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아는 싱글벙글, 미소 천사였습니다. 물론, 요즘에도 잇몸까지 보여주는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일곱 살이라는 나이의 변화는 주아를 힘들게 하나 봅니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짜증, 반항, 그리고 눈물 등 주아한테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어제도 화장실 전등을 끄지 않아서 언니한테 혼나고 있었는데, 다 혼나고 나더니 언니랑 같이 잔다는 마음을 바꿔서 혼자 방에 들어갑니다. 울고 있을 거 같아서 따라 들어갔더니, 예상대로 침대에 엎드려 울고 있었습니다.
“언니한테 혼나서 속상해서 그래?”
“응!”
“그래, 그래도 언니가 한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주아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응.”
“주아 기분이 풀릴 때까지 아빠가 옆에 누워 있어 줄게.”
이렇게 보면, 제가 정말 친절한 아빠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특별히 자상한 아빠는 아닙니다.
그날 오후에는 주아가 식탁에 앉아 있길래 다가가서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어제, 언니 친구 왔잖아? 그 언니가 주아한테 잘해줬어?”
“응, 동생 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정말 잘해줬어.”
“그럼, 그 언니랑 주아 언니랑 바꿀까?”
잠시 생각하던 주아가 말합니다.
“아니, 바꾸면 안 될 거 같아.”
“왜? 요즘 너 혼내기만 하는 거 같던데.”
“솔직히 나는 언니 바꾸면 좋을 거 같은데, 언니가 속상해할 거 같아. 언니 속상하면 안 되잖아.”
갑자기 떠오르는 말이 있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뜻”입니다. 당장 자기를 힘들게 하는 언니가 더 친절한 언니로 바뀌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언니가 많이 속상해할 거니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주아의 판단이었습니다. ‘언니를 사랑해서’라고 했다면, 언니를 좋아하는 주아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겠지만, 언니의 마음을 먼저 생각한 것을 보면, 일곱 살 주아가 그 어렵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실천한 것이었습니다.
변화의 시기 여러 가지로 힘들지만, 꿋꿋하게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주아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