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상 읽기 : 4차 산업혁명과 지역 사회(8)

역동적 안정성(dynamic stability)을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

by 조작가Join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창조적 학습사회』에서 “학습사회 구축은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말하면서 “경제정책은 학습 능력과 인센티브를 증가시키고, 학습하는 법을 배우고, 기업 간의 생산성의 차이를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다. 아울러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다. 공교육으로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인다. “지식의 분배가 클수록 더 많은 학습이 가능하고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라고 하는데, 지식의 공정한 분배에 철저히 실패했다. 평준화를 지향하면, 하향 평준화가 되고, 새로운 입시 제도를 만들면, 그 제도에 맞게 놀랍도록 빠르게 고급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진다.


몇 년 전에 코딩(Coding) 바람이 전국에 불어 닥치자 어느새 사설학원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국영수 말고 국·영·수·코 하라는 거잖아요!”라고 인터뷰한 학생의 말이 한참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녔다. 이어서 ‘수포자’, ‘영포자’와 더불어 ‘코포자’라는 신종 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양성을 위한 ‘코딩’교육의 활성화는 공교육 현실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ICT 환경은 물론이고 코딩을 제대로 가르쳐 줄 교사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 시스템으로 새로운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공교육의 실효성과 관련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사교육, 사립학교의 수준이 높은 국가들의 수학과 과학의 성적이 높다”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공교육을 폐지하고 사교육에 의존하자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졸업하자마자 배운 것을 휴지통에 버려야 하는 세상에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현재 교육 시스템


현재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피교육자의 수동성이다. 한 명의 교사가 여러 명을 가르치기에 쌍방향 소통은 어렵다. 학교는 물론, 학원도 마찬가지다. 과외는 학생 수는 적으나 교육자가 피교육자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모양새는 크게 다르지 않다.

토론 수업, 체험 학습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시스템을 시도하지만, 효과는 별로다. 특히, ‘자율학기제’는 그 명분과 목적은 훌륭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아서 자율학습으로 대체 되기 일쑤다. 서울에서도 형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지는 상황인데, 지역 사회에서의 ‘자율학기제’의 실행은 어떨까?


다음은 교육 사대주의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여러 국가 – 주로 미국과 일본 - 의 영향을 받았으나, 미국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해방 이후 많은 인재가 미국 유학을 다녀와 귀국해서 영향력을 행사했으니 어쩔 수 없이 미국에 대한 추종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재도 대학교수 중 80%가 미국에서 유학했다고 한다. 물론, 미국의 엘리트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학력 수준은 1970년대와 2000년 대가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상황이라고 한다. 모든 학생이 하버드 같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극히 소수에게만 허락된 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교육을 추종하는 것은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을 따르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대학은 대부분 사립 대학이다.


성인들의 실력이 정체된 것도 문제다. 종종 여러 매체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성적의 우수함을 보도한다.

그러나 성적과 흥미도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11세, 13세, 15세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학업 스트레스를 겪는 학생 비율이 50.5%로 유니세프 29개 조사국 중 가장 높았으며(평균 33.3%), PISA 참가국을 대상을 한 ‘학교에서 행복하다’라는 설문에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가장 낮았다. 그 결과 우수한 학생들이 성인 – 대학생 - 이 됐을 때 실력은 발전하지 않고 정체됐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필자는 교육학 전공이 아니라서 많은 부분을 언급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학습(Learning)” 부분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학습이 중요하다


성적과 흥미도의 차이는 ‘자기주도 학습’과 연관이 있다. 성적 상위 1% 학생은 하루에 적어도 3시간 정도 개인 공부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반학생들의 72%가 사교육을 받는 데 비해, 상위 1% 학생들은 60.8%만 사교육을 추가로 받는다고 한다.

현재 한국 교육 시스템은 교사의 입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학생들은 먹이를 받아먹는 새처럼 받아먹을 뿐이다. 혹 부족한 부분은 학원, 과외 등으로 보충한다. 그리고 학습 방법은 대학 입시용 교육이기에 흥미를 바탕으로 한 자기 학습이 아니라 성적을 올리기 위한 스파르타식 문제 풀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교에 들어가서 자신의 전공이 아니면,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버린다. OECD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중 3분의 1 이상이 기본적인 산술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대학생 중 3분의 1은 대학 생활에서 비판적인 사고력, 분석적 추론, 의사소통 기술 등에서 어떤 역량의 향상도 이루지 못했다”라고 한다.


국내 상황도 열악하다. 독서량을 보면, 초등학교 이후 계속 떨어져서 성인이 됐을 때 책은 장식용이지 읽는 게 아닌 사물이 된다. 최근에 한 지인은 “난 10년 동안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어.”라고 말하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다 보니, 문해력 수준이 높지 않다. 참고로 말하면 성인 문해력 세계 1등을 차지한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1인당 독서량이 3.5배 많다.


학습은 자기 주도적이고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최고의 교육』에서는 “미래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깊이 사고하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깊이 사고하는 힘’은 곧 학습을 바탕으로 한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한 국민 혹은 시민에게 지원해야 할 것은 평생 학습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회이다.


미래의 교육이나 학습은 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과 같은 기기로 이뤄질 것이어서, 분산적이며, 개인 지향적이고 상호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스스로 필요한 부분을 학습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사회적으로는 개인을 지원해 줄 시스템을 구축해 줘야 한다. 지금처럼 말로만 창의력,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학습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평생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싶다면, 유일한 방법은 평생학습에 참여하는 것뿐이다. 혁신 주기가 짧아져 새로운 시대에 적응이 어려울수록 과거처럼 정적인 안정감이 흘러가는 시대는 사라질 것이다. 미래는 “역동적 안정성(dynamic stability)”이 보편적인 시대다.

자전거 탈 때를 생각해 보라! 가만히 서 있기는 힘들지만, 페달을 굴려 움직이기 시작하면 안정적인 상태가 된다. 역동적 안정성을 일상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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