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전 30패”. 방송통신위원회 제재가 법원에서 잇따라 취소되자, 관련(MBC 등) 언론들이 이 숫자를 승전보처럼 내걸고 있다. 과거 자신들의 보도가 진실이었음을 법원이 확인해줬다는 식이다. 이는 판결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법원이 주로 문제 삼은 것은 보도의 진위가 아니다. 위원 5인 중 2인만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가 법정 제제인 과징금을 부과한 데에 대한 판결이다. 그런데 사법부 내에서조차 이 판단은 갈려 있다. 2인 의결을 위법으로 본 재판부가 있는 반면,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의결정족수 충족을 근거로 적법하다고 봤다.
헌재의 방통위원장(이진숙) 탄핵 기각 결정과 KBS, YTN 관련 가처분 소송에서도 2인 체제의 기능적 불가피성은 일정 부분 인정된 바 있다. 하급심마다 엇갈리는 이 혼선은 대법원의 통일된 법리를 요구할 뿐, 특정 언론의 면죄부를 써주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절차적 판결 뒤에 가려진 팩트체크의 실패다. 대선 국면에서 파장을 일으킨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에 대해 재판부는 고의성 여부를 떠나, 그 편집으로 인한 심각한 여론 왜곡을 초래했음을 판결문에서 분명히 적시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불명확한 음성에 ‘(미국)’ 자막을 단정적으로 병기해 특정 국가 <미국>를 지칭하도록 유도한 것은, 교차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저버린 것이다. MBC를 상대로한 외교부의 정정보도 청구 1심에서 법원이 외교부 손을 들어준 것도 이 부실을 실체적으로 확인한 결과다.
사안의 본질은 간명하다. 보도의 위법성과 행정 처분의 위법성은 다르다. 처분이 취소됐다고 보도가 정당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을 의도적으로 뒤섞는 것이야 말로 대중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만하는 가장 낡은 수법이다.
관련 언론은 절차적 판결을 면죄부 삼아 자기 검증의 실패를 덮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사법부는 대법원 차원의 통일된 법리를 세워 사회적 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진실은 절차의 장막 뒤에 영원히 숨을 수 없다.
-어느 언론학 박사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