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RUIT STORY

한라산의 이름을 잇는 한라봉

손에 닿을 듯한 은하수

by 전성배

개성이 뚜렷한 요즘 세상에는 즐거움과 아름다움 또한 각자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나 인정할 절대적인 불변의 아름다움도 존재하는데 바로 <별>이다. 엄연히 별이란 스스로 빛을 발하는 천체를 말하는 것이기에 태양계에 있는 별은 태양만이 유일하고, 지상에서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별들은 대부분이 인공위성이지만,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는 거짓으로 인위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들을 통틀어 저 밤하늘에 자리한 반짝이는 것들을 '별'이라 칭하고 "아름답다" 라 말한다.


우리의 땅에는 이 별이 무수히 떠다니는 은하수를 손으로 만질 수 있다고 전해지는 장소가 있다. <한라산>. 천혜의 땅이라 불리는 제주의 중심을 큼지막하게 지키는 한라산은 정상에 올라서면 손에 은하수가 닿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래서 이름도 은하수를 뜻하는 <한수 한漢과 붙잡을 라拏>를 사용해 한라산이라 불리고 있다.


은하수라는 아름다운 것에 닿을 수 있다는 한라산은 그 이름 자체에서도 산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잘 지은 이름이란 건 이러한 이름을 두고 하는 말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산에 이름을 본떠 지어진 <한라봉> 또한 그 맛을 보면 잘 지어진 이름이라 생각할 것이다.

겨울이 무르익는 1월은 흔히 접하는 귤과 같은 감귤과에 속하지만 크기와 맛을 달리 하는 만감滿柑류 한라봉이 열리기 시작한다. <찰 만, 귤 감>이란 뜻에 만감은 조금 덜 익었을 때 따도 후숙이 가능한 <온주감귤> (일반적인 귤)과 달리 나무에서 완전히 익힌 후에 수확하는 귤로 분류된다. 이러한 설명은 일부 사람들에게 한라봉은 모양에서 차이를 알 수 있어 덜하나, 또 다른 만감류인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과 같은 귤도 "온주감귤을 오래 나무에 달아두면 저렇게 되는 것 아니냐"라는 착오적 질문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엄연히 품종이 다르니 혹여나 온주감귤이 만감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이가 없길 바란다.


한라봉의 이름에 시초가 된 한라산의 설명을 잠깐 해보자. 한라산은 제주도 중앙을 지키고 있는 산으로 예로부터 부악, 원산, 진산, 선산, 두무악, 영주산, 부라산, 혈망봉, 여장군,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렸지만, 현재에 접어들서는'한라산'이라는 이름과 부명으로 '진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만 불리고 있다. 여기서 진산이란 통상 도읍의 뒤에 위치하여 그 지방을 편안하게 지켜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한라산이 한반도로 불어오는 남태평양의 큰 바람을 막아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준다고 하여 그리 불린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라봉은 우리나라의 토종 감귤이 아닌, 일본에서 두 가지 품종을 교배하여 얻어 낸 교잡종이다. 그렇다고 감귤류 전부가 일본에서 전해져 온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의 문헌을 통해 <제주 감귤>를 왕가에 공물로 바쳤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귤은 최초에는 아시아 대륙의 동남부 쪽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로 전해져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라봉은 일본 과수시험장에서 1972년에 <청견>과 <폰캉>이라는 품종의 감귤을 교배하여 70년대 후반에 수확한 것으로, 당시에는 정식 명칭을 갖지 못한 채 기존에 있던 일본의 감귤과 중 하나인 '삼보감'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빌려와 불렸다. 연유는 새로운 과실로 선보이기에는 과피색은 연하고, 과형은 고르지 못해 기형과 가 나오기 쉽다고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십 수년의 세월이 지난 1990년대에 접어 들어서야 일본에서 이 과실에 상표 등록명을 <데구본>, 품종 명을 <부지화>로 공표했다.


이후, 데구본은 우리나라 제주에 들어와 소규모로 재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부지화, 데구본, 데코폰> 등 제 각각 이름을 달리 하여 출하되었다. 하나, 일각에서는 동일 과실이 이렇게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고, 1996년에 이 데구본의 전반적인 외형이 제주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라산을 닮았다 하여 <한라봉>이라는 통일된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

한라봉은 크기와 모양새는 마치 꽤 오랜 시간을 보낸 듯한 원숙함이 묻어나지만 사실, 수백수천 년에 달하는 다른 과실에 비하면 불과 4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젊은 과실이다. 그렇지만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과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큼 뛰어난 맛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한라봉은 산함량이 높은 과실로 수확시기에 이 산 끼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혹평을 받기 쉬운 과실이기에 초창기에는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했으나, 농부들의 시행착오 끝에 모두가 좋아하며 겨울 철 명절에는 선물로 빠지지 않는 과일이 되었다.


한라봉을 키우는 농부들 사이에서는 수확시기에 얼마나 이 산 끼를 내리고 당도를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농사의 성패가 갈린다고 한다.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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