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지지 않게 계속하는 것, 두 끝을 맛 대 지속되게 하는 것을 말하는 '잇다'는,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단 하나의 단어를 말하라면 가장 앞머리에 위치 시켜야 하는 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딘가에서 태어나 어딘가에 서있을 나와 당신을 훑고 지나간 바람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바람에 콧김을 묻히는 것처럼, 작은 물줄기가 쉼 없이 모여 강을 이루고 이것이 어딘가의 틈새를 비집고 바다로 흘러가 끝없는 윤회의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처럼. 세상에 태어나 세상의 흐름에 맞춰 끝없이 후손을 낳고 전통을 이으며 역사를 지키는 우리도, 세상도 모두 '잇다'를 생존의 이름으로써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흐름이 끊기는데 큰 거부감을 가진다. 전통과 역사가 깃든 것이 훼손되거나 잊히는 것부터 산업에까지 이르며, 물질적인 것만이 아닌 감정의 끊김도 예외는 아니다. 한 번의 사랑은 다음 사람에 대한 갈증을 낳고, 어서 사람을 만나 사랑을 이어가길 갈망하게 하니 이 또한 '잇다'에 결부된다. 끝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단신의 몸으로는 무엇도 해낼 수 없는 나약한 우리이기에, 개인을 이어 사회를 만들고 나라를 세워 서로를 지키는 우리이기에. 우리는 '잇다'에 지독히도 목을 매고 있다.
그리고 이는 특히, 의지의 농도가 짙은 대상일수록 심화된다. 역사의 한 장을 담고 있는 물증이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혁신을 주도했던 인물들의 유지일수록 우리는 그것의 흐름이 끊기지 않길 바라며, 누군가는 반드시 그 자리를 대체해 지키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천재적인 물리학자였던 아인슈타인과 그 못지않게 수많은 이론을 증명했던 스티븐 호킹, 기업 자체를 혁신의 중심으로 이끌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까지. 사람들은 그들의 뒤를 이을 인물의 등장을 꿈꿨다. 하지만 기대란 단어를 품은 마음은 높고도 높아 충족할 수 없는 것일까? 사람들은 뒤를 이은 인물에게 늘 실망을 토했다.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과 같은 수많은 기업의 창립자의 뒤를 이은 인물부터 국가의 수장까지. 사람들은 누구 하나 만족스러운 눈으로 보지 않았다. 아마 11년의 시간 동안 아이언맨으로 살아온 토니 스타크의 뒤를 잇는 인물에게도 똑같이 주어질 시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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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앤드 게임의 끝은 동시에 아이언맨의 끝이었으며, 7월 2일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예고편부터 곳곳에 그의 흔적과 그리움, 그의 뒤를 이을 인물에 대한 갈증을 표출했다. 관객도 영화 속 인류도 모두 토니를 대신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원했다. 사람들은 영화 속이든 현실이든 믿고 의지할 대상이 있어야 했으므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가 그를 대신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몇몇 영화 리뷰어들은 피터 파커가 아이언맨의 기술과 슈트를 물려받거나 혹은 자신만의 새로운 아이언 슈트를 만들어 새로운 2대 아이언맨으로서 등장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여러 뇌피셜이 다양한 개인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었지만 역시, 대부분의 예상은 2대 아이언맨으로서 성장할 피터 파커의 모습이었다.
결국, 영화를 봐야만 피터 파커의 행보를 알 수 있겠지만, 나는 결코 아이언맨의 힘을 이어받는 것만이 그를 잇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위에서 몇 번 언급한 말. 그래, 떠나간 이가 이루지 못하고 남긴 뜻의 '유지遺志'를 잇는 것이 진정 후계자 혹은 계승자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아이언맨의 매력과 기술력, 그의 센스와 문제를 앞두고 대처하는 천재력 이 있어야만 아이언맨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가 남긴 뜻중 가장 컸던 건, 강박에 휩싸일 만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대비하려는 자세였다. 그것이 때론 사건 사고를 불러와 시련을 낳기도 했지만, 그 또한 하나의 단계로 인식하며 이겨내는 것으로, 그는 더 나은 전략과 동료 간의 유대를 다져 나갔다. 현재 위기에 봉착했다 한들, 행여 자신의 행동이 위험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겁이 나 그 자리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한 단계 한 단계 타파해 나갔다. 또한 사전에 준비했던 대비책이 위기의 톱니와 맞물려 사람들을 지켰을 땐, 안주하지 않고 또다시 고민하던 그였다.
위기가 두렵거나 자신의 행동이 나을 결과가 무엇일지 아득해 멈추는 것이 아니라 꾸역 꾸역 나서던 모습. 그것은 결국 수많은 멤버를 하나로 모아 인도할 수 있었던 의지가 되었고, 마지막에는 세상을 구할 희생으로 추앙받았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 설령 그것이 실패가 뒤따르더라도 더 큰 고민으로 타파하기 위해 싸우는 것. 토니는 자신의 죽음 뒤에도 계속해서 닥쳐올 위기에 맞서 자신처럼 이겨내려는 의지를 두른 인물을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때론 무모하고,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감정적이었던 피터 파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모습이다.
사람은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 기억과 역사에 남은 인물을 대신한 사람에게는 떠난 이와의 비교는 필연적이고, 그보다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대신했던 인물마저도 떠나보낸 후에야 돌이켜 보는 것이 우리의 눈이다. 누구든 쉽게, 떠난 이보다 나은 믿음을 얻기란 쉽지 않은 법. 자신만의 흐름으로 나아가야 한다.
떠나간 이가 진정 원하는 건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 유지遺志의 음각을 더 깊이 새기는 의지일 것이다. 토니의 빈자리에 눈시울을 붉히는 피터의 부담감과 슬픔은 당연하지만 그는 토니가 될 수 없으니, 그저 그의 뜻을 이어 자신의 걸음을 올곧게 나아가면 된다. 떠난 이의 뜻을 보지 못한 무지한 우리의 시기와 비난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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