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말하던 만화.

by 전성배

일본 애니메이션 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작품 에반게리온은 본 적은 없지만, 익히 전해 들었던 줄거리에 의하면 "하나의 육체, 하나의 영혼이 되어야 인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인류 보완계획'을 가장 큰 주제로 꾸려진 이야기를 가졌다고 한다. 인간은 태초에 하나여야 했으나,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각기 다른 개체가 되어, 마음에 벽이 생기게 되었고 그로 인해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이며, 하나였던 본능에 의해 사회라는 구조를 만들어 서로 의지하며 사는 것이라고 한다. 작품을 본 적도 없고, 작품 자체도 워낙 혹평과 호평을 수시로 오가며 난해하다는 평이 많다 보니, 내가 들은 작품의 줄거리와 해석이 정확히 맞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품의 세계가 추구하는 "인류는 하나가 되어야만 영원할 수 있다"라는 말에 따라붙는 여러 사연들이 촘촘한 나뭇가지처럼 내 머릿속에서 퍼져나갔다.


인생무상을 뜻하는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떠난다는 이 말은 욕심과 싸움은 의미 없음을 말함과 동시에, 넓게는 사랑을 포함해 정情을 기반으로 한 관계의 무상無常을 뜻하기도 한다. 결국 하나의 개체로 수명을 갖고 사니, 관계 혹은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 이기심과 이타심을 발휘하는 것 모두가 무쓸모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 말에서 파생된 것이 바로 에반게리온이 가진 이야기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한다.


(수필을 구독하시고, 작가의 힘이 되어주세요 :D)

시뷰 / 와카레미치 iPhone XS

마음에 벽을 쌓고 살아가는 우리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거창한 말을 뱉지만, 무딘 손톱과 벌거벗은 피부, 약한 턱으로는 야생의 동물과 비교해 나약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이 벽에 문을 내 협력하며 살아간다. 이는 오래전부터 자연스레 집단을 구성하고 그것이 성장해 사회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게 한 인간의 생존 방식이다. 그러나 집단생활에서 오는 시기와 이기심, 경쟁과 단 한 번의 선택이 인상의 패착 원인이 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소외되고 잊혀지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사랑의 실패로 인해 나락과 같은 시간을 겪는 사람까지 더하라면 이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유로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니 경쟁과 욕심, 사랑은 큰 의미가 없음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은 우리를 나누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영혼과 육체를 하나로 만들어 이 비극을 사라지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아픔의 연속인 관계로 자해하며 살아가는 인류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은 그뿐이라며.


하지만 나는 결코, 인생무상이 가진 허무 안에 이 삶이 모두 담긴다 믿지 않는다. 이 말은 혹시, 손에 잡힌 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가치만을 가리키는 말은 아닐까 의심해본다. 관계가 주는 정情, 내 안에 담긴 어떠한 것을 거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시간과 정성, 애정. 오래전부터 나의 주장이었던 인간은 기억을 순간의 동력으로, 추억을 저장해 곱씹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확신은, 결코 인생무상으로 의미 없다 치부하기에는 영롱한 빛을 발하며 우리 사이를 유영하는 것이 매 순간 느껴진다.


실패 뒤에 경험이 남는 것과 사람이 떠난 뒤에 사랑이 남아 추억으로 정제되던 순간. 비를 내려 갈라진 대지의 틈을 메우며 가뭄을 밀어내던 하늘의 호의, 무엇도 가져갈 수 없다 생각한 삶의 끝에서 사랑이라, 추억이라 말할 것이 많아 외롭지 않다던 누군가의 죽음까지. 인생무상의 허무는 어디에도 없었다.



유튜브

와카레미치 instagram / YouTube

siview market / siview instagram

aq137ok@naver.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벤져스와 빽 투 더 퓨쳐의 시간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