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판매를 겸하며 있다 보니 정치, 연예, 문화 등의 소식보다 농업계 소식에 좀 더 관심이 가는 편이다. '농민신문' '월간 원예' '한국농업신문' 등 찾아보면 농업계 소식만 전문으로 다루는 뉴스 채널이 꽤 있어 표면적인 소식은 그곳을 통해 접하는 편이다. 농어민들의 고충이나 정부의 최신 정책에 대한 농산물의 동향과 앞으로의 흐름을 읽기에 그만한 소식통은 없으니, 개인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어제도 남는 시간을 이용해 여러 소식을 읽다 한 뉴스를 보았다. 사과로 유명한 전라북도 장수군의 이야기였다.
이는 연합 뉴스에서 보도한 것으로 "상자값이 1천800원인데, 사과 10kg 경매가가 3천 원이 말이 돼?"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건 기사였고, 이른 추석과 함께 사과 농사 풍년이 겹쳐 공급 과잉으로 사과값이 폭락해 경매가가 바닥을 친다는 내용이었다. 한 농부의 인터뷰는 상자값이 1천800원인데 경매가가 3천원이라며 수확하고 작업해 화물비를 들여 공판장에 보내는 것 자체가 적자라며, 이는 왜곡된 유통 구조와 해당 군청이 수급관리에 실패해 가격이 폭락한 것이라 분통을 토했다. 어떤 농민은 이를 항의하고자 수확 후 상자 포장까지 마친 사과박스들을 군청 앞에 한 가득 쌓아두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최저 생산비를 맞추려면 박스당 최소한 2만 원을 받아야 수지가 맞는데, 경매가가 어떻든 소비자는 여전히 사과 한 상자당 평균 3만 ~4만 원을 지불해 구매하는 현실에 우리는 어떻게 된 것이냐며, 복잡한 유통구조에 책임을 물기도 했다.
또 다른 농민의 의견은 정부와 지자체가 사과의 연간 생산량을 관리하면서 적절한 가격 수준을 보장하는 등 체계적인 수급관리를 해야 한다며, 최근 수년 사이 장수군청은 사과에 대한 판로를 확보하지도 않은 채, 신규 사과 농가에 대한 대책 없는 지원이 이러한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농산물을 중간에서 소싱해 판매하는 나의 사견과 이야기를 더하자면 우선 '산지직송'과 각 지역에 위치한 도매시장을 통해 경매가 치러진 상품을 모두 판매해본 입장에서 이 같은 가격을 목격한 경우는 거의 없다. 경매가가 현저히 낮은 상품은 당연히 그만한 하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치러지는 가격이다. 예를 들어, 파과 혹은 낙과, 기준치에 미치치 못하는 작은 사이즈의 사과는 당연히 정당한 상품성을 보유한 사과와 같은 경락가를 받는다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 또한 경매가 치러지는 상품은 일반적으로 일정 품질 이상을 요구하고, 농민도 스스로 적당한 상품을 걸러내 시장에 입하시키는 것이 자신의 유통비를 아끼고 평판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수 십 년째 유지되고 있는 경매체계의 기본이니 농민들이 모를 리 만무하다. 비품을 무리해 입하시켜도 좋은 경매가는 기대할 수 없다. 당장 새벽에 도매 시장에 나가 경매가 치러지는 것을 보아도,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주도하는 도매법인이 그날그날 최신화하는 경매가를 검색만 해도 사과 가격의 등락 폭은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농부가 도매시장에 상품을 내놓아 경매를 받을 때, 받은 경매가에 이의가 있다면 자신의 상품을 빼 다른 도매법인에게 재경매를 받을 수 있고, 자신만의 판로가 있다면 스스로 판매를 해도 되기에 받은 경락가에 수긍하냐 안 하냐는 전적으로 농부의 선택에 달려있다. 경매가가 맞지 앉는 다면 스스로 팔거나 혹은 다른 도매법인의 경매사에게 의뢰를 해 더 나은 가격을 얻어내도 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다른 방향의 이야기지만, 최종적인 궤는 같이 하니 좀 더 말을 잇겠다.
농업계 뉴스를 보다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한탄과 분개 외부에 대한 책임과 열심히 한 죄밖에 없다는 스스로에 대한 청렴결백이다. 몇몇의 농민을 만나고 그들의 상품을 팔면서 본 성향은 세 가지였다. 스스로 판로를 개척해 판매하는 농부님, 판로 개척에 대한 경험과 지식적인 부분에 어려움이 있어 계속해서 고민은 하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현 경매 체제를 이어가시는 농부님, 오직 해당 지자체와 정부의 해결 방안을 요구하며 공판장에 물건을 내놓기 위해 농사를 짓는 농부님.
첫 번째 농부님과 협업을 했을 때는 도매시장에서 협력했던 중도매인 분들의 상품을 소싱했을 때와 큰 차이 없는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받았고, 농부님 본인도 자신의 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 최근 소비자가를 따르고 있었다. 내가 산지에서 소싱한다 하여, 농부님이 직접 소비자와 직거래를 한다 하여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되지 않았다. 소비자가 직거래 상품에 기대하는 건 기존 유통방식의 상품과 다른, 보다 좋은 신선도와 가격적인 이점이지만 실상은 신선도와 가격 모두 큰 차이가 없어 실제로 몇몇 소비자는 약간의 실망한 기색을 보인다.
