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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크레용 Nov 05. 2021

아들 취미가 뭐에요?

6학년 아들의 취미, 특기, 장래희망


학창 시절 내내 학기초면 꼭꼭 적어내야 했던 취미, 특기, 장래 희망을 적는 게 참 힘들었다.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1도 없었다. 취미 역시 바닥까지 탈탈 털어도 '음악 감상' 정도 적는 게 다였다. 장래희망은 더 큰 난제였다. 의사, 선생님, 판사, 외교관을 적어내는 아이들처럼 성적이 좋지도 않았고, 그런 직업이 탐나 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커서 마땅히 뭐가 되고 싶은 것도 없었으니 해마다 취미, 특기,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서 아주 오랜 고민이 필요했었다. 그런데 아들의 학기초의 기초 조사를 기록하다 보니 아들은 참 나와는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취미, 특기, 장래희망.... 이렇게 적는 거였구나... 싶어서 순간 아들이 참 부러워졌다.




6학년 아들의 취미


마술

다른 아이들은 유튜브로 뭘 보는지 잘 모르지만 게임에도 크게 빠져들지 않는 아들은 틈만 나면 '마술'을 본다. 유튜브로 배우고, 마술 재료를 만들고, 연습하고, 시연하고 처음에는 아주 우습던 지경이 이젠 오~~~ 오~~ 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용돈을 모아 마술 재료를 구입하고, 마술 관련 책을 구입한다. 구입한 책과 재료로 또 연습하고 마스터하고 초등 3, 4학년에는 마술 방과 후 과정을 신청해달라고 했었고 괌 여행을 갈 때면 특히나 마술 공연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괌에서 공연되는 마술은 보지 않은 공연이 없으며 한 번만 본 공연도 없을 정도였다. 아들은 저학년 내내 '장래 희망'에 마술사를 적었다.




아이 패드로 그림 그리기

아들은  틈틈이 아이패드와, 애플 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냥 사진을 따서 만드는 그림인데 그림 똥 손인 자신에게 너무 잘 맞는 방법이라며 몇 시간이고 사진을 고르고 그림을 따서 반복된 작업을 한다.







그렇게 그린 그림을 한 장에 모아 컬렉션 하며 어찌나 뿌듯해하는지... 한 장 한 장 매일매일 더 발전하는 게 애미 눈에도 보일 정도이다. 한 한 달은 루이만 찍고 그리기를 반복하더니 이젠 다른 동물들도 도전하고 있다.


" 엄마 눈 그리는 게 제일 힘들어요... 눈은 표현이 안돼.."


얼핏 엄청 단순한 작업 같지만 아들은 아직 수십 번 선을 따고, 수백 번 터치를 하고 선의 굵기. 색깔들을 수도 없이 바꿔가며 시간을 투자해야 완성할 수 있다.

아들이 그린 우리 집 루이.






칼림바


얼마 전 사준 칼림바가 본인 인생 악기 같다며 한곡 한곡 완성해가고 있다. " 이거 나랑 너무 잘 맞는데? 제주도 바다를 보며 칼림바를 연주하고 싶어....." 칼림바를 사준 1주일은 너무 시끄러워서 사준 걸 후회하기도 할 정도로 아주 미친 듯이 연습했다. 심지어 길을 걸으면서도 연습을 하고, 어딜 가나 가지고 다닐 수 있으니 들고 다니며 연습하고 연주한다.



동생들


그리고 아들의 마지막 취미. 틈이 나면 동생들이랑 같이 놀기. " 자 ~ 이제 놀자!!!" 본인이 생각한 일정이 끝나면 동생이랑 아주 개차반처럼 놀아주는 아들. 개동생 루이와는 개처럼 짖고 뛰고 뒹굴며 놀아주고 7살 여동생에겐 상황극까지 하며 변신하고, 선을 넘나들며 사고 치며 놀아준다. 그런 시간이 루이와 동생에겐 너무 행복하다. TV 프로그램 중에서 3형제 중 막내에게 요즘 가장 힘들고 슬픈 일이 뭐냐고 물으니까 7살 정도 된 막내가 막 울면서 사춘기가 된 형이 더 이상 자기랑 놀아주지 않아 슬프다고 통곡을 했다. 아들이 동생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 그 아이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딱 어린이가, 개가 원하는 방법으로 놀아 주는 아들의 놀이시간. 그런 시간에서 본인도 힐링을 얻으니 정말 더없이 아름다운 취미가 아닐 수 없다.







