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된다는 것은 두렵다

영화 <퍼스트맨>

by 전성배

"여기는 지구, 우리는 표류되어 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취해 치욕과 욕심, 모든 선과 악을 알게 된 뒤에도 우리는 지구라는 섬에서 억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은 시간의 순행에서 우리는 꽤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표류해 있다는 진실과 바다는 검은 것이었고, 그곳에는 무엇도 헤엄치지 않는 다는 걸. 그저 행성과 항성. 그것들의 멸망과 탄생만 있을 뿐이라는걸.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우리는 섬에 갇혔다. 끝과 끝이 붙어 버린 동그란 암석 위에서 중력에 매달려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다. 두 번째, 이 섬이 가진 자원은 곧 고갈하고 이는 필연적 멸망을 야기한다. 세 번째 우리는 나가야만 한다. 후세에는 반드시 진실을 상기시켜야 한다. 섬에 갇혀 검은 바다를 올려 보지 말라고, '우주'라는 가명으로 불리는 '심현'이라는 본명의 그 녀석이 반달 모양의 입으로 웃고 있는 고요의 바다에 뛰어들어 우리가 생존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1969년 7월 우리는 검은 바다라는 얼굴 위에 반달 모양으로 웃고 있던 달에게 날아간다. 인류의 유지를 증명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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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어제 오랜만에 영화관을 방문했다. 근래에는 무슨 영화가 개봉했는지 모를 정도로 관심을 갖지 않은 채 지낸 통에, 최근 개봉작들의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였다. 그래서 정보를 얻고자 1위부터 마지막 순위까지 개봉작들을 둘러보았는데, 앞서 개봉했던 <인터스텔라>와 <마션>처럼 우주복을 입은 사람을 정면에 내세운 영화 한 편에 시선이 머물렀다. 바로 <퍼스트맨>이었다. 우주복을 입은 첫 번째 남자라면 그래, 어렵지 않게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처음 달을 밟은 남자 '닐 암스트롱"에 관해 다룬 영화인 것 같았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이미 결말이 노출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떻게 표현했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묘한 마력이 있었기에 나는 여자친구에게 이 영화가 어떠냐 물었고, 다행히 그녀가 흔쾌히 허락해주어 우리는 곧 상영하는 시간에 맞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이례적이라 생각될 만큼 대부분의 타임라인 내내 흔들리는 프레임을 고수해 어지러울 정도였고, 배우들의 대사가 현저히 적은 느낌을 안겨주었다. 내레이션이라는 친절한 설명 장치도 두지 않은 채, 수차례 반복되는 우주 비행 계획에서 희생되어 가는 동료들의 죽음에 고뇌하고,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닐 암스트롱의 시선과 행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뿐이었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오직, 닐 암스트롱의 시선만을 따라다녔고, 영화는 닐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것을 끝으로 몇 개의 시퀀스를 더해 마무리되었다.

네이버 영화

모든 장면이 끝나고 엔닝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몇 개의 대사와 장면이 잊히지 않았다.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닐의 눈빛과 방향을 상실하고 표출되는 격한 행동들,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밖에서 하늘 만을 올려다보며 작은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는 모습과 검은 화면 위로 하현달이 밝게 빛나는 장면들. '고요의 바다'라고 지칭했던 달까지.


나는 아폴로 계획이 시행됐던 당시의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전쟁 직후로 많은 것을 상실했던 당시 사회에서 미국은 소련보다 더 빨리 앞선 우주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달 착륙 계획을 강행했다. 당연히 많은 희생과 자원을 치르게 되었고, 실질적으로 우주선을 탑승해 우주로 날아가는 비행사들은 실패라는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매 순간 휩싸였으며, 국민들 또한 실패를 반복하는 계획에 천문학적인 돈이 사용되는 것에 굉장히 큰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수억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달 착륙 계획은 성공한다. 그리고 여전히 성공 유무를 떠나 수많은 희생과 자원이 사용된 계획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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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을 고요의 바다라 칭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표류'라는 단어와 연결했다. 영화가 닐이 바라보던 밤하늘의 반달을 오랫동안 관객에게 보여준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지구에 표류한 우리를 우주라는 밤이 반달을 이용해 비웃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우주라는 바다 위에 별이라는 무량대수의 섬들 사이에서 우리는 다행히도 식량이 넘치고 사람에 치여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지구'라는 섬에 표류해 있다. 그리고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는 하나, 해를 거듭할수록 전체 인류의 수는 급등하고 있어 자원의 고갈은 필연적이다. 이 시점에서 닐이 바라보던 밤하늘의 반달은 마치 우주가 비웃는 듯한 입 모양을 하는 것만 같았다. 표류해 죽어갈 운명이라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야만 했고, 당시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으로, 웃고 있는 달에게 날아가는 것이었다. 결국 성공했고, 수많은 희생을 치러 얻어낸 슬픈 성과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직후 나는 조금의 반감도 들지 않았다. 당시의 사건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으니 이리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심증으로만 갖고 있던 불완전한 확신을 완전하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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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비웃던 달을 밟은 닐의 시선이 우리가 표류한 지구를 보았을 때, 지구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리는 살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빠져나와 건물 밖을 나서니 낮은 사라지고 밤이 찾아와 있었다. 오른쪽 하늘에는 하현달이 유난히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와카레미치입니다. 삶과 사람의 틈새에 산란해 있는 사정을 추려 글을 쓰고 윤색潤色합니다. 땅에서 시작된 작은 생명이 수십억 인간의 삶이 되는 것에 경외심을 느껴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수필 연재와 만났던 농민의 작물을 독자에게 연결해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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