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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Join Feb 16. 2024

“이사 갑니다!”

지금 사는 집은 코로나의 확산이 조심스레 퍼져나가던 시점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코로나 확산에 대한 경고가 미디어를 통해 나오기 바로 하루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으로부터 거의 4년 만에 이사합니다. 집을 옮기는 경험이 앞으로 몇 번이 있을지 알 수는 없으나, 처음으로 집을 장만해서 이사하는 거라서 감회가 새롭고, 아이들도 각자 자기 방이 생긴다는 하니, 기분이 좋은 듯합니다.


큰딸 안아는 전학을 해야 하고, 주아도 유치원 통원 버스 타는 위치가 바뀝니다. 저 역시도 자주 가던 단골 카페도 다시 찾아야 하고, 산책로도 새롭게 탐구해야 합니다. 익숙한 게 편하고 좋게 느껴진다면 나이가 든 것이라고 하던데, 마흔이 훌쩍 넘어 쉰이 더 가까운 나이가 되다 보니,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게 더 나은 듯합니다. 그래도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다는 기분은 한 번 더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에 저 역시도 만족합니다.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일단, 맞은편에 큰 도서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활용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물론, 아이들한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차가 많이 다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어서 아이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아내도 걸어서 회사까지 출근할 수 있는 위치에 집이 있어서 한결 편해질 테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새집으로 가면 뭘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바뀌는 것을 좋게 활용하는 것 외에, 가족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서 몇 가지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네 가족이 모두 모여서 소통할 시간을 매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현대 사회는 가족 내에서도 파편화되어 있고, 극단적 개인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니 일부로 소통의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가족이라는 단어가 유명무실해집니다. 그래서 네 가족이 모이는 시간을 무조건 만들려고 합니다.

둘째, ‘아빠 노릇’입니다. 두 딸과 대화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30분 정도 가져보려고 합니다. 숙제를 도와줄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아는 아직 어리니 원하는 소원을 말하는 시간일 수도 있겠네요.

셋째, ‘남편 노릇’입니다.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종종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을 제외하고는 부부의 발전과 행복을 위한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를 신뢰하기에 하는 일을 서로 긍정적으로 지지해 주긴 했지만, 친밀함이 더 끈끈해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신뢰와 친밀감은 좀 다른 개념인 듯합니다.  

    

적어도 이 세 가지를 잘 실천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라는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새집으로 이사한다고 해서 새 가족이 되는 게 아닙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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