6학년 아들은 이제 필요한 정보를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는 애미가 권하는 책 보다 본인이 궁금한 책만을 찾아 읽는다. 본인이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보고 ,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들을 찾아 듣는다.






아들의 특기.


취미가 특화되면 특기가 된다. 아들의 취미들은 시간이 지나 무르익으며 자연스럽게 특기가 되었다. 마술과 칼림바, 독서, 사교성 정도가 아들의 특기라 하겠다. 그리고 아들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애미가 볼 때는' 공부'도 특기라고 본다. 다른 아이들의 학습시간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적은 시간을 공부하지만 아직은 뒤처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하루 수학 문제집 1-2장과 학습기 학습 30분 , 주 3회 화상영어 수업만 진행 중인 아들의 공부는 엄마의 참견 없이  스스로 챙겨가며 하고 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아빠와 같이 고민도하고, 동영상을 찾아 풀이과정을 이해하기도 하면서 공부도 취미처럼 잘해나가는 상태도 엄마가 보기에는 아주 특기라고 하겠다.

아빠 : " 와~ 이거...... 이거는 초등학생 문제가 아니잖아?"


아들: " 아닌데 5학년 2학기 심화 문제인데..."


아빠: "이거 하지 마 하지 마... 이거 할 필요 없어..."


아들:" 그냥 동영상 봐야겠다...."



흔한 아들과 아빠의 대화. 그래도 이런 말이 아들에겐 짐이 되지 않고 힘이 된다. 하지 말라고 정말 포기하지 않는 아들의 공부. 기본만 해도 되지만 심화도 어느 정도는 풀어내고 싶다는 셀프 리더십. '숙제'가 아닌 '공부'를 하는 아들의 모습은 애미가 높이 사는 아들의 특기이다. 하지만 이런 취미와 특기들은 그냥 얻어진 것들이 아니다.







내려놓기, 버리기, 비로소 채워지는 것들.


아들이 이렇게 취미와 특기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1년간 아주 혹독하게 내다 버린 애매의 욕심 덕분이다. '이 정도는 기본이지!!'라는 엄마 기준의 선을 지우고 '아들이 할 수 있는 만큼이 기본'이라는 선을 새로 그렸다. 모든 공부가 '숙제'였던 아들, 모든 공부가 엄마 주도인 상황,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가장 버거워하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가장 원망하는 모자관계를 보며 뭔가 잘 못 되어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에서 상처 입은 딸에게 다그치는 아빠의 말에 '뭣이 중헌디' 를 외쳐대는 딸의 대사가 너무 아팠었다. 아들의 공부문제로 아들과 다퉈가며 어긋나는 관계를 보며 '뭣이 중헌디'를 100만 번 되새겼다. 그리고는 버리고 또 버렸다. 아직도 버리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많은 것을 잡고 있었던지 버리고 버리고 버려도 아직 버릴 것이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문제집을 버리고, 학습과 관련된 책을 버리고, 대학 진학 정보를 버리고, 학습 난이도 욕심을 버리고 육아서를 내 다 버리고, 잔소리를 버렸다. 오은영 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 어머님~ 어머님 아이는 어머님 자신이 아니에요. 어머님과 아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에요" 세상의 수많은 첫째와 외동은 특히나 더 엄마의 아바타로 살아가기 십상이다. 귀한 첫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는 부모의 의무를 '보호'가 아닌 '소유'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 '보호'를 필요로 하지만  '소유'에 동의해버린다.


'이거 해볼래? 영어를 하면..... 이렇게 저렇게 훌륭해지는데 해볼래?'

'태권도를 하면 이렇게 저렇게 튼튼해지는데 해볼래?

