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생각해 보면, 많지 않은 장난감 중에서도 유난히도 좋아했던 장난감이 있었습니다. 그 장난감이 부서지거나 어디에다 뒀는지, 잘 생각나지 않으면 울면서 부모님께 찾아 달라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벌써 40년 전 이야기네요.
이사 오기 전에 저는 두 딸에게 인형은 일곱 개씩만 챙기라고 했습니다. 수십 개가 넘는 인형 중 두 딸이 챙긴 인형은 열네 개였죠. 그러데, 이사 오고 나서 주아가 하나, 둘씩 챙기고 장난감도 받아옵니다. 정리가 잘 안 돼서 인형 수를 줄이고 장난감을 버린 것인데, 다시 그 숫자가 늘어나면서 정리가 잘되지 않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주아의 서랍장을 정리하면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장난감이 늘어 나는 게 아빠 입장에서는 절대 반가운 일이 아니었죠. 그리고 바로 어제,
“주아야, 이렇게 방 정리하지 않으면 인형을 버릴 수밖에 없어!”
라고 하면서
“지금 인형이 도대체 몇 개야? 열 한 개네? 여기서 네 개는 버려!”
주아가 당황해하면서, 애절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하지만 저는 단호하게 네 개의 인형을 버리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저것 안타까운 심정으로 고르더니,
“잘 가!”
라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막내의 안타까움을 편하게 지켜볼 수 있는 아빠가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하지만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인형을 버리기 위해서 현관 안쪽에 인형을 놓아뒀습니다. 그리고 주아 방에 가보니, 주아가 울고 있었습니다.
“지금 인형 버려서 속상해서 우는 거야? 그러니까 평소에 잘 정리하면 이런 일이 없잖아?”
주아를 질책하면서, 조금 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냥 다 버리자!”
주아가 벌떡 일어나더니,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저는 주아의 모든 장난감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주아가
“꺅~~~”
소리를 지르며, 따라오네요. 정말로 놀랐나 봅니다. 결국, 두 개만 더 버리기로 하고 나머지는 다시 원래 자리로 가져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원래 버리려 했던 인형이 있던 곳으로 갔는데 인형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안아한테 물었습니다.
“안아야, 네가 인형 치웠어?”
“응, 하나는 한지 얼마 안 됐고 다른 것도 버리기는 아까워서.”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아빠가 화가 났는데도 동생을 위해서 인형을 몰래 챙겨서 가져다준 것이죠. 마음의 온도가 달라지니, 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버리려고 했던 인형을 다 들고 가서, 주아한테 돌려줬습니다.
“주아야, 진짜 정리 잘해야 해! 다 돌려줄게.”
“아빠, 고맙습니다. 정리 잘할게요.”
라고 하더니, 생글생글한 얼굴로 돌아온 인형들을 바라봅니다. 조금 극단적인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아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동생을 챙기는 안아의 따뜻한 마음에 저도 훈훈해지는 밤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