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VIE ESSAY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

마더 뻐꾸기를 외치는 그와, 따분한 게 최고라 말하는 그

by 전성배

사랑을 위해서 우리는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지금 당신은 시시각각 목숨을 노리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놓였다. 그 순간 당신은 자신의 안위보다 사랑을 입에 담고, 자신의 길보다 사랑하는 이의 앞날을 생각할 수 있을까?


언뜻 이 이야기는 삼류 영화에나 나올 정도로 허무맹랑하고 비현실적인 상황 이겠지만, 영화는 이런 '저급하다' 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내면서도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활용한다.


수백 명을 죽인 사상 최악의 킬러 '다리우스 킨케이드'(사무엘 잭슨)는 최초에는 악덕한 인물임과 동시에 수천만의 국민을 구할 수 있는 열쇠를 쥔 존재로 등장한다. 살인자에게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열쇠가 있다니, 과연 무었을까?


세계는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알려진 '두코비치'(게리 올드만)에 의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증인의 진술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바로 킨케이드가 마지막 남은 증인이었다. 결국 정부는 그에게 두코비치를 벌하기 위한 증언을 해줄 것을 요청하며 재판소로 보낸다.

하나, '살인 병기'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 라도 단신으론 불가능한 미션. 그를 지키기 위해 정부 요원은 과거 트리플 A등급이었던 최고의 경호원 '마이클 브라이스'(라이언 레이놀즈)를 동행시키려 한다. 경호에 있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최선을 루트를 탐색하고 의뢰자를 안전하게 지키기로는 업계 최고라 정평이 나있던 마이클.

따분한 게 최고다.

라는 말을 모토로 완벽한 경호를 추구한다. 이젠 과거의 명설일 뿐이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공들여 쌓았던 경력을 모두 잃어버리고 현재는 사랑하던 연인에게 그 모든 책임을 물며 원망하는 다소 삐뚤어진 사람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능력만은 출중했기에,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그에게 정부 요원은 킨케이드를 맡기기로 한다.


요원은 알았을까? 사실 둘은 앙숙 중에서도 '상!'앙숙이었다는 걸. 마이클과 킨케이드는 재판소로 출발하기 전부터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다.

사랑을 위해 움직이는 두 사람


'살인 청부업자'라는 무시무시한 직업의 그가 두코비치를 벌하기 위해 재판소로 향하는 게 정의감 때문일까? 살인자는 단순히 정의감에 의해 죽음이 짙게 깔린 그 길을 헤쳐 갈 수 있는 것일까? 아니, 그는 정의감이 아닌 사랑을 위해서 재판소로 향한다. 자신의 안위는 두 번째 세 번째 문제였다. 오직 사랑하는 아내를 해방시켜주기 위해,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자신의 처지를 거래하는 것이 아닌 그녀의 행복을 조건으로 그 길을 무릅쓰고 나아간다.


반면 마이클은 과거 최고라 평가받던 자신으로 되돌아 가기 위해 죽기보다 싫은 킨케이드를 경호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한 가지를 더 위해서 그의 경호를 다짐하다. 바로 자신이 스스로 떠나보냈던 그녀를 다시 옆에 두기 위해서.


그들은 각자의 사랑을 위해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마이클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를 일깨우는 킨케이드


영화를 보기 전 이미 사물엘 잭슨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나이를 알고 있던 나는, 그 둘이 영화에서 선보일 캐미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이미 예고편에서 둘 다 거친 입담을 과시했으니 누구 하나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저 자기 잘난 줄 아는 인물 둘이 서로 욕을 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그런 뻔한 이야기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라는 예상에 무게가 더 쏠렸다.


