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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지방분권 이야기"

3부 미래 지방분권의 주민은 청소년(6)

by 조작가Join

‘좋은 시민’이 되자!


1990년 대 이후로 세계적으로 ‘거버먼트(Government)’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안으로 ‘거버넌스(Governance)’가 크게 부상했습니다. 거버넌스는 ‘(키를) 조종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Kubernan’에서 온 것으로 거버먼트와 유사하게 사용되었으나(혹은 거버먼트와 같은 의미로도 사용한다) 독일의 정치학자 칼 도이치(Karl w. Deutshcht)가 ‘키잡이 수로 안내인’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Kubernetics’에서 나온 사이버네틱스를 정치에 적용해 거버넌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고 합니다. 즉, 정부가 혼자서만 키를 잡고 국가를 운영하다가 시민 사회와 키를 나눠 잡고 역할 분담해서 나아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양자의 관계가 그동안은 수직적이었다면, 수평적인 관계로, 그 형태도 위계적인 형태에서 네트워크 형태로 변화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고요.

다시 말해서, 다원화된 세계를 잘 굴러가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치 축도 다원화해야만 했던 것이죠. 기존 관료들만으로는 국민, 혹은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도 어려웠고,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정책을 구상하고 실천한다고 해도 정작 그 수혜자들인 국민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겠죠? 그러다 보니, 이제 정책을 구상하는 데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민간차원의 참여, 논의, 평가 등이 절실해졌습니다. 이렇게 민간차원이 성장하게 원인으로는 경제발전과 고등교육의 확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960년대에 ‘보릿고개’가 존재했습니다. 하루 세끼조차 제대로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죠.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가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더욱이 독재정치와 군부정치로 1980년대 말까지 민주주의가 억눌린 상태였으니, 민간분야 정치 세력의 성장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경제가 성장하고 문민정권이 창출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민간부분의 권력이 성장했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 진 것이죠. 그리고 과거에는 초등교육도 제대로 받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대학 정원이 신입생을 모두 충원하고도 남는 상황이 됐으니, 많은 국민이 고등 교육(대학교)까지 쉽게 마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니 배움의 길을 더 길게 연장할 수 있었고 그 가운데서 정치·사회적 의식이 향상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거버넌스의 등장의 요인으로 서구 복지국가의 재정적 위기, 대의 민주주의 한계 등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관거버넌스가 조성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해서 바로 좋은 효과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시행착오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우 시민단체가 1990년대 이후 우후죽순 생성되기 시작했는데, 양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질이 좋은 게 아니듯이 간판만 덩그러니 설치한 구멍가게 같은 단체도 많았습니다. 아울러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 편향적이어서 ‘어용(御用)’단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그리고 시민단체의 목적은 단체가 추구하는 운동의 범대중적 확대와 이에 따른 인식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체 대표가 기존 정치에 참여하면서 시민 단체 활동이 정치의 등용문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20대 대선 과정에서도 한 여성 운동대표가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입당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탈당하는 해프닝을 보여줬는데, 21세기가 한 참 지난 현재도 이와 같은 행태가 사라지지 않은 것이죠.


민관거버넌스라고 할 때, ‘민(民)’은 유일하게 ‘관(官)’견제할 수 있는 주체입니다. 그래서 민의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가 기존 정치권에 흡수될 경우 시민단체 운동 역시 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단체 운동의 현실화를 위해서 정치에 참여했다고도 변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이념이 부재하고 정치인의 신념보다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의해 좌우되는 정치 풍토에서 운동의 현실화를 부르짖는 것은 ‘억지 춘향 격’으로 보입니다. 역시 입신양명(立身揚名) 출세주의에 혈안된 시민단체 대표들의 궁색한 변명인 셈이죠. 결국, 이런 현상도 시민단체가 ‘중앙 집중화’돼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중앙정치에 참여해서 한 역할 해야, 확실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더욱더 ‘지방분권’이 필요합니다.


지방분권이 이뤄지면, 여전히 중앙권력에 기생하려는 부류도 있겠으나 현재보다 더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지역 문제를 다루게 될 것입니다. 이제 추상적인 시민운동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운동을 전개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찾는 지역이다 보니, 쓰레기 문제로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아시다 시피, 국가적으로는 환경보존이라는 추상적인 표어를 하염없이 전국으로 흩뿌리고 재활용이라는 실행방안을 문자로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런 추상화된 언어를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곳이 바로 지역이고요. 제주도는 쓰레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 지역 곳곳에 ‘클린 존’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근거리에 위치한 ‘클린 존’에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클린 존은 이후 다른 자치지역(대구광역시)에서 벤치마킹해서 실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클린 존’을 확대 발전시킨 ‘클린하우스’를 만들어서 보다 청결하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클린하우스’는 겉으로 봤을 때는 분리수거장인 줄도 모를 정도로 주변 풍경과 조화롭게 건설돼 있었습니다. 쓰레기 냄새 문제도 혁신적으로 해소해서 주변에 악취가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각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시설을 유치하려고 했을까요? 그리고 분리 수거된 쓰레기는 새로운 자원일 될 수 있도록 관련 업체에 판매해서 수익을 창출했고 클린하우스에 관리인을 상주시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실행한 것이죠. 중앙정부의 추상화가 지역 풍경을 반영한 정밀화가 된 것이죠.