'싫으면 싫다고 해도 된단다~~ '

'네 친구 누구도 하는  좋은 프로그램인데 어때?'

'지금부터 독해를 해야 이렇게 저렇게 1등 할 수 있는데 어때?'

엄마의 모든 제안에 아이들은 모두들 한결 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재미있어"" 하고 싶어! "" 좋아"  이렇게 대답해야 엄마가 좋아하는 걸 아니까... 엄마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엄마는 여러 방향으로 설득하고 말 테니까... 이런 아이의 입에서 'yes'가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는 즉각 행동으로 옮기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아이가 좋아하니까...'

'어쩌겠어~ 애가 재밌다는데~'

영어도, 수학도, 국어도, 책 읽기도, 발레, 태권도, 농구, 축구, 수영,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 과학교실, 영재교실, 영어유치원까지 정말로 아이가 이 모든 걸 좋아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그러나 정말로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귀한 아들을 정말 정말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육아 마루타처럼 육아서에서 알려준 그대로 따라했다. 아들이 초등 1학년 때까지 '엄마표' '책 육아'라는 사랑 끼 어린 타이틀을 내걸고 하루의 8할을 아들 교육을 위해서만 투자했고 아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8할을 엄마와 꼭 붙어 앉아 오직 교육과 관련된 활동을 했다. 정말 정말 정말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애미의 칭찬과 관심과 응원이 아이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아이의 놀라운 반응과 성장은 또 엄마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모든 아이들은 천재적인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아들 역시 잘 해냈다. 아들은 만 3세가 되기도 전에 영어, 한글, 한자 읽기가 가능했고 초등 1학년 이상의 수학을 해냈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시키면 그것이 엄마와의 교감인 줄 알고 아들은 꾸역꾸역 따라왔다.. 그러다 문득 너무 힘이 들면'이거 안 하면 안 돼?'라고 용기 내 엄마를 슬쩍 떠보기도 했지만 엄마의 휘황찬란한 설득에 또다시.... 자기를 포기를 하고 말았다. 아들이 이렇게 순둥 하게 지금까지 따라왔다면 아직도 우린 똑같이 살고 있었을 것이다.

아들이 7살이 되던 해 둘째가 태어나며 그나마 공부를 하면서라도 이어오던 엄마와의 교감이 줄어들고 꾸준히 해오던 학습만 떠안게 되면서 건강했던 아들의 피부는 아토피로 뒤덮였다. 머리에는 군데 군데 원형 탈모가 생겼다. 동생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나? 유치원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나? 엉뚱한 원인을 찾아 아들을 데리고 이병원 저병원 다니는 사이에도 아들의 몰골은 형편없이 변해갔다. 이렇게 정신을 못차리는 애미를 향해 아들은 끝없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들의 화는 4학년까지 이어졌고... 드디어 우둔한 애미는 각성이라는 것을 하고 말았다.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다 버리겠다. 엄마가 줄 수 있는 '사랑'만 주고 기대와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때부터 애미는 아들 공부에 간섭하는 대신 열심히 밥을 하기 시작했다. 공부시키고 싶은 마음이 올라 올때면 더 거창한 밥을 차려냈다. 집밥 든든히 먹여키워서 처음 아이를 안았을때 했던 각오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키워 독립시키겠다고 다시 마음 먹었다. 아들이 정한 하루 분량의 공부를 마치면 하루 종일 게임을 하든 유튜브를 보든 영화를 보든 상관하지 않았다. 처음엔 진짜 힘들었다. 그 힘든걸 또 해내고 말았다. 애미가 두 눈 딱 감고 참아낸 결과 아들은 해야할 일을 먼저 후다닥 해치우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를 채워갔고, 그렇게 6학년이 된 아들은  몇 가지 취미와 특기를 가지게 되었다.

요즘 꽤 핫한 이적의 어머니이자, 육아멘토인 박혜란 작가는 아이들을 '손님' 같이 대하고,  엄마가 자녀를 위해 소모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엄마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주 힘든 노력 끝에 아이들을 '손님'으로 대하는 마음에는 가까워졌으니 이제 엄마가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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