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천천히 쌓아가는 하루

by 전성배

햇빛이 따갑다. 잠깐만 걸어도 달궈진 공기는 몸을 옥죄어 온다. 어지간히 사람을 괴롭히고 싶은 듯 불쾌지수를 한껏 올려 심술을 부리는 날, 조금 멀리 나서고 싶어 졌다. 일과 집. 그 사이만 다니는 날이 비일비재하니, 더위 탓에 버겁더라도 참고 나서고 싶은 날이었다.


인천의 번화가라 하면 요즘 가장 핫한 부평을 필두로 구월동과 주안이 뒤를 따르고 있다. 여기서 본인이 거론하는 기준은, 대학가를 제외하고 순전히 10대 20대라는 공통점 하나뿐인 친구들과, 그 들이 어울릴 수 있는 온갖 먹거리, 놀거리, 젊은 쇼핑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기반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그 번화가의 먼발치서 동인천이 조금 거리를 둔 채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IMG_201707201240097.jpg
IMG_201707201240098.jpg

인천역과 동인천역을 크게 이으면 마치 물방울과 같은 형상이 그려지는데, 그 물방울 일대에는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아트플랫폼, 개항장, 자유공원 등이 위치해 있다. 또한 동인천역에는 부평 다음으로 큰 규모의 지하상가도 존재하고 있어, 다양한 관광적 요소를 지닌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기에 지자체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지하상가를 손 보고, 청년 대상 창업지원 사업 및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나 또한 그중 하나로 6월에 열렸던 '개항장 밤마실 축제'에 다녀왔었다.

IMG_2997.JPG
IMG_3055.JPG
IMG_201707201348373.jpg
IMG_3029.JPG

하지만 단순히 지역 경제 활성화만을 위해서 일까? 좀 더 깊숙한 이유가 있다. 바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것. 과거 동인천은 부평과 구월동, 주안보다도 훨씬 번화한 곳이었다. 당시 미림극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번듯한 극장이었고, 지하상가에는 트렌디한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더욱더 돋보이게 할 아이템을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여는 장소였다.


그 흔적들은 건물과 사람에게서 금방 찾을 수 있다. 지상 일대의 상가는 과거에서부터 이어온 듯 투박하고 허름한 모습으로 주인들과 함께 나이 들어 있으며, 지하상가는 리모델링을 거쳐 반짝반짝하게 가꾸어져 있지만, 젊은 상인 보단 연륜을 가지신 분이 더 많으니 말이다.


그렇게 사람과 함께 나이 든 고즈넉한 곳이 바로 동인천이고, 그 모습들이 물방울 일대를 사랑하게 한 이유가 되었다.

IMG_201707201240093.jpg
IMG_201707201240095.jpg

'아날로그'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한다. 정적(靜的)이고 때론 고리타분한 느낌을 지닌 이 단어가 발산하는 아우라에 취하기를 좋아한다. 인천 중구 동인천 일대는 현재 그 아우라에 침식되어 있다. 그 침식은 안쓰러움 보단, 세월이 완성시킨 멋스러운 인생의 대선배를 만난 듯 존경심을 갖게 하니, 자연스레 그곳에 취하고 말았다.


물론 몇몇 곳에서 늘어가는 주름이 싫어 화장을 진하게 하고, 때론 활개 하는 젊은이들이 부러워 뾰로통해 있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한다.

IMG_2017072012400910.jpg
IMG_2017072012400911.jpg

하지만, 그 모습 또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언제까지고 이 곳이 그저 "빛바랜 명성을 그리워하는 장소"인 채 산다면, 그보다 불행한 삶은 없을 테니 다만, 일부는 보존된 채 윤회(輪廻)하길 바랄 뿐이다.


지금도 충분히 멋지다며 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정취를 느끼기 위해 찾아가고 있다. 번잡한 곳의 소란스러움이 지친 사람들은 이곳에 와, 넓은 길을 걸으며 주변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여유로워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의 생김새가 느껴진다. 온갖 것이 뒤섞여 아무것도 구별할 수 없던 그곳과 달리 이곳은, 우리 들이 걷는 내내 타인의 시간과 한 번을 부딪히지 않는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온전한 주인이 되어있다.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눈에 띈다. 그들의 기분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사람이 사람을 느끼고 있다.


IMG_2017072012400912.jpg
IMG_2017072012400913.jpg
IMG_2017072012400914.jpg
IMG_2017072012400915.jpg

주말이든 평일이든 저녁이면 부평, 구월동, 주안의 번화가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이른 아침까지 많은 이들이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영역은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에 들어가면 물이 넘쳐 주변을 적시는 것처럼 확장해 가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와 나이를 같이 먹는 듯, 이른 밤에 잠을 청해 늦은 아침까지 깨지 않는 동인천은 고요하다. 어딘가에서 나오는지 모를 고즈넉함은 지천을 배회한다. 배 불리기에 급급한 젊은 이들과 달리 여유로움마저 보이며.


급하게 시공한 건물은 오래가지 못해 균열이 가고 무너진다. 반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때론 돌아서 가는 것으로 기반을 다져 지은 건물은 어떠한 충격에도 견디는 견고함을 보인다. 그 사실은 사람에게도 다르지 않다.


가끔은 활기 넘치는 거리에서 정신없이 쌓는 시간이 아닌, 함께 한 이와 천천히 쌓는 하루가 우리를 더 단단하게 게 만든다. 빠르게, 때론 느리게 쌓은 시간들이 언젠가, 어떠한 풍파(風波)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우리를 만들 것이다.


사람을 짓기 위해선 사람이 필요했고, 그 사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동인천'이었다.

IMG_2017072012400917.jpg
IMG_2017072012400921.jpg
IMG_2017072012400923.jpg
IMG_2017072012400924.jpg

INSTAGRAM / PAGE / FACE BOOK / NAVER BLOG / TISTORY (링크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