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크레용 Mar 26. 2022

중학생이 된 아들.


아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코로나에 긴 겨울 방학을

영화, 게임, 고스톱, 올림픽으로 점철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1시에 자고 10시에 일어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말 심하다 싶은 지경까지 놀았던 아들.




이번 방학. 애미의 미션은 하나 뿐이었다.

'그냥 지켜보기'




위태로울 정도로 놀아대는 시간에도

그나마

1시간 반의 학원 수업과 약간의 학원과제, 애미와 약속한 2-30분 정도의 숙제는 겨우 겨우 마쳐주었지만

하루 평균 7시간 4분 게임을 하고

매일 저녁 영화를 보며 마무리 하는 아들을 보며 견디는 것은

오롯이 애미의 몫이었다.










그렇게 질펀하게 놀아댔던 2달의 시간이 끝나고

입학식 전 날

11시에 잠자리에 든 아들이

새벽 5시 부터 온 집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급기야 6시 부터 애미를 깨워대며

등교 준비를 재촉했다.




코로나로 아들의 입학식은 그냥 등교 후 학급에서 진행되었지만

우리집에는 또다른 초등학교 신입생 있었다.




두 명의 입학을 준비하는 부모의 마음 만으로도 절대긴장이 밀려오는데

아들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자니 적잖게 피곤했다.










중학생이 된 아들.


' 이게 머선 일이고? '




시골 살이로 요즘 시대 버스까지 타고 등교해야하는 학교에 다니게 된 아들.

아빠가 태워주는 것도 강력하게 거부하고

첫 날 부터 혼자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들 혼자서 버스를 타는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핸드폰으로 지켜보는 아들의 위치는

안전하게 학교에 도착했고 아주 긴 시간 학교에 머물다

하교시간 다시 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오후 3시가 지나갈 즈음

아들 분리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우리에 갖힌 야생 동물 처럼 집안을 뱅글 뱅글 돌기 시작했다.
















등교준비, 등 하교까지 애미의 손은 더이상 필요 없었다.

등교 전 날 까지 필통이며 가방이며 준비하라고 애마르게 잔소리를 했댔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아들은

전 날 저녁 제 할 일을 했고

버스 시간표와 버스카드를 챙겨두었다.

학교 숙제를 스스로 챙겼고.

학원 스케쥴과 화상영어 선생님과 스케쥴 역시 스스로 조정했다.








문제는 남편과 나였다.

 빠르면 4시 늦으면 5시에 도착하는 아들이

다시 학원을 가야한다는 것을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이런 식이면

우리는 아들을 언제 볼 수 있다는 말인가?!!!!


남편은 강력하게 학원을 끊자고 했고

애미는 소심하게 학원 횟수를 줄이자고 했다.

아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애미 손 하나 닿지 않는 곳이 없었던 아들이라서 그런지

보기에도 숨가뿐 일상을 혼자서 챙겨가며 움직이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묘한 분리감이 들면서 허전함이 밀려왔다.

그러다가도

방학동안 놀게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 동안 아들과 영화도 보고  올림픽도 보며 함께 뒹굴고 마음껏  풀어 두었던 나를  한없이 칭찬했다.

내가 바쁜시간 쪼개 아들과 놀아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더 이상 아들이 애미와 놀아 줄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다싶었다.









그럼에도

중학교 1학년, 지금까지는

 애미를 안아주고

얼굴을 부벼주고

손을 꼭 잡아주고

눈을 마주치면 웃어주고

기분이 좋을 땐 뽀뽀까지 해준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시간

여유로운 마음에  화분을 옮기다

허리를 삐끗 해버렸다.




허리가 아파 끙끙대는 엄마를 보며 아들이 말한다.


" 나 ..기다리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