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VIE ESSAY

영화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

지난 날의 과오

by 전성배

※ 일부 스포가 있습니다.


가끔씩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처럼 상상의 나래가 주체 없이 뻗어 나갈 때가 있다. 세상을 인지 하기 전 어린 시절은 그 일들이 잦게 일어났고, 나이가 들며 점차 감정이 쇠퇴하듯 상상도 뒤를 따랐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우리에게 '이상' '꿈'이 있는 한, 상상을 한다는 건 달콤하고 두근 거리는 일이니 말이다. 혹여나 세상에 더 찌들어 상상할 수 있는 여력이 다하더라도, 우린 일말의 희망을 장전하고 스스로 자신의 가슴에 총구를 겨눠 다시 자국을 남길 것이다.


언젠가 인류의 힘이 커질 대로 커져 우주의 행성을 오가는 일이, 나라에서 나라로 비행하여 여행하는 일처럼 보편화된다면? 외국인을 만나듯 쉽게 외계인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그 상상은 가슴이 벅차도록 두근거리고 설렌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가설뿐이며, 어쩌면 이 광활한 우주 안에 정말로 우리뿐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상상력과 모험심은, 우리 이외의 생명체가 존재함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어제 개봉한 영화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는 그 상상을 시각화한 영화이다. 우주의 퍼져있는 확연히 다른 인간을 포함한 종족들이 서로 협력하며 함께 살아가는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곳에는 영화 '스타워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같은 상상 못 할 적들에 의해 인류가 위험에 빠지는 비극은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종족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공존하기 위해 힘쓴다.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말이다.

도리어 그 방대한 스케일이라면 있을 법도 한, 화려한 우주 전쟁 씬이 없으니 허전할 정도였다. 마치 "우주 전역은 '평화'라는 그늘 안에 있다"라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멀리서 보았을 때 완벽한 그림도 눈을 가까이하면 색의 번짐과 삐져나온 스케치가 눈에 띄는 것처럼,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평화를 그린 큰 그림을 가까이 들려다 보니, 현실 속 현대인들의 과오를 볼 수 있었다.


강대한 힘 앞에 무너지는 종족(백)


영화는 행성 간의 교류가 가능해진 먼 미래의 인류를 그리고 있다. 그 미래에는 8억 종에 달하는 서로 다른 종족들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 인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세계 각국이 이제는 '지구촌 사회'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서로서로가 무형의 신호로 연결된 채 살아가며, 역사적 중대 사항이 있을 땐 정상회담을 열어 각국의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는 일들은 영화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구촌이라는 배경을 '우주촌'으로 바꾼 것일 뿐, 현대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사람의 실수와 욕심마저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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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류는 정체 모를 존재에게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군은, 현재는 군사 내부에만 국한된 일이지만, 장차 인류 전체의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판단하여 섬멸 작전을 벌인다. 하나, 막강한 그들의 화력 앞에 군은 힘없이 쓰러졌고, 자국의 최고 사령관까지 납치당하는 지경에 이른다.


강대한 힘 앞에 무너지는 종족(흑)


이유 없는 발단은 없다. 사유는 분명히 존재하며, 어쩌면 지난 날에 범한 '죄'가 그 이유 일지도 모른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아마존 원시 부족'같은 현대 문명과 결여된 채, 자신들의 고유한 전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소규모 원시 부족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들의 대다수는 침략과 피해를 입히는 부정적 행동보다는, 자신이 속한 부족원들과 자급자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자신들의 터전을 훼손하지 않고 지키며 그저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소박한 그들을 가만 두지 않았다.

전의가 없는 원시부족을 약탈하고 터전까지 빼앗았으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말처럼 자신들의 이권 싸움으로 엄한 부족을 피해 입히고, 나아가 멸망시키기까지 했다. 과거의 인류는 과오 투성이었다.


그럼 지금이라고 다를까?

아니, 지금 이 순간도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묵인으로 일단락 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어딘가에는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을 우리의 잘못을 보았다. 그리고 과오 속 피해자였던 부족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참는 것이지 이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오. 우리의 터전만 지키면 될 뿐이지, 그대들의 것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오. 우린 사랑으로 용서해야 함을 알게 되었소.

마지막으로


사실 이러한 메시지라도 읽어 낼 수 없었다면, 난 이 영화를 그저 의문만 품은 채 한숨으로 마무리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시각적으론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재미를 주었다. 영상은 화려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파커의 절친 겸 고블린 역을 맡았던 '데인 드란'과 모델 겸 배우인 '카라 델레바인'의 멋스러움은 영상의 미美에 무게를 더했다. 특히, 데인 드한의 목소리와 눈빛은 남자가 보아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영화는 엄청난 사건을 눈 앞에 두고,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이게 필요한가" 의문이 들 정도의 부가적인 이야기로 방대한 스케일임에도 불구하고, 극 전체에 가벼움을 도사리게 했다. 필요하지도 않은 사건을 벌려 그것으로 러닝 타임을 채우는 듯한 느낌과 엄청난 사건이라 말만 떠들 뿐, 허무하게 마무리 짓는 느낌이 강했다.


동화를 읽는 것과 비슷했다.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았데요"와 같은 한 문장으로 모든 걸 끝내려는 듯한 느낌.


분명 시각적으로는 매우 즐거웠고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뜻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오밀조밀 담아낼 줄거리와 배우들의 연기는 다소 아쉬웠던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두 배우의 캐미와 화려한 영상만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던 영화임에도 분명하다. 이상,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였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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