그리고 예상은 반 정도는 들어맞았다. 진짜 잘 나가던 둘은 자기 잘난 것을 뽐내며 서로에게 으르렁거렸다. 하나, 극의 중반까지만 그럴 뿐. 뻔한 이야기에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선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킨케이드는 낭만 주의자. 마이클은 현실 주의자였다. 극 중 내내 마이클은 어떠한 행동을 취할 때 계산을 하고 루트를 짜는 데 집중하는 반면, 킨케이드는 때론 복잡한 계산이 시간을 지체하기에 행동으로 밀어붙여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며 무턱대고 돌진한다. 킨케이드는 지금 자신의 처지가 어떻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위험을 헤쳐 나가며 자신의 이상을 관철하는 인물로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와 반대의 마이클은 그런 그를 싫다고, 별종이라며 욕을 한다. 싫다는 말을 영화의 막바지까지 지치지 않고 토해낸다. 하지만 말만 그럴 뿐, 마이클은 점차 변화한다. 현실 주의자였던 마이클은 서서히 그의 낭만에 수긍하고 그의 낭만을 지켜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유일한 이상이었던 그녀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전달하려 애쓴다.


현실의 우리는 마이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최대한 완벽을 추구하려 애쓰며, 인생에 있어서 실수는 곧 실패라 여기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1미터를 내딛을 수 있는 걸음을 30cm가량만 옮기며 바닥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젊은 우리는 나이 지긋한 킨케이드 보다 더 몸을 사린다. 물론 조심성이 없다면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실제 극 중 킨케이드가 그랬다. 하지만, 마냥 완벽만을 추구했던 마이클도 자신의 최고였던 삶을 지켜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더 행복하게 웃던 사람은 '킨케이드'였다. 그러니 우리도 조금은 무모해져 보자. 너무 많은 준비와 조심을 하느라 더 멀리 내딛을 수 있는 걸음을 아장아장 내딛지 말자. 좀 더 보폭을 넓혀 나아가자. "킨케이드가 돼라" 말하지는 않겠다. 그와 같은 무모함을 조금은 닮아 보자. 그럼 좀 더 이 삶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킨케이드 역의 사무엘 잭슨은 1948년생, 마이클 역의 라이언 레이놀즈는 1974년생으로 아버지와 아들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차이를 보인다. 그런 둘이 파트너가 되어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잘 어울릴까?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괜한 걱정하지 말라는 듯, 최고의 콤비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미 업계에서 두 사람은 '구강액션'이란 타이틀로 정평이 나 있었기에 나이 차이를 넘어서는 최고의 캐미가 가능했다. 또한, 극 중에서 둘은 화려한 업력과 대비되는 거친 언변을 구사함으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죽어 나가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던 영화의 자칫 불편할 수 있던 분위기를 순간 순간 환기시키며 이끌어가는 것도 매우 좋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저급한 욕설과 거친 언변만 구사한다면 영화의 주 배경인 급박한 상황과 줄거리 상 악역을 연기하는 인물에 대한 적의까지 관객이 망각하게 될 수 있어, 자칫 최고의 배우들이 연기함에도 B급 영화로 치부될 수도 있었으나, 악연인 두코비치를 연기한 게리 올드만이 중간중간 등장하며 묵직한 무게감을 과시함으로써 산만해질 수 있는 극의 상황을 다잡으며 이끌어 간다.

5판 3선 승제의 줄다리기 경기. 스코어는 2대 2를 기록하며 박빙의 승부를 보인다. 결국 다섯 번째 라운드까지 둘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간다. 끝까지 방심하지 할 수 없는 접전. 과연 최후의 승기는 누가 잡을까? 분위기를 계속해서 밝게 이어가던 두 사람의 캐미? 찰나의 순간마다 등장해 무겁게 분위기를 휘 잡던 그의 카리스마? 결과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것 보았던 버디무비(남자 배우 둘이 콤비가 되어 등장하는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맨 인 블랙'이었다. 그 외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이젠 그 기억에 자리 하나를 더 내어줘야 할 듯하다. 이 '킬러의 보디가드'를 말이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과일 관련 글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시詩 사진 감상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INSTAGRAM / PAGE / FACE BOOK / TISTORY (링크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