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두 개의 생生을 갖고 사는 젊음에게 말하는 격언

by 전성배

백세 인생이란 말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의학과 삶의 질이 서로를 의지하며 상승함에 따라, 인간의 수명이 과거에 비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현재 인류의 평균 수명은 80세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백세 인생이란 말은 조금 억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과장하기 좋아하는 인간의 습성 탓인지, 자연스레 사용되는 것이 조금은 웃픈 현실이고. 게다가 우리는 확실히,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수명과 천천히 끝을 향해 나아가는 수명이 구분되어 있으니, 이는 더더욱 억지스럽다. 인류는 수명이 다하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 말라가는 푸른 잎처럼 천천히 죽어간다. 이는 개인의 건강에 따라 시기가 다를 뿐, 모두에게 주어지는 운명이다.


조금 가까운 곳에는 자신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그 예 일 것이다. 이제 삼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어느 순간 사랑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일 년 일 년 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해가 멀다 하고 정정하시던 모습이 순식간에 기울어져 감을 매년 두 눈으로 보게 된다. 같은 말씀을 반복하기도, 스스로 뱉으셨던 약속을 잊기도, 조금만 걸으셔도 금세 힘에 부쳐하신다. 할머니의 그런 모습들을 보면, 이는 한 사람의 삶이 또 다른 형태의 결말을 맞이하는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어떤 것이든, 세상사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시간의 지배하에 태어나고 그 안에서 헤엄치며 살아간다. 한 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는 기계나 건축물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삐걱거리고 부식이 진행되다 기능을 상실한다. 그럼 기계는 멈추고, 건물은 작은 충격에도 외벽을 찢으며 무너지곤 한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더 나약하게 무너져간다. 조물주가 피조물보다 더 쉽게 죽어가는 것이다. 이 비극의 과정은 인간에게 두 개의 수명이 있음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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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게 대지를 차며 달리는 두 다리와 강하게 뻗어나가는 목소리, 대찬 호흡과 선명히 볼 수 있는 두 눈을 가진 젊음이란 것의 죽음과, 신체기능의 정지라는 물리적 죽음. 그래, 우리의 첫 번째 수명은 불과 수 십 년이 채 남지 않았다. 백세 인생이란 단어는 끝없는 허황함을 품고 있을 뿐이다.


새삼, 젊음이란 것의 생명력만큼 값진 것은 없다는 걸 느낀다.


단, 젊음을 최고로 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젊음이라는 똑같은 재산을 갖고 태어나고 살았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기울어진 할머니의 허리에도 과거 나와 같은 젊음이 서려 있었고, 늘어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주름 뒤에는 나와 같은 초록이 있었다. 결국, 모두 얼마 되지 않는 두 개의 수명을 갖고 살아가는 존재. 잘난 것과 잘나지 않은 것에 길이를 재는 눈에 고개를 숙일 필요 없다.


우리는 지금 누군가는 갖고 싶었을, 보낸 것이 못내 아쉬운 젊음을 두 팔 가득 품고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최선을 다해 이 시간을 불씨 삼아 젊음을 태우고 싶다. 많은 돈을 벌고 떵떵 거리는 삶의 환상을 버리지는 못하겠으나, 충분히 젊음이라는 수명을 다한 뒤 나의 부모와 할머니처럼 천천히 내 사람을 위해 거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저 없는 살림에 부족하게 키웠다고만 생각하시는 부모의 마음만 한 거름은 나에게 없었다.


하나의 생을 끝낸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아직 두 개의 생을 갖고 사는 만큼, 성실히 존중하고 위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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