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2)
‘코로나 19시대’ (2)
2월 15일 토요일은 영상 20도까지 오르는 봄과 같은 날씨였다. 금세 봄꽃이 피고 땅에서는 새싹들이 올라올 것 같은 지열이 아지랑이처럼 올라 나비가 날아다니듯 춤추고 있었다. 날씨가 따뜻하면 당연히 사람들의 복장은 가벼워지고, 발걸음은 하루 동안 뉘엿뉘엿 저가는 해처럼 편안하게 늘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평소보다 활기차다. 그러나 급할 게 없는 상대적 시간의 여유로움 속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중력의 힘을 받고 있었다.
“이번 주가 미나리 끝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몇 년 전인가? 3월에도 먹은 듯한데.”
“네. 그때까지 판매는 하지만, 억세다고 하네요.”
“아, 그러면 오늘은 제대로 미나리를 맛 보겠군요. 기대됩니다.”
원래 찾아가려 했던 미나리 삼겹살 비닐하우스는 이미,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뤄서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꿔야 했다. 정확한 상호는 없고, 번호로 죽 정렬돼 있어서 학창 시절 이름보다는 번호로 불렸던 시절이 떠오른다. “오늘 며칠이지? 10일이니까, 10번!” 한 달은 길어야 31일까지 있으니, 대부분 31번까지 불리고 만다. 물론, 10번이 제대로 대답을 못 하면, “11번”, 혹은 “10번 옆에 앉은 너!”로까지 불똥이 튀고 만다.
세상dl 제아무리 첨단 과학 시대라고 외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라고 확성기로 외쳐대지만, 사람들의 의식주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약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바로 앞에서 지글지글 구워져 가는 삼겹살과 같을 수 있을까?
“그동안 두문불출했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나 봅니다.”
“그러게요. 여기도 차가 가득해요.”
족히 스무대는 댈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주차장에 자동차가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행 중 기사를 담당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이중주차를 하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19호’라고 쓰여 있는 비닐하우스로 들어섰다.
“나들이하기에 참 좋은 날씨입니다. 그런데, 오늘 밤부터 비 내리고 추워진다고 하니, 참 알 수 없어요.”
“네. 믿기지 않아요.”
“그러게요. 지금은 반 팔을 입어도 될 정도인데, 곧 추워진다는 게, 참.”
대구는 대프리카라는 별칭이 있다. 아프리카만큼 덥다는 것인데, 도로 한복판에서 계란 후라이를 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여름 열기가 뜨겁다. 그래서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리가 여름만 되면, 죽죽 늘어지는 엿가락마냥 끈적끈적 늘어진다. 그래서 짧은 거리라도 걸어서 목적지에 도달할 때쯤이면, 온몸의 땀구멍에서 그동안 미뤄뒀던 땀을 다 쏟아내 시내를 만들어 옷을 적시고, 육체는 탈진해서 새로운 음료를 갈망하게 된다.
이런 여름의 열기가 겨울까지 저장되는 것일까? 겨울도 별로 춥지 않다. 11월이라 해봤자, 간단한 바람막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대구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두툼한 패딩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닌다. 바람막이를 입고 전철을 타도 삐질삐질 땀을 흘리기 일쑨데, 학생들은 한겨울에도 입으면 땀이 날 같은 겨울 패딩을 입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이럴 때면, 기독교인들은 싫어하겠지만, 동물은 환경에 맞춰져서 변한다는 진화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미나리 맛 좀 보자.”
일행 중 한 명이 연한 연두색 미나리를 들더니 두어 번 접어서 된장에 찍는다. 여리한 미나리는 억센 힘에 고분고분 꺾여서 입으로 들어가다.
“음. 연하고 향도 좋네요.”
이 말을 듣자마자, 전염이라도 된 듯이 다른 일행도 너나 할 것 없이 맛을 본다. 그러더니 역시 모두 감염이나 된 듯이 똑같은 표정에 똑같은 말을 뱉는다.
“오늘 마트에 갔더니 마침 우리를 위해서 목살도 100g에 990원 하지 않겠습니까?”
고기와 채소를 책임진 일행의 말이다. 그의 얼굴에는 좋은 고기를 충분히 샀다는 만족감과 ‘저였기에 이렇게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라는 자기만족의 웃음이 얼굴에 가득했다.
“고기 빛깔 참 좋다.”
삼겹살은 선홍빛 살코기와 허연 비계가 명확하게 선을 그었고, 목살도 마블링이 제법 괜찮게 그려져서 익기도 전부터 군침 돌게 했다.
한 일행이 억지로 군침을 삼키며 철판 위에서 몸부림치는 고기를 이리저리 뒤집는다. 고기는 서서히 익어가면서 선홍빛이 회색빛을 머금는다. 이후 연해진 고기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서 또 굽는다.
“이제 다 익은 거 같습니다. 드시죠.”
잘 구워진 고기와 준비해온 음식은 조금씩 입으로 들어가다가 어느새 눈치 볼 것 없이 쏟아져 들어간다. 모임 제목은 미나리 삼겹살 모임이었지만, 모여서 떠들고, 웃고, 즐기는 게 더 중요했다. 위대한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의 먹는 모임을 보면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여럿이 모여 음식을 먹는 건 동물과 다를 바 없지만, 먹는 중에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드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활동이니 그도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떠올렸을 수도 있는 명언이다.
“이제 드실 만큼 드셨으니, 잠시 산책하시면서 소화 시키시죠.”
준비해 온 라면 5개까지 말끔히 해치우고 난 후에 한 일행이 말한다. 다들 오랜만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어서 불편했는지 말이 나오자마자, 동시에 몸을 배배 꼬면서 일어난다. 마치 아까 불판 위에서 몸부림치던 고기에게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