, 죽, 초밥, 토스트 등 다양한 음식과 더불어 딸기, 오렌지, 토마토 등 야채와 과일도 부지런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도 끼니때만 되면 고민이 됐습니다. 사실, 남는 음식으로 제 끼니를 때웠으니, 제 기호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혹 음식이 부족하면(거의 그럴 일은 없었지만) 컵라면과 찬밥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메뉴여서 나쁘지 않았지만 …
저녁까지 다 먹고 치우고 나서 본격적으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작은 선반에 올려져 있는 목욕용품, 화장품 등을 모두 내려놓고 깨끗이 닦았습니다. 바닥은 곰팡이 제거제를 뿌려서 닦고, 변기도 광이 날 정도로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작은 욕실이었는데, 거의 한 시간 넘게 청소했습니다.
‘이러다가 내가 몸살 나겠는 걸?’
더운 날씨도 아니었는데, 이마에서는 비 오듯 땀이 쏟아졌습니다. 화장실 청소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거실도 뽀로로 매트와 식탁 아래까지 소독제를 뿌려 가면서 청소했습니다. 어수선했던 거실이 정말 역대 급으로 깨끗해졌고, 화장실도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깨끗한 수준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제 기분도 좋아지고 코로나에서 해방된 가족의 새로운 일상 시작 준비가 끝난 듯했습니다. 몸은 지쳤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비 오듯 땀이 난 덕분에 샤워하는 기분이 더 좋았고요. 사실, 평소 같았으면 노동이라고 하면서 힘겹게 했을 텐데, 코로나 가족에서 다시 일상 가족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노동보다는 일처럼 여겨졌습니다.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노동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정신적・육체적 행위라면, 일은 개인의 발전과 계발을 위해 자원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일을 인간의 조건으로 내 걸기도 했고요.
다시, 혼자만의 방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내일이 되면 아이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겠구나!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