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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지방분권 이야기"

2부 지방분권이 발전하기 위해서(5)

by 조작가Join


3) 지역에 관심 두고 활동하는 ‘좋은 주민’ : 홍성군, 남구(인천), 부천시(경기도), 산외면(경남 밀양시)


지방자치제가 재 시행 된 지(1991년부터), 30년이 넘었습니다. 초기에는 대선과 지방선거 기간이 엇갈려 있어서 정권의 중간 평가 차원에서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선거 시기가 비슷할 때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받았고요. 그 예로 지난 제7회,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기간 대통령의 지지율은 두 번 다 50%이상이었고 그 여파로 지방선거도 여당이 압승했습니다.

현재와 같이 중앙정치의 그늘 아래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일단, 주민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동떨어진 정치 행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작은 지역 단위에 거주하는 일반 주민의 삶에 대통령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특히, 양당제로 거의 굳혀가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 그리고 남북으로 대치된 상황에서 이념적 자유가 제한된 현재 정치 분위기에서 양당은 거의 비슷한 공약을, 다른 사람의 입으로 조금 다르게 포효할 뿐입니다. 그러니,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를 비방하는 흑색선전이 주를 이루는 것이죠. 지난 지방 선거에서도 경기도 유력 후보자들의 선거 기간 유세를 보면, 정책 대결보다는 지난 대선 시 불거진 대선 후보의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서 다투는 모양새였습니다. 경기도 도지사를 선출하는 데, 대통령 당선자와 낙선자의 대리전이라는 표현이 계속 등장했는데, 사실 어색한 장면 아닌가요? 그러나 유권자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정책보다는 자극적인 요소에 더 열렬히 반응합니다. 오죽하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아니라 ‘최악이 아닌 차악’이라는 말이 떠 돌까요?

이런 중앙정치에 영향을 받는 지방자치단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를 보완하고, 때로는 탈 중앙정치를 추구해야 해야 하는 데, 현재는 그럴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일단, 유권자가 지방정치보다 중앙정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지방정치를 그 아류로 생각하니까요.


물론,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방분권’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 얼마 전부터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한테 ‘로컬크리에이터’라는 표현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계속해서 균형발전이라는 깃발아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고 있지만,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방의 우수사례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점은 균형발전사업도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단 한 차례도 우수사례에 선정된 적 없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여러 차례 선정된 지역도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지방분권을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지역 주민이 지방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역 주민이 지역에 관심을 두면 지역이 바뀝니다. 예를 들어서 부천시(경기도)는 어디서든 10분 이내에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지역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을까요(순천(전라남도)을 취재할 때 담당 공무원이 “순천은 전국에서 1인 인구 당 도서관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은 만족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5분 내로 단축하기 위해서 도서관을 더 많이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지역 전반에 퍼지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많아졌습니다. ‘유네스코 창의 도시 선정’이라는 쾌거도 결국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얻은 성과고요.

반대로 우수사례로 선정됐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반쯤 폐업상태인 곳도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좋은 건물이고, 야외에는 좋은 공연장까지 설치했지만, 사용자가 없으니 기본적인 운영비조차(전기세 등) 마련하기 힘든 곳도 있었습니다. 물론, 방문한 지역은 촌락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운영자도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었고요. 이때 ‘역시 고령화된 지역은 발전하기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습니다. 역시 고령화된 지역으로 취재 갔는데, 이곳은 열정적으로 시설을 관리하고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아예 설계부터 태양광을 이용하도록 해서 운영비 자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똑같이 어려운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지만, 대응하는 모습은 달랐습니다. 그리고 취재 시 시설 담당자뿐만 아니라, 면장, 밀양 시 담당 공무원까지 취재에 응해줬습니다.


이처럼 지역 주민으로서 소소한 역할(동아리 수준)을 하면서 생활 복지를 추구하는 지역이 있었다면, 더 발전한 지역도 있었습니다. 아예 민관거버넌스 형태로 지방정치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홍성군에는 정기적으로 민관이 모여서 지역 내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려는 상설 기구가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이권 다툼이 생기고 사익이 공익을 우선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홍성군의 민관거버넌스는 자원(예산 등)을 분배하는 논의가 아니라 지역의 비전을 나누고,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단체를 알리기도 하고, 서로 협력할 것들을 논의하는 회의체였습니다. 좋은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위해서 민관이 함께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죠. 사실, 이 정도 수준의 민관거버넌스는 수도권은 물론,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서울은 많은 인구와 단체가 있어서 다양한 소리를 냅니다.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대 자원이 몰린 지역이다 보니, 결국 단체의 이익을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로비활동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인구가 적은 ‘군’단위에서 누군가가 자원을 쟁취하기 위해 애쓴다면, 당연히 모든 주민이 알게 될 테니, 감히 사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을까요? 그리고 부족한 자원 등을 최대한 주민이 협력해서 활용하려고 하니, 결국 협력조직을 만들 수밖에 없었죠. 물론, 지역의 역사성(독립운동 등)과 리더, 공무원, 주민 등의 요소가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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