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박한 야경의 루프탑에서

by 전성배

지면에서 열두 개의 층을 쌓아 올려 지은 카페에 앉아 있다. 지면을 훑던 바람은 이곳에 올라오니 몸을 휘청이게 할 만큼 강하게 변했고, 햇빛과 함께 낮을 달궜던 공기의 온도는 여기서만큼은 7월이 무색하게 싸늘하다. 도심에 비해 야박한 야경의 동네의 유일하다 싶은 루프탑. 이곳에서 미지근해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꽤나 넓은 야외 좌석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소란할 만도 할 텐데, 작은 이어폰으로 나오는 음악소리와 형체 없이 떠도는 바람 소리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가지 않고, 나에게 자신이 여기 있음을 말하는 것만 같다. 소란하지만 평온하고, 평범하지만 꽤나 벅찬 시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면 이 바람에 색을 입히고, 높디높은 이 장소를 도화지에 멀리 그릴 텐데. 음악을 만들 줄 알았다면, 이 순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현악기를 상상하며 오선지에 음표를 빼곡히 수놓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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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쉬워 말고 다행이라 여겨야겠다. 그림을 그릴 재주와 음표를 걸어둘 재능은 없어도 낡은 노트북이 있고, 키보드로 두드리며 찍어낼 내가 아는 수많은 문장들은 그것 못지않은 반짝이는 것들이니까. 글을 쓰는 것 또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것만큼의 감내가 있어야 한다.


글을 쓰며 이 순간을 느끼니, 바닥끝까지 만끽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순간들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내가 아는 가장 영롱한 단어들로 박제해야겠다. 이는 마치 힘겹게 얻어낸 글쓰기의 기회 같으니, 가장 예쁜 문장으로만 화면을 빼곡히 채워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게 마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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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입이 한 입 베어 문 듯한 작은 초승달, 옅은 하늘색으로 희석되어 있던 저녁이 밤에 빠져 진해지는 시간. 야박한 야경이 가장 많이 빛날 시간과 그것이 하나 둘 꺼져 이내 새벽을 위로할 소수의 빛만 남는 때. 입은 말을 아끼고, 손은 온갖 말들을 쏟아낸다. 소리 없이 퍼지는 아름다움을 떠드는 말의 사족들. 칭찬으로 넘치는 찬란한 군더더기들.


이야기도, 두서도 없이 떠도는 글. 비유와 은유, 활유와 같은 수사가 범람하는 글. 그러나 이것들로 빽빽하게 수놓아도 부족한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선명하게 담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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