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음식 삼겹살의 이면

돼지의 통소비가 필요한 때.

by 전성배

봄기운이 완연하다는 말로 오늘 이 글의 서문을 열려고 했다. 요 며칠 동안의 날씨는 마치 고개 숙여 잠든 봉우리의 몸을 거세게 흔들며 깨우는 것만 같다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보름달이 큼지막하게 떠있던 어젯밤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결국, 오늘 찬바람에 봄기운이 머리를 조아리고 말았다. 오늘은 유난히 따뜻한 겨울의 어떤 날과 비슷한 날이다.


가슴을 붕띄우며 설레게 하는 계절 봄이 다가오는 게 확실히 느껴지지만, 그와 비례하게 걱정거리 하나가 큼지막하게 다가온다. 바로 미세먼지. 선명한 봄의 색을 때때로 탁하게 만들어 버리는 불청객. 마음이 기대감으로 가득해도 모자랄 판에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을 꿈틀 거리게 하고, 그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기름진 음식 하나를 생각나게 한다. 고소하고 쫄깃한 고기 삼겹살을 말이다. 지방의 비율이 30%를 웃도는 고기반 기름 반인 이 고기는 민간요법에 친근했던 우리 역사의 맥을 잇듯, 먼지로 인해 목이 칼칼한 날은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만인이 뱉어내게 하고 있다. 사실 그 말은 과거 상술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였을까. 시작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일본은 일찍이 양돈 사업을 번영하여 고기의 소비를 자국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수입에 의존하는 것을 택했다. 가축을 기르게 되면 자연스레 뒤따를 토양과 수질오염을 염려한 선택이었다. 당연히 일본과 가까웠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양을 수입하였으며, 그 양은 당시 일본이 전 세계에서 수입하는 양의 약 20%였다. 우리나라 축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그 당시에 가장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은 돼지를 통으로 수입하는 것이 아닌 부분적으로 수입하는 형태를 이어갔는데, 그것은 대부분 저지방육에 해당하는 등심, 안심, 뒷다리와 소량의 앞다리살이었다.


이유는 바로 일본에서 가장 선호하는 음식인 돈가스를 위해서였다. 미국에서 출발한 <포크 커틀킷pork cutlet>이라 불리던 돼지를 이용한 튀김 음식은 유럽을 거쳐 일본에 전해지면서 <돈가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일본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냥 구워도 맛있는 고기가 신발을 튀겨도 맛있는 튀김과 만나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는 저지방육 위주의 수입 패턴으로 직결되었다. 돈가스는 모두가 알다시피 지방이 적은 부위 혹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등심을 필두로 안심 정도가 주된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일본은 당연히 해당 부위의 수입을 위주로 했다. 기타 뒷다리나 앞다리 살은 햄을 만드는 데 주로 쓰는 등 식문화 자체가 고지방육의 소비는 지향하지 않았다.

그럼 다시 한국의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일본으로 돼지의 저지방육을 수출함에 따라 남아도는 고지방육 특히, 삼겹과 목살 부위는 점점 쌓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이익을 따라야 하는 업계는 쌓이는 부위의 해소를 위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축산업계와 프랜차이즈 사업군은 고지방육을 소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광산 입부들 사이에서 먼지를 많이 먹은 날은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는 말과 미세먼지에 노출되기 쉬운 봄철에는 삼겹살을 구워 먹음으로써 먼지를 내려 보내야 한다는 속설, 삼겹살에 소주, 삼삼데이 같은 날은 모두 이맘때쯤 생겨나기 시작했다. 업계의 마케팅은 마치 잘 맞물리는 기어처럼 착착 맞아떨어지며 몸집을 불려 나갔는데, 1990년대 당시에는 점차 안정권에 접어든 경제에 비례해 외식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삼겹살은 다수의 인원이 즐기기 좋은 음식이 되었다. 비교적 저렴했던 냉동 삼겹살은 보관 및 운반에 용이해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보급에 힘을 얻어 휴가철 대표 서민메뉴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결정적으로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는 역설적이게도 삼겹살 산업에 큰 발판이 되었다. 당시 갈 곳을 잃은 다수의 실업자들이 수중에 있던 퇴직금으로 요식업에 눈을 돌렸는데, 때마침 유행하던 삼겹살을 마지막 희망으로 여겼다.

업계의 따르면 이때 전국적으로 약 2만여 개에 달하는 삼겹살 집이 생겼다고 한다. 삼겹살이 우리의 국민음식이 된 결정적 계기였다. 하지만, 일시적인 이득은 큰 화를 불러오고 말았다. 2000년대 초반 발생한 구제역에 의해서 일본으로의 수출길이 막히고 만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구제역에 일본 측은 우리나라의 돼지 수입을 전면 중단했고, 현재까지도 일부 지역 돼지만 수출이 될 뿐 예전에 비해 양이 크게 줄고 말았다. 그렇다면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도 수출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 의문을 던지겠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국제 돈가를 기준으로 3배를 웃도는 비싼 우리나라의 돼지를 수입하려는 나라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고지방육 마케팅으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199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삼겹살 열풍은 자연스레 저지방육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기름 맛을 알아버린 소비자에게는 더 이상 기름기가 거의 없는 등심, 안심, 뒷다리살 같은 부위는 그저 퍽퍽하고 맛없는 부위였다. 소비자는 삼겹살과 목살 부위만 찾았으며 양돈 업계는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돼지 한 마리에서 얼마 나오지 않는 삼겹살을 더 많이 생산해야 했고, 사육두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197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해 1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돼지두수는 모두 이러한 계기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이 조차도 소비자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수입에 눈을 돌리기까지 했다.


