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사과를 키우는 농부

by 전성배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를 떠올리면 가격과 크기, 맛 등 몇 개의 특징이 곧장 입 밖으로 뱉어질 만큼, 양식에 비해 자연산이 더 좋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양식기술이 개발된 배경에는 부족한 개체수를 보강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과 개체의 생태계 연구를 위한 목적 외에도, 품종을 파악해 품종 개량 및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더 좋은 맛을 얻기 위한 이유도 포함되어 있으니, 자연산과 비교해 양식이 더 우월한 위치를 점하는 개체도 다수 존재한다. 다만, 여전히 많은 개체가 자연산과 양식을 비교 시 자연산이 양식에 비해 큰 크기와 육질,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자연산과 양식이라는 용어는 흔히 수산업계에서 주로 사용한다. 그도 그럴 것이 농업이나 축산업계에서 야생종을 동시에 다루지 않는 이상 자연산과 양식이란 용어를 사용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럽다. 그럼에도 굳이 농민의 손에 길러져야 하는 작물과 가축들로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양식에 가까울 것이다. 더 좋은 품종을 얻기 위해 연구하고, 작물이 잘 자라도록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를 약간 비틀어 들여다보면, 농업과 축산업에 속한 농민들이 작물을 키우는 방식에서 자연산과 양식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학술적인 측면이 아닌, 기술적인 측면도 아닌, 농민이 작물을 키우는 모습과 임하는 마음으로 이를 구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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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경상남도 거창군에서 20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계시는 한 농부님을 통해 얻게 된 호기심이며, 끝에선 답을 얻을 수 있었던 문제였다.


사과로 유명한 지역을 떠올리면 장수, 예산, 청송, 영주, 영동, 충주 등 이외에도 무수히 많지만 거창도 전국 사과 주산지로 유명하다. 특히 거창군 고제면에서 나는 사과의 경우 해발 700m 이상의 중 고랭지에서 재배되고, 거기에 풍부한 지하수와 큰 일교차가 한몫을 더함으로써 결과물이 보다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20여 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한 농부님은 2만 평에 이르는 부지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대부분을 입소문을 통해 직거래로 소화할 만큼 유명하다. 그의 사과가 타 농가의 사과보다 좋은 맛을 내는 것도 이유겠지만, 이 맛을 지키며 동시에 안정적인 수확률을 유지하고, 고객의 요청을 최대한 수렴하여 응대하는 노력을 지속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앞서 말한 좋은 맛과 수확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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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자신의 사과가 좋은 맛을 유지하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방법으로, 별다른 노하우를 들이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이것저것 좋은 비료와 퇴비를 주며 애지 중지 키워도 봤지만, 자연 그대로를 사과에 안겨주며 키운 것만큼 맛 좋고 튼튼하지는 않았다던 말을 잇는 농부의 경험담에서, 굳이 방법을 캐내자면 자연을 그대로 사과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과를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나이가 20대 초반이었어요.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안 해본 것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좋다는 걸 이것저것 다 해봐도 결국 깊숙한 산에서 홀로 큰 나무의 사과 맛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
자식 키우는 것과 똑같습니다. 너무 금이야 옥이야 키우면 말을 안 듣습니다. 저는 최대한 자연환경 그대로를 유지해주고, 나무가 크고 싶다면 크도록 두고, 척박하다 싶을 정도로 양분도 주지 않습니다. 배고프면 알아서 끌어올리니까요. 결국 사과에 필요한 양분은 땅에 다 있기 마련입니다.

-'월간 원예' 뉴스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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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농업은 자연적인 요소에 가장 크게 좌지우지되는 분야다. 작물 하나하나가 생명을 갖고 있는 만큼 사람들 사이에 흔하게 전해지는 교훈인 "자신만의 길이 정답이다"처럼, 농업에서도 저마다 농부가 가진 방법이 그들만의 답이 될 수 있다. 거기에 추가로 매뉴얼화된 농법을 참고하면서 자신만의 농법을 보강해가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사람들이 성공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길잡이 삼아 따라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기에 자연을 그대로 사과에게 주는 것이 방법이라는 농부님의 말은 완벽한 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작물에도 자연산과 양식이 있다면 적어도 그가 추구하는 작물의 성장이 바로 자연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탄한 길을 걸어온 사람의 손보다 척박한 길을 달리며 거칠어진 손끝에 무구한 세월이 촘촘히 박히듯, 잘 가꿔진 평원 위를 훑는 바람보다 울창한 숲의 나무 틈에 끼이고 깎인 바람이 더 값지듯, 꽃밭 위에 자리 잡은 수만 송이의 꽃보다 깊은 숲 속에 자란 한송이 야생화가 더 아름답기 마련이다.


세상에 있지도 않은 말 '자연산 사과'는, 완벽하진 않지만 농산물에게 가장 이상적인 결말을 제시한다. 그리고 농부가 말한 자연 그대로를 안겨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은 이를 증명한다. 기분 좋은 사실이다.


사과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투영되는 이야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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