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상 읽기 : 2부 4차 산업혁명과 지역사회(11)

오늘의 지역, 미래를 입히자

by 조작가Join

알 수 없는 ‘짬뽕’ 축제


대구에 거의 5년을 거주했지만 흔하디, 흔한 국제 축제에 가본 적이 없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새로 울 게 없는 축제여서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다. 3년 전쯤에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가 ‘대구국제재즈축제’ 메인 행사 출연자로 로커 박완규라는 문구를 보면서, 머리를 갸웃거린 적이 있다. 락과 재즈의 콜라보를 추구하고자 했을까?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진행하는 치맥(치킨맥주) 축제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지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석했다) 차갑게 식은 치킨을 먹고, 연예인을 보고, 레이싱 모델을 봤다. 그리고 치맥 축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렸다. 꽤 많은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해 봤는데, 대구 치맥 축제만큼 다양한 콘텐츠가 나열된 축제도 없었던 것 같다.

야외에서 개최하는 축제는 제목만 다르지 거의 유사하다. 스낵코너(떡볶이, 어묵, 솜사탕, 회오리 감자 등), 최근에는 거의 유사한 푸드트럭, 연예인 공연, 지역 특산물 부스 등으로 항상 비슷하다. 대부분 부스는 참가비를 낸다. 당연히 부스 참가비는 축제 운영비로 사용된다. 그래서 축제 준비 초기에는 부스 참가자를 선별해서 받지만, 축제 기간이 다가오면 수익을 목적으로 참가자를 받는다.

그러니 모든 축제가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말과 글로 적는 기획서에만 목적이 있지, 실행단계에서는 목적이 돈을 위해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 축제는 목적과 부합하지 않은 요소들이 믹스(짬뽕) 됐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부분은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이태원 지구촌 축제는 세계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해 준다. 그리스 음식, 타이 음식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많이 진열된 음식은 각 주민자치단체 부녀회에서 마련한 떡볶이, 순대, 닭꼬치였다. 어떤 지역이든 간에 부녀회를 무시할 수 있는 축제위원회는 없다. 경기도 파주에서 가장 큰 인삼 축제와 장단콩 축제도 부녀회가 운영하는 국밥 공간이 가장 컸다.


지역과 미래를 믹스해야 한다


축제는 지역 경제 차원에서는 외부 관광객 유치, 학술적인 차원에서는 관련 전공자 교류, 그리고 청소년들에게는 관련한 분야에 좋은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교육 등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시적인 여가와 여흥을 위한 축제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시점에서 공연문화가 어떻게 변화되고 발전할지에 대한 토론이 중요하다. 앞으로 보편적인 5G 시대가 도래하면, 공연과 예술 분야에서 ICT가 더 활성화될 것이다. VR( 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을 활용한 공연, 예술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인해서 많은 전시회가 취소된 가운데, VR과 AR을 활용한 인터넷 전시로 대체되기도 했다. 실물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는 아닐지라도 참여 기업들은 인터넷 전시를 통해서 자료를 확보하고, SNS 등을 활용해서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역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아니 수십 년을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게 문화이다. 그만큼 문화가 흐르는 지역을 만든다는 것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장 치적을 위한 행사를 만들고, 어디 가나 비슷한 축제를 기획해서 진행하는 것은 지역 문화 활성화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신촌에서 ‘물총 축제’가 뜨니, 각 지역에서 유사한 축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봄에 피는 벚꽃을 테마로 축제를 만드니, 전국에 벚꽃 축제가 우후죽순 생겼다. 아예 기존 가로수를 베어 버리고 벚꽃을 심기까지 했다.


한 때, 스토리텔링이 뜨자 억지스러운 스토리를 가지고 거리 – 근대화 거리 - 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런 거리를 조성하는 데는 많은 예산이 들어갔지만, 거리는 예산과 반비례해서 한산해졌다. 심지어 어렵게 바꾼 거리 – 걷고 싶은 거리 - 를 원래대로 복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지역을 추종하지 말고, 지역의 특성을 개발하고 미래를 입혀야 한다.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제언


지역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예산 분배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예산을 분배하고 사용하겠지만, 흔히 말하는 ‘나눠 먹기 식’이 대부분이다. 모든 지역에는 지역 언론기관이 있다. 물론, 언론기관의 기획력과 행정력이 다른 기관과 비교할 때 우수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사마다 일정한 예산을 분배하는 현실은 변화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이 모여서 지역 문화 거버넌스를 조성해야 한다. 그저 전문가 몇 명을 모아 놓고 만들어 낸 결과물은 천운(天運)이 따르지 않는 한, 지역의 대표 행사를 기획하지 못한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성과는 미미할 것이다.

1년에 단 한 번을 하더라도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축제와 행사를 개최하고, 설득력 있고, 자연스러운 스토리를 만들어서 홍보한다면, 대표 랜드마크(land mark)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리우 카니발 축제를 보면, “2018년 참여 인원을 1천1백10만 명으로(40만 명은 외국 관광객) 예상하며, 경제적 효과는 3조 7천 6백억”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억(億)’ 소리를 넘어서 ‘조(兆)’소리가 난다.


역사와 전통 있는 축제와 행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가 흐르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공동체가 함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지역 문화를 만들고 전파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현대의 축제는 대부분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지향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축제가 진행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미디어 파사드에 적용하는 기술과 콘텐츠가 다양해서 미디어 파사드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가 거리문화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도시의 랜드마크로 정착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도시 국가 싱가포르는 빌딩 건축 허가 시 디자인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어떤 건물도 똑같지 않고, 다르다. 일반적인 빌딩 자체가 관광 자원이 된다.

그리고‘국제’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은 국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브라질 리우 삼바 카니발’, ‘독일 뮌헨 맥주 축제, 옥토버 페스티벌’, ‘삿포로 눈 축제’, ‘영국 에든버러 축제’, ‘스페인 토마토 축제’ 등 ‘국제’를 언급하지 않아도 지역과 국가를 대표함은 물론, 세계적인 축제가 됐다.

명목적인 ‘국제’보다는 실질적인 ‘지역’이 낫다. ‘글로컬(Glocal)’이 글로벌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과거지향적인 콘셉은 버려야 한다.



작가: 조연호, 편집 : 안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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