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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지방분권 이야기"

3부 미래 지방분권의 주민은 청소년(5)

by 조작가Join

‘좋은 공무원’이 되자!


지난 정부(문재인)는 공약으로 공무원 숫자를 늘린다고 했습니다. 이런 공약은 선심성 공약이자, 포퓰리즘입니다. 디지털화가 정착했고, 전자 민주주의의 실현과 확대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그런데도 일자리 창출이라는 무거운 짐을 잠시나마 가려 놓기 위해서 억지로 추진했습니다. 현재 공무원과 관련한 문제는 인력 부족이 아니라 ‘사일로 현상’입니다. 당장 옆에 있는 공무원 한 명만 자리에 없어도 관련한 민원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필자가 관공서에 전화하면서 종종 들었던 이야기가 “담당자가 자리에 안 계셔서요.” 혹은, “담당자가 출장(휴가) 중이어서요.”등이었습니다. 민원인이 아무리 급해도 담당자가 없으면, 전화를 대신 받은 공무원이 할 수 있는 말은 위의 내용이 전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을 늘린다는 것은 국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물론, 분야에 따라서 인력 부족 현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족한 인력도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변화된다면 어느 정도 해소되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앉아서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공무원이 있다면, 가가호호를 방문하는 일에 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무원의 정년은 보장됩니다. 그래서 진급에서 밀리고 퇴직이 가까울수록 수동적으로 변합니다(필자가 지켜 본 사례도 여럿 있습니다). 정년까지 문제없이 버티기만 하면 안정적으로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모든 공무원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수동적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아울러 지방단체장들이 인사권을 갖고 있으니, 진급하기 위해서 때로는 과도한 충성심을 보입니다. 그러다가 단체장이 바뀌면 태세를 전환하거나, 아니면 좌천을 감수해야 합니다. 공무원은 정치 중립의 원칙을 지켜야 하나, 완벽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필자의 군 시절만 해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군인도 사적인 자리 혹은 부대 내에서는 정권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직업으로써 공무원은 주식으로 치면 상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최근에 다소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보입니다. 우상향한 그래프가 쉽게 내려올 기세를 보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청년이 공무원 시험을 치르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것이죠. 그러다 보니,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좋은 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래서 좋은 인재가 활약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좋은 밭을 제공해 주고 적극적으로 가르쳐 줘야 합니다. 현재 시군(구)단위 공무원 체계는 단체장 산하에 여러 국장이 있고, 국장 아래 여러 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과 산하에 팀이 있고 아래에 담당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공무원에 합격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A가 있습니다. A는 국가와 지역에 헌신하려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는 A의 창의성을 드러낼만한 일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서 상관에게 보고하면 눈총받기 일쑤였고요. “누가 책임 질 건데?”이한 마디에 A의 열정은 찬물이 뿌려진 모닥불처럼 사그라졌습니다. 현재 공무원 시스템 속에서는 천재적인 수준의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 한 진급은 연차별로 이뤄지고,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전부 누릴 수 있습니다.

도시 국가 싱가포르는 만 40세 육군참모 총장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영관급이 30대니까요. 실력보다는 구태의연한 체계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조직이 바로 공무원 조직입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청소년이 미래 직장으로 공무원을 서슴지 않고 적어내고, 청년들이 공시에 목을 맵니다. 이렇게만 따지면, 결국 ‘좋은 공무원’의 등장은 요원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수사례로 선정된 지역의 공무원들은 달랐습니다.


증평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늦게 자치지역으로 편성된 곳입니다. 괴산군에서 떨어져 나와 생성됐고, 처음에는 수년 안에 사라질 지역으로 인식됐던 곳입니다.

그러나 이곳에는 ‘좋은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무원을 중용했던 단체장이 있었고요. ‘좋은 공무원’은 지역의 현실을 잘 알았습니다. 애매하게 주변의 큰 지역(청주 등)을 좇아하지 않았습니다. 지역에 꼭 필요한 일을 먼저 수행했습니다. 지역의 ‘랜드마크’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작지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지역보다 앞서서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신 개념 도서관을 설립했고, 인재를 양성을 위한 장학제도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지역의 정신을 찾기 위해 대표적인 역사인물을 발견하고 계승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네 지역 중에 하나로 선정됐고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장학사업 3년 만에 국내 최고 대학 입학생을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증평읍내에 인구가 집중돼 있는 점을 적극 활용해서 도서관을 복합문화 시설로 설계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화 콘텐츠를 공급했습니다. 그 결과 충북에서 가장 큰 도시 – 청주시 - 와 연결되는 큰 도로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유출이 아니라 오히려 인구 유입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전국 군 단위에서 정말 보기 어려운 ‘스타벅스’가 위치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공무원’의 등장은 제도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에너지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증평군의 공무원들이라고 해서 좋은 조건에서 시작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존폐를 걱정했을 정도니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더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수 공무원의 열정과 단체장의 비전이 상보하면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죠.


청소년들이 ‘좋은 공무원’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흔히 말하는 ‘철밥통’ 공무원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솔직히 대부분 공무원은 첫 봉급을 받으면 허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적은 봉급에 그동안의 고생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공무원은 상대적인 안정을 택하고 부를 포기한 직업입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그렇습니다(싱가포르 같은 국가는 공무원의 봉급이 높습니다). 그러니 금전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공무원이 되는 길을 접어야 합니다. 아울러 진급도 빠르지 않으니, 성취감을 크게 느낄 수 있는 직업도 아닙니다. 따라서 ‘지역 일꾼’이라는 언어를 머리와 가슴에 깊게 새기고 ‘봉사하겠다’라는 각오를 항상 머리에 떠올리고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물질적 인센티브보다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좋은 공무원’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역 주민과 계속 소통해야 합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지역 주민과 소통을 잘했던 공무원이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할 수 있었고, 그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과거에는 상관의 명령에 잘 순응하는 게 괜찮은 공무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주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아이디어를 토대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공무원이 ‘좋은 공무원’입니다. 우수사례에 선정된 지역의 공무원들은 대부분 주민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지역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셋째,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참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은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필자가 20 – 30대 때 함께 일했던 공무원이 있습니다.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어려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 한 것인데 실패하자, 좌천됐습니다. 당시 답답한 심정을 필자에게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후에 다시 자리를 찾아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촉석봉정(矗石逢頂)’의 처지에 놓였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 ‘군계일학(群鷄一鶴)’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으니 다시 복귀한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실패는 좌천이라는 공식에서 탈피할 수 없습니다. 공무원 조직이 ‘Fail Fast’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타트업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시도조차 가로막는 현 상황은 역으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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