청소년들이 살아야 할 대한민국은 ‘중앙 집권’이 아니라 ‘탈중앙’, ‘분권화’가 이뤄진 시대여야 합니다. 많은 시민의 다양한 니즈를 이해하고 해소할 수 있는 노력과 능력이 지방 자체에 있어야 합니다. 현재도 규모가 큰 자치광역시도의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다르게 움직일 때도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을 위해서라기보다 당리당략에 따른다는 것이죠. 이런 지역문제와 괴리된 – 당리당략을 따르는 –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좋은 시민’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시민이 ‘좋은 시민’일까요?


첫째, 당연한 말이지만 지역 사회에 관심을 두는 시민입니다. 지방자치제를 다시 실행하면서 분명, 과거와 비교해서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도권 중심(특히, 서울)으로 자원이 몰려있다 보니, 어떤 지역이든 상대적 박탈감, 혹은 열등감을 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역의 일자리 여부와 상관없이 청년들은 수도권에서의 직장생활을 선망합니다. 실제로 기본적인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지방 일자리 조건이 더 좋을 수 있는데도 수도권 행을 선호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의 청년인구 유출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지방에 일자리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지방분권 시대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 내 청소년들이 지역에 관심을 두고 활동해야 합니다. 물론, 대학 입시에 모든 학창 시절을 쏟아 붓는 현 시스템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의도적으로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시스템적으로 개선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미래 시민으로 살아 갈 청소년들이 무관심하다면, 시스템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청소년들이 지역 정보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학습해야만 합니다. 물론, 초기에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충남 금산군에는 대안학교 ‘간디학교’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학교와 다른 시스템으로 학교가 운영되고, 학교 구성원은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산에 학교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졸업 후에는 학생들이 본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령화가 심해지는 금산군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어렵게 유입된 청년들을 그대로 보내는 상황이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죠. 그래서 금산군에서는 특별 사업을 진행해서 이들을 금산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그래서 금산 시장에 ‘청년 몰’을 구성했고, 다양한 문화시설을 설립해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아울러 한 달에 한 번 ‘월장’을 개최해서 금산 내 지역은 물론, 외부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테마 상품으로 성장시켰고요. 하지만 아무리 지역 내에 좋은 지원 사업이 있어도 청소년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다행히 간디 학교 졸업생들은 지역에서 진로 방향을 찾았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이디어도 제안하면서 말이죠. 굳이 도시로 돌아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살아보면서 깨달은 것이죠.


둘째, 관심을 갖게 됐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역에 관심을 두면 당연히 지역 내 정보를 습득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게 정보의 취사선택인데, 좋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보를 얻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활동해야 합니다. 다행히 현 시점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이 지역 내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정을 환영합니다. 과거 필자도 대학생 시절에 지역 내 일에 관심을 두고 활동했는데, 담당 공무원이 열정적으로 도와줬습니다. 당시로는 보기 드문 대학생이었고, 역시 흔하지 않은 공무원이었습니다. 탁상공론(卓上空論)은 성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청소년들도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지역 내 일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일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게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대학 입학이라는 가치가 과거와 비교할 때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청소년에게 좋은 대학 입학은 여전히 ‘위시리스트’ 상단에 적혀 있으니까요.

제8대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십대(만 19세) 시의원이 선출됐습니다. 현재 대학생 신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인 서울’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나이는 십대지만, 현실적으로 성인으로 대우받는 위치였죠. 그리고 비례대표로 선출된 것이니,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시작이 중요합니다. 상징적인 의미가 어느 순간 보편적 현실로 확대될 때 십대 선출직의 진출이 더 많아지고 좋은 일꾼도 더 많이 배출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지역 관심과 더불어 열정을 갖고 지역 일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활발한 열린 네트워크 활동입니다. 현재 기성 조직의 지역 간 네트워크는 제한된 수준입니다.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영향 받는 것은 물론이고, 세대 간 차이도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라고 하지만, 기존 물리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청소년들은 물리적 한계를 가상공간 내에서 극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메타버스 ‘제페토’에서는 ‘반모(반말 모드)’가 원칙입니다. 기성세대가 중요시 하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세대는 게임을 하더라도 전 세계 각지의 친구와 만나서 교류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능력이 발전한다면 지역 내 문제를 해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리서치 수준을 넘어서 다양한 공기관의 활동을 찾아볼 수도 있고, 국제기구의 자료도 충분히 확보해서 지역 내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수준이 되기까지는 꾸준한 학습이 필요합니다. 분명한 것은 기성세대와 비교할 때,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데 편견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네트워크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지역감정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시점에서 청소년들의 열린 네트워크 활동은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생각해 봅시다.


십대가 ‘좋은 리더’, ‘좋은 공무원’,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과 학습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기성세대의 지방정치 활동과 관련해서 온고지신(溫故知新)해야 할 점과 개혁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본인이 선출직, 공무원 등이 됐다고 상상해 보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먼저 변화시켜야 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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