한해 생산하는 국내 삼겹살의 양은 15만 여톤. 수입하는 삼겹의 양은 20여만 톤으로 국내 생산량을 훨씬 웃도는 양을 국내로 끌어 모았다. 지구촌 4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을. 실로 어처구니없는 결과이지 않은가. 돼지의 수출길은 막혀 버린 상황에서 삼겹살과 목살 부위의 소비만 극에 달해있었으니, 저지방육의 재고는 쌓임에도 불구하고 삼겹을 생산하기 위해 계속해서 돼지를 사육하고 남아도는 부위를 방치하고 수입까지 하는 결과를 낳았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삼겹살과 목살은 소량인데 소비자는 그것만을 찾으니 안심과 등심, 뒷다리 살은 쌓여만 가고, 업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삼겹과 목살과 같은 고지방 부위로 손해를 메꿀 수밖에 없어 삼겹과 목살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분별한 밀집 사육은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많은 사육두수로 인해 토양과 수질 오염은 극에 달하고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결과를 낳으니, 구제역을 잡을 리 만무하다. 반면 고지방육의 수요는 여전히 뜨겁고 수입으로도 한계가 있으니, 유통 가능한 국산 돼지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실태는 양돈 업계의 사람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돼지 사육수를 줄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평화롭게 키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기름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의 입맛 탓에 이는 꿈만 같은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냥 이대로 있어도 될까? 이 같은 고지방육 위주의 소비가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면 이처럼 큰 문제점으로 제기할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고지방육 위주의 식습관은 우리의 건강을 넘어 국가 경제까지 흔들 수 있는 위험이 된다는 걸.


극단적인 결과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피지>라는 나라의 실태를 예로 들 수 있다. 작은 땅덩어리의 섬나라 피지는 예전부터 고기가 귀했기에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영위하고 있었다. 육류는 생선이 대부분이었으며, 소고기는 고사하고 돼지고기 정도가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식재료였다. 하지만 양뱃살이 대중화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1년 미만의 어린양을 식용으로 주로 소비하고, 양털을 얻기 위해 여러 해를 키우는 늙은 양은 어린양에 비해 기름이 많고 냄새도 심해 식용으로 쓰지 않는다. 하나, 단순히 털을 채취한 후에 늙은 양을 소각하는 일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못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는 기름기가 많은 늙은 양의 뱃살이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고기가 귀한 남태평양의 섬나라에 수출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고기가 귀한 피지를 비롯한 남태평양의 여러 나라는 이 양고기에 큰 반색을 드러내 보였다.


고소하고 기름진 지방과 고기의 맛은 그동안 채소 위주였던 식단에 엄청난 충격이었고, 식탁을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또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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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는 현재 비만율이 40%에 이르면서 세계 10대 비만국에 이름이 올라있다. 식습관의 변화 탓이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과 당뇨환자는 2011년도 기준으로 1985년에 비해 8배 증가하였고, 병원에는 각종 성인병과 합병증으로 장애를 가진 환자와 질병환자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당연히 국가 경제는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비만으로 인한 성인병과 당뇨에 의한 합병증은 장애와 수명의 단축을 불러왔고, 나라와 가정을 움직이는 주 인원은 제대로 활동할 수 없으니 가정과 나라 경제 모두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소아비만도 당연히 급증하면서 이후에 일어날 사회문제는 더욱 암울했다.


피지의 현 상황을 두고 우리나라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타국에서는 잘 찾지도 않는 부위 삼겹과 목살을 비싼 가격을 치러서라도 대량으로 수입하여 소비하는 행태는 지속되고 있다. 저지방 부위는 갈 곳을 잃어 애꿎게 폐기 처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돼지는 평생을 한 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살만 불리다 죽어간다. 때론 누군가의 식탁에 오를 기회도 없이 병에 걸려 땅에 묻히거나 기계에 갈리고 만다.


이젠 사태의 심각성을 더 이상 두둔할 수만은 없다. 이미 우리나라의 비만율은 꽤나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당뇨환자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물론 삼겹살의 영향만이 아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환경에 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특정 부위만을 소비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돼지 사육두수를 불린 결과는 환경오염과 1차적으로 돼지를 병들게 했다. 당연히 농가의 손해는 극에 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우리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고기를 구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악순환이다. 물론 삼겹살과 소의 마블링과 같은 지방 있는 고기가 국가 축산업을 이끌었다 해도 관 어이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로 의식적인 소비가 의무적으로라도 필요한 때다. 경제의 안정화와 건강을 위해서라도 돼지의 통 소비가 필요한 때다.

기름에 길들여진 입맛으로 퍽퍽한 살코기를 먹는다는 것은 꽤나 어려울 일이겠지만, 다양한 조리법이 존재하는 만큼 저지방육 또한 고지방육 못지않게 맛있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건강과 입맛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돼지를 골고루 먹는다는 것은 불필요한 돼지의 사육두수를 줄이는 일이며, 그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오염과 질병 발생도 줄일 수 있는 좋은 일이다. 그럼 돼지는 살아생전에 더 건강히 생활할 수 있게 되고 가격은 안정화를 이룰 것이며, 우리는 보다 맛 좋은 고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돼지의 통 소비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 감히 말한다.


※2016년 전주 MBC에서 방영된 다큐 프로그램 '검은 삼겹살'편을 참고하여 작성된 글임을 알립니다.


※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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