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와서 오랜만에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독서를 했습니다. 확실히 집에서 아이들과 있는 시간에 독서하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훨씬 집중력 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죠. 그렇게 30분쯤 읽고 있을 때쯤, 안아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저 이가 하나 흔들려요!”
“그래? 그러면 좀 있다가 치과 가야겠다.”
“알았어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5분 정도 지났을 때, 또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제가 그냥 이를 뽑았어요.”
“응? 피 많이 나?”
“피가 좀 나는데, 거즈 어디 있어요?”
“아빠는 잘 모르겠는데, 엄마한테 물어봐.”
“네.”
이를 알아서 뽑았다고 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피가 난다고 하니 걱정도 됐습니다. 그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거즈로 지혈했어요. 그런데, 말캉말캉한 게 만져져요.”
“그래?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은데, 그래도 손으로 만지지는 마!”
아무튼 저는 독서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서 안아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주방 아일랜드에 피가 잔뜩 묻은 거즈가 놓여있었고, 옆에 작은 어금니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아빠, 버릴까요?”
“응, 치우자!”
옆에 있던 주아가 한마디 거듭니다.
“이빨 뽑아서 잘 때 옆에 두고 자면 돈 생기는데.”
안아는 이빨 요정은 믿지 않는 듯, 신경 쓰지 않고 거즈와 빠진 어금니를 버리네요. 저녁이 되었습니다. 밖에서 외식하고 돌아와서 아이들은 씻었고, 저녁 간식을 먹을 때쯤 안아가 말합니다.
“아빠, 오늘 빠진 이가 마지막 유아치였어요.”
“그럼 이제 유아치가 없는 거네?”
“네.”
열두 살 안아의 마지막 유아치가 빠지고 영구치를 기다리게 됐습니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랍니다. 그리고 아빠는 그만큼 줄어갑니다. 단, 마음만큼은 더 넓어져야겠죠. 자기 전에 두 딸에게 가서 안아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