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세요. 행복할게요.

by 전성배

'희망'이라 불리는 여명의 단어와 같은 선상에 놓인 말 기원冀願. 어떠한 뜻을 품고 무언가를 바랄 때, 우리는 '희망하다' 혹은 '기원하다'라고 말한다. 두 단어 모두 염원을 담은 말이지만, 결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희망이 상대의 두 눈에 내 눈을 맞추며 지긋이 말하는 단어라면, 기원은 상대의 눈 앞에서 내 눈을 감고 고개를 옅게 떨구며 읊조리는 것만 같다. 간절함으로 한 겹을 더 바른 듯한 단어.


"행복하세요"

"행복할게요"


두 개의 바람이 공기를 타고 서로에게 닿았을 때, 읊조리는 기원을 보았다. 이는 케이블 채널 tvN에서 요즘 한창 방영 중인 '강식당'이 보여준 장면에서 비롯된다.


'신서유기'라 불리는 프로그램이 시즌 별로 진행하는 '강식당'은 강호동을 주축으로 이수근, 은지원, 안재현, 규현, 피오, 송민호가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프로젝트인데, 식당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많은 시청자를 보유하게 된 프로그램이다. 특히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은 과거 KBS의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창 많은 인기를 누렸으나, 개인적인 사고로 인해 추락했던 인기를 신서유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회복했다 생각했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에 단순히 재미를 느껴 방송을 보기 보단 그들에 대한 나름의 애착으로 시간이 될 때면 챙겨보려 노력한다. 과거의 영광부터 빛바램까지 모든 걸 지켜본 인물들이니.


그리고 얼마 전에 나왔던 하나의 에피소드가 그 기원을 보여준다.

강식당

식당에 한 모자母子가 방문했다. 그날은 강호동이 신메뉴를 선보이는 첫날이었고, 모자는 신메뉴를 주문했다. 강호동은 처음 나가는 메뉴인만큼 음식을 먹을 손님의 반응이 신경 쓰여, 조리를 마친 음식을 손님의 테이블로 내보낸 뒤 반응을 살피기 위해 본인도 해당 테이블에 다가갔고, 거기서 중년의 어머니는 강호동에게 말을 건넸다.


"제가 20년째 강호동씨 팬이에요. 그동안 아팠었는데, 강호동씨가 나오는 프로그램만 보면 힘이 나고 웃을 수 있어서 아들이 자주 강호동씨 나오는 프로그램을 틀어줬어요. 그래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덕분에 강호동씨를 더욱 좋아하게 돼서 당신을 만나는 것이 제 소원 중 하나가 됐죠. 그리고 운 좋게도 강식당에 당첨이 되어 강호동 씨가 만드는 음식도 먹고, 당신을 보기까지 했으니 이제 소원을 풀었네요. 너무 기쁩니다."


그녀가 강호동에게 전한 말은 이보다 더 장황하고 깊었지만 대략적인 그 결은 이러했고, 나는 대화를 마친 뒤 주방에서 쉼 없이 눈물을 흘리는 강호동의 모습에서 깊은 여운을 느꼈다.

강식당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타인을 만났을 때, 그 감동은 얼마만큼의 크기로 나의 마음에 안착할까, 감을 잡을 수 없다. 연인도 가족도 친구도 아닌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를 보며 힘을 냈고 일어설 수 있었으며, 나로 인해 행복할 수 있었다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나의 행복을 기원한다는 말을 건네는 감동. 나는 강호동이 느낀 그 감동이 얼마나 거대하고 그 눈물이 얼마나 감격스러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랑받았으나 한 번의 실수로 소외되었고, 그로 인해 칭찬과 격려는 어색하고 비난에 익숙해졌던 그는 어렵게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르며 다시금 세상에 나왔다. 그 사이 그는 어깨가 많이 굽은 사람이 되었지만, 다행히 알게 모르게 자신을 응원하며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느끼며 조금씩 정진했고, 그런 와중에 자신으로 인해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진심으로 자신의 행복을 바라는 이를 만나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강호동을 뒤로하기 전 뱉은 그 말,

강식당
강식당

"행복하세요"

"행복할게요"


나는 그의 감정이 집약되어 뱉어진 대답 "행복할게요"라는 말을 쉼 없이 되뇌었다. 내가 아닌 상대의 행복을 기원하며 읊조리는 말과 그 말에 온 감정을 다해 전하는 대답. 나는 과연 장황한 이 삶에서 누군가에게 행복을 부탁받을 수 있을까. 그 부탁에 흔쾌히 끄덕이는 감사를 전할 수 있을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강호동 그도 적지 않은 삶을 다사다난하게 보내며 무감각해진 일상을 거듭하다 받게 된 부탁이지 않던가.


그러니, 잦은 물살과 함께 가끔씩 가슴을 내려앉게 하는 큰 불행들이 삶을 장악하더라도 덤덤하게 받아내며, 물살보다 약한 실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행복을 희망 삼아 살다 보면, 나에게도 행복을 부탁하는 인사가 들려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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