실제로 가끔씩 이런 이유로 소비자에에 문의가 올 때면 나는 농민을 변호하는 편이다.
농업이란 자연의 영향을 받는 만큼 매해 똑같은 맛과 똑같은 물량을 수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에 올해 맛이 좋고 풍년이었다 해도 내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시작으로, 농민도 기존 유통구조를 거쳐 거래되는 가격보다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지만, 자부심 있는 상품이라면 적정 수준의 소비자가를 따라도 되지 않을까요 라고 전한다. 충분한 값어치를 하는 상품이라면 직거래라 해도 충분한 가격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은 논외다.
기존 경매 방식으로 유통되는 상품에 경우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맛과 신선도, 상품의 크기와 고른 정도 등의 기준으로 까다롭게 선별되어 경매가 치러지고 유통되기에 가격적인 부분이 인상되지만, 확실히 명확한 품질 기준을 따르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 반면, 농민과 직거래를 할 경우 일부 농민은 공판장에 입하시키는 상품의 기준치보다 현저히 낮은 상품. 크기 비선별(혼합), 미관상(착색, 파과, 낙과 등)기준 미달 등의 상품에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직거래를 하기도 해 문제가 있다. 물론, 사전에 이를 명확히 고지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농부님들이 대부분이다.
두 번째 농부님의 경우, 대부분 어느 정도 나이대가 있으셔서 새로운 판로에 갈증은 느끼지만 쉽게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젊은 사람들처럼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 방식이 생소하고 관리하는 것에 두려움이 커, 기존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분들. 이분들의 경우 나와 같은 중개업자와 협력하여 판매를 유도할 수 있기에 개척지는 있다. 그리고 우선 고민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에는 이미,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판로를 개척하고 계신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세 번째 성향의 농부님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몇몇 농부님은 이 세 번째 성향을 고수하며 모든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한탄한다. 풍년이어도 불만이고, 흉년이면 더 불만이었다. 수확이 잘되면 가격이 떨어져 이를 어찌하냐고 분개한다. 흉년이면 지차제 및 정부에게 지원을 요구한다. 자신의 상품의 판로를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고민하도록 요구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노력조차 하지 않고 이런 전가를 하기에 더욱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다.
정말로 사과 한 상자 3천원이 맞을까? 멀쩡하고 좋은 품질의 사과가 3천원? 그만한 가격대에 근접한 상품을 찾아보면 멀쩡한 상품은 없었다. 크기가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사이즈로 비품이 대부분이었고, 이 또한 멍들거나 찍혀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예를 들어 사과 10kg 한 박스 기준 40개가 들어 있으면 평균 사이즈는 야구공 정도다. 그럼 그 이상의 수량이라면? 지나치게 작은 사과라는 의미다. 심하게 작은 사이즈라면 좋은 경매가를 치르기 어렵다. 찍힘, 파과, 낙과, 멍든 사과 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만에 하나 특품의 사과가 정말로 3천원 경매가를 치렀다? 나라면 공판장에서 상품을 빼 차에 싣고 나가서라도 판매하겠다. 그게 어렵다면 요즘은 농업지역 지자체에서 인터넷 판매 교육도 무료로 실시하기에 도움을 받아 직접 팔아볼 수 도 있는 부분이다. 자식 같은 작물이, 또 수년의 일상을 오롯이 담은 나의 작물이 그런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는 다면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 판로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몇몇 농부님들의 지나친 책임전가가 농민의 인식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수만큼 산업분야는 너무나도 많다. 각각의 산업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모두 예외 없이 자신만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 지자체도 이를 방관할 수 없기에 가능한 선에서 소리 높여 정부에게 합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고, 정부도 합리적인 사항 내에 이를 들어준다. 하지만 농업계의 몇몇 농부님들은 이를 악용한다. 지나친 부풀리기 식으로 피해를 말하고 지나친 요구와 지나친 책임을 묻는다. 이런 농부님들에게 소비자가 좋은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
농업은 중요하다. 나라의 기반은 농업이며 농업이 죽으면 나라는 언젠가 파국의 길을 걷는다. 그만큼 매우 중요한 분야다.
그래서 각 나의 정부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농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타 산업에 비해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농업계에 지원을 보낸다. 임의로 물량을 매수해 저장하는 것으로 농민의 수입을 보장하려 노력하고, 판로 개척을 위해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해 수출길을 뚫어 농민에게 알린다. 이는 나라의 기반인 농업을 위해 삶을 희생하는 농민과 농업에 대한 나라의 책임이다. 하지만 이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 희생과 걱정을 당연시 여기며 더 큰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만약 모든 농민의 흐름이 그렇다면 응당 순리라 묵인하겠지만, 그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농민은 무엇이란 말인가? 스스로 판로를 찾아 스스로 더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힘쓰는 분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기사를 접하고, 결국 또 책임을 물으며 피해자라 말하는 농민의 말에 조금은 화가 난다. 끝없는 고민으로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가는 농민과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자신만의 고충과 시련을 감내하며 오늘도 일하시는 분들의 자세를 무시하는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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