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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지방분권 이야기"

2부 지방분권이 발전하기 위해서(4)

by 조작가Join

1) 리더가 중심에 선 지방자치단체 : 남양주 시


28개 지역, 30기관(관공서, 사회적 기업 등)을 다니는 동안 단체장을 직접 인터뷰한 사례는 딱 한 번이었습니다. 본인의 임기 내에 설립한 도서관을 홍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 직접 취재에 응한 것이었죠. 도서관의 설립 목적, 배경, 그리고 세세한 프로그램까지 단체장이 잘 알고 있었고, 특색 있는 도서관 건립 과정을 브리핑해주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사일로(silo)’가 가득한 관공서 사무실의 분위기를 ‘스마트 오피스’로 바꾸기 위해서 여러 모로 아이디어를 내서 시행 중이었고요.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단체장은 공무원의 인사권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단체장일지라도 앞에서는 웃으면서 지시에 순응해야합니다. 리더는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공무원과 소통해야 합니다. 종종 대중은 리더 한 명보다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플라톤’이 민주주의 맹점으로 지적한 ‘중우정치(衆愚政治)’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리더가 혼자 옳다고 주장한다면, 바로 ‘독재’가 됩니다. ‘중우정치’나 ‘독재’는 피해야 할 정치형태입니다.


현재 단체장의 권한은 지역 내에서만큼은 ‘무소불위(無所不爲)’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기 전까지는 그렇습니다. 지역 내에서만큼은 특혜를 줄 수도 있고, 본인의 공약을 임기 내에 강력하게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심판은 다음 선거에서 결정됩니다. 그러나 현재 중앙정치가 과하게 ‘빅뱅’된 대한민국에서는 정당의 색깔이 단체장의 치적보다 우선하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잘 한 자치단체장이라도 정당 색깔로 인해서 낙선하기도 하고, 그 반대도 가능한 게 우리 정치 현실입니다.

취재 시에 만났던 단체장은 소신이 분명했습니다. 정치적 소신과 정책적 비전이 명확했던 단체장으로 기억합니다. 본인이 속한 정당의 정책까지도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치 소신을 역설했습니다. 그 아래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표정은 다소 위축돼 있었지만, 단체장의 비전에는 동의하는 듯했습니다. 게다가 단체장이 추진한 정책 사업이 외부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으니, 단체장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방단체장은 스타트업의 CEO가 아닙니다. 물론, 강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어서 ‘진두지휘(陣頭指揮)’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다양한 지역 주민을 위해서 폭넓은 통치 마인드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CEO출신 기업인 출신 정치인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통령제의 대표적인 국가 미국도 전문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이 선출됐을 때의 평가는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CEO출신 정치인들의 성적표는 좋은 편이 아닙니다. 최초 CEO출신 대통령은 수감 중이며, CEO시절의 인기를 바탕으로 정치에 발을 디딘 정치인도 정치적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리고 리더라는 직책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직책은 시장인데, 실제로 말단 공무원처럼 사사건건 간섭하다 보면,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수도 있습니다. 역으로 실무를 제대로 모르고 비전만 앞선다면,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러니 실무 경험도 충분히 있으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이 있어야 하고, 공무원과 시민들에게 본인의 비전을 잘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은 지역의 단체장이라 하더라도 실력(실무 + 비전제시)이 없는 사람이 단체장 자리에 앉아 있다면, 임기 동안 그 지역은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2) 열정 + 전문성 = ‘좋은 공무원’ : 남구(대구), 증평군


‘좋은 리더’ 이상으로 ‘좋은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사실, 리더는 빠르면 4년에 한 번 교체됩니다. 법적으로 세 번 연임이 가능하기에 최대 12년 동안 할 수 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연임까지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12년은 거의 독재에 가깝습니다). 꽤 오랜 기간 단체장을 할 수 있지만, 공무원과 비교하면 길지 않습니다. 공무원을 폄하하는 표현으로 ‘철밥통’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정년까지 보장되는 단단한 직장이라는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장이 없다 보니 안정적인 인생을 설계할 때, 한 번쯤은 생각하는 직업군입니다. 최근에 그 인기가 다소 수그러들었다고 하지만, 10년 넘게 청소년들의 직업 선호도에서 5위 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근무 기간도 20 ~ 30년 이상 되니, 지속성도 단체장과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요? 자치단체장의 총애를 받아 진급도 빨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공무원이 다른 단체장을 추종하긴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은 그렇게 진급한 후에 단체장이 바뀌면, 어떨까요? 주요 보직에서 밀릴 수 있을지언정 직책과 호봉은 바뀌지 않습니다. 즉, 어느 정도 권한을 계속 유지합니다. 실제로 아랫사람들한테는 자치단체장보다 바로 위 상관이 더 중요한 사람일 수도 있고요. 더 오랜 기간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니까요.


우수사례로 선정된 지역의 공무원들과 인터뷰할 때, 공통점으로 느꼈던 부분이 ‘열정’과 ‘전문성’이었습니다. 본인이 기획하고 참여했던 사업에 대해서 완벽하게 꿰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었고, 성공적인 사업 결과에도 정주하지 않고 정진했습니다. 마치, 징기츠칸의 기마병처럼 새로운 땅을 정복하기 위해서 주마가편(走馬加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기획 사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작은 마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주민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지원했지만 선정되지 못한 사업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준비해서 도전하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만난 공무원 중에는 대한민국에서 자치지역으로는 가장 연원이 짧은 증평군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가장 작고, 짧은 연원이라는 약점과 인근 거리에는 괴산군, 청주시 등 훨씬 큰 지역이 있어서 지역적 악재도 있었지만 증평군은 6년 연속 우수사업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뷰한 공무원은 열정이 가득했고, 전문성과 관련해서도 나무랄 때 없었습니다.

덧붙여서 대구광역시 남구는 총 4차례 우수사례로 선정됐는데, 취재 시 만났던 분은 퇴직하신 분이었습니다. 자치단체장이 새로운 보직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서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공무 생활을 연장하고 있었습니다. 현직 공무원과 비교해서 열정이 부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수 사례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역사를 잘 알고 있어서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충청북도 증평군과 대구광역시 남구에서 만났던 두 분의 공무원은 지역의 ‘찐’스토